이제야 겨우 짐을 다 푼듯한 신혼집을 집주인이 팔겠다며 전화가 왔다.
험하기 이를데 없던 집을 시어머니가 직접 도배해주시고
우리 둘이 페인트칠하고
욕실이며 베란다 박박기면서 다 닦고,
싱크대도 30만원 밖에 못 받고 바꿨는데
우리가 집을 다 정비하자 판다고 내놓다니..
집주인 양반이 몇년째 전세 놓고 있는 집이라길래
내심 얼마가 되든 올려주고 집살때까지 있어야지
생각하며 성심성의껏 단장하며 살았는데
이리 되니 벌써 걱정이 늘어진다.
그제는 퇴근해서 집에 가니 벌써 집 구경을 하러 사람들이 와있다.
우리집 서재를 보며 좋아라 하고,
벽지랑 블라인드도 새거라며 좋아하고 --;;
마지막으로 이 집에 살 사람인 아들이 와서 베란다를 둘러보고 갔다.
아무래도 이 가족이 집을 사면 전세 연장은 어렵지 싶다.
신랑은 팀장이랑 삐그덕되더니 사일전에 회사를 그만둬버렸다.
둘이 한달도 빼지 않고 지금 수준으로 저축해도 전세금 올려주기도 빠듯할텐데
(벌써 우리가 얻을때보다 사천은 더줘야한다 --;;)
어찌 옮겨갈 돈을 일년반 사이에 만들 수 있을까 벌써 고민이 된다.
공지영은 우리 고민의 대부분은 내일 일을 당겨서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이 일주일 사이에 생긴 문제는 아무리 하심해 보아도 이미 내 행복의 한귀퉁이를 쓱 하고 가져가 버렸다.
왜 이놈의 나라에서는 누구 말처럼 죽자고 치열하게 살라고 사람을 이리 내모는지.
그깟 둘이 살 집집집 때문에!!!!
이주째 야근을 하니 내가 비관적이 된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