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 이 책을 읽어봤어? 그거 가져. 

'로빈슨 크루소'... 알고는 있는데요. 

그걸 보면 사람은 책 한권만 있으면 몇 년이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더라구,
읽어봐. 

그 한마디가 나를 바꿔줬어.
책 한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지금은 그것을 추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자. 여기서는 수천수만 권의 책을 추천할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점장님 말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팔고 싶은 책이 잘 나가고 있다면 기뻐해야지. 

(108~109쪽) 

아이 때는 눈에 갇혀 내내 책을 읽었어요. 

이 눈은 어디를 고르려 해도,
어디나 너무도 새하얗구나.
저토록 무시무시하게 흐트러진 하늘에서, 
이 아름다운 눈이 내려왔다. 

켄지의 '영결의 아침'입니다. 

(140쪽)

서점숲의 아카리라는 만화책은 지점에서 일하던 아카리가 도쿄의 본사로 오면서 겪는 이런저런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랩핑을 하고, 만화책 코너 코스프레 이벤트를 진행하고, 기획책 1권을 정해 책꽃이 하나를 그 책으로 채워 홍보를 하는 등 서점에서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속의 관계들을 보여줍니다. 차갑고 냉정한 동기, 하루 백권을 읽는 부지점장, 음침한 아르바이트 생등 개성이 강한 동료들과 촌뜨기 아카리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책들과의 인연이 아카리와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소통의 끈이 되어줍니다. 

그럼 다음 책은 3권으로 완간된 홈즈걸 시리즈 3권입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서점에서 일하는데요.
이번에도 서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미스테리들을 엉뚱 알바생 다에가 해결해 나갑니다. 1권과 같은 단편형식이네요.

이 책 속의 서점이라는 공간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협박의 공간이기도 하며, 첫사랑을 만난 곳, 마음이 맞는 대화상대를 찾은 곳 이기도 합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제각각 무엇을 주고 얻든지,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책의 인연을 이어주는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봅니다.

'레드 리프'가 누군지는 가게히라 씨 개인의 문제예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사인회에 참가한 손님들, 1,800엔이나 되는 책을 사주신 분들이에요. 오늘도 30분 또는 1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잖아요. 고마운 일이죠. 굉장해요. 나 같은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게 왠지 부럽네요. 한 권의 책이 그토록 특별할 수 있다니. 또 작가에게 사인을 받는 것이 그토록 행복할 수 있다니. 마음이 움직인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에요. 그런 감동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뻐요.  

(230~231쪽)


책이라는 건 참 이런저런 용도가 있나봅니다. 눈에 갖혀 꼼짝 못하는 아이의 밤친구가 되어주고, 낙도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누군가에겐 충분히 자랐다는 걸 시험하는 대상이 되고(두꺼운 사전을 들 수 있으면 다 자란게 맞지요. 정말 크고 무거우니) 마음에 둔 정인의 취향을 살짝 옅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말이지요.  

올 한해도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더 많은 인연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책 속의 책> 
미야자와 겐지의 시집은 찾을 수 없어 은하철도의 밤을 첨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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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10-02-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아카리라는 만화 굉장히 사실적이네요. 당장 보고 싶네요. 추천 받고 갑니다 ㅋ

무해한모리군 2010-02-21 08:30   좋아요 0 | URL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틀을 가지고 있어요 ^^

비로그인 2010-02-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가리개도 되어주고, 뭔가의 받침도 되어주고, 베개도 되어주고.. 등등 ㅎ 용도가 참 많네요~ 날이 따뜻해졌죠 휘님?

무해한모리군 2010-02-21 08:30   좋아요 0 | URL
눈가리개!
네 봄날 같아요. 오늘은 책 그만보고 산책이라도 나서야겠어요.

L.SHIN 2010-02-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서점에 들어가면, 시간이 멈추어버립니다.
누군가 날 대형서점에 가둬놓는다 해도 난 살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웃음)

무해한모리군 2010-02-21 08:31   좋아요 0 | URL
엘신님은 책을 먹고 사는구나!
아~ 제발 먹을 것과 책으로 가득 찬 곳에 나를 가둬주기를.. 신이여!

무스탕 2010-02-2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 숲의 아카리는 정말 궁금하네요. 뭐 저런 책이 다 있담!!

무해한모리군 2010-02-21 08:32   좋아요 0 | URL
순정만화예요. 일터에서 막 윗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초년병이라 이런저런 실수도 하는 ^^

fiore 2010-02-2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에서 노트북으로 올리신 거에요? ^^ 토요일, 드디어 봄인가 봅니다. 다들 봄타령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10-02-21 08:33   좋아요 0 | URL
집에 콕 박혀 있어서 봄을 못느끼겠어요 ㅎㅎㅎ
그럼에도 봄옷 사야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다니 --;;

바밤바 2010-02-21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한번 보고 싶은데 제가 언제 시간이 날지 몰라서 연락 드리기가 애매하네요.
불시에 누나 회사 쪽으로 한번 놀러갈께요. 헤헤^^

무해한모리군 2010-02-21 08:33   좋아요 0 | URL
환영해줄지말지 함생각해보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