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장바구니담기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228쪽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깊은 우물의 바닥을 보는 것처럼. 거기에는 친절한 마음이 보일까? 아니,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같은 나의 성격을 뿐이다. 개인적이고, 완고하고, 협조성이 결여된, 때로 자기 멋대로인, 그래도 자신을 항상 의심하며,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도 거기에 우스꽝스러운-또는 우스꽝스러움과 비슷한-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은 나의 본성이다. 낡은 보스턴백처럼 그것을 둘러메고, 나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좋아서 짊어지고 온 것은 아니다. 내용에 비해 너무 무겁고, 겉모습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군데군데 터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짊어지고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고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애착도 간다. 물론.-229쪽

그런 인생을 옆에서 바라보면-혹은 훨씬 높은 데서 내려다보면- 별다른 의미도 없는 더없이 무익한 것으로서, 또는 매우 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서 비쳐진다고 해도,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들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고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256~257쪽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YLA 2010-07-2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남자 ^^

무해한모리군 2010-07-23 08:42   좋아요 0 | URL
그런데 달리기에 대해 말할때보다 음악에 대해 말할 때 더 열정적인듯 ^^

루체오페르 2010-07-2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걷지는 않았다. 캬~~

무해한모리군 2010-07-26 00:24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저문구를 자신의 묘비명으로 하고 싶데요.

fiore 2010-07-24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8.229.쪽이 가장 좋았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0-07-26 00:25   좋아요 0 | URL
예술가란 물론 뛰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이렇게 성실히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삶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요. 최소한 월급쟁이랑 다르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한거잖아요.

yamoo 2010-07-24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저는 하루키 소설은 읽기가 싫더라구요..하루키 작품을 읽은 것이라곤 <어둠의 저편>하나 뿐이에요...힘들게 모았던 그의 에세이와 소설 20여권을 2006년에 처분한 이후 제 관심에서 완전히 사라진 작가에요..근데, 요즘에도 지속적으로 잘나간다는..

무해한모리군 2010-07-26 00:27   좋아요 0 | URL
저 역시 하루키의 멋부린 글이 별로예요.
뭐랄까.. 성공한 중년남자의 글 같아서요.
그 외골수 같은 개인주의적 작풍도 싫었고..
이 글도 한 별 세개쯤.
그러나 분명 개성이 있고, 뭔가 멋진 글을 뽑아내는 작가인 것만은 틀림 없는듯해요.

후애(厚愛) 2010-07-2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캡쳐 이벤트>합니다.^^
참여하세요~~ 마실에 소문내고 다녔더니 피곤하네요.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7-26 00:2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오셔서 소문 안내도 잘 찾아다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