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렵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뿌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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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훨씬 더 잘 읽어주실 분께 새해 선물로 보내려고
어제 밤 시집을 책장에서 뽑아 놓았다.
눈길조차 주지 않던 시집을 출근길에 읽어본다.
아..
이 사람 시 참 잘쓰는구나.
이젠 중년의 아줌마로도
글 참 잘쓰는구나.
가끔 젊음의 글에서
삶의 글, 노년의 글로 넘어오지 않고
휙 하고 사라져버린 천재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글이 더 빛나보인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와 함께 나이들며 시를 노래해주는
시인을 가진 저 또래들이 샘나려고 한다.
당신 계속 시를 저질러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