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렵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뿌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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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훨씬 더 잘 읽어주실 분께 새해 선물로 보내려고

어제 밤 시집을 책장에서 뽑아 놓았다.  

눈길조차 주지 않던 시집을 출근길에 읽어본다. 

아.. 

이 사람 시 참 잘쓰는구나. 

이젠 중년의 아줌마로도 

글 참 잘쓰는구나. 

가끔 젊음의 글에서  

삶의 글, 노년의 글로 넘어오지 않고 

휙 하고 사라져버린 천재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글이 더 빛나보인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와 함께 나이들며 시를 노래해주는  

시인을 가진 저 또래들이 샘나려고 한다. 

당신 계속 시를 저질러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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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2-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암만 봐도 어려운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2-14 13:28   좋아요 0 | URL
무슨 의미를 알아도 좋겠지만, 그저 말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즐기는 것도 좋은듯 해요.

fiore 2009-12-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영미의 <내가 사랑하는 시>가 코레일 12월 추천도서네요.

되풀이해서 읽어보고 있어요. '나는 시를 쓴다' __ 곰곰..

무해한모리군 2009-12-14 13:28   좋아요 0 | URL
최영미는 시를 쓰고, fiore님은 글을 쓰고, 휘는 그걸 읽고.

후애(厚愛) 2009-12-1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정말 어려워요.. 표지가 참 이뻐요~ ^^

무해한모리군 2009-12-14 13:29   좋아요 0 | URL
그냥 제 맘대로 생각해버리는거죠 뭐 ^^

꿈꾸는섬 2009-12-1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영미 시인 시도 참 좋지요.^^ 저도 참 좋아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12-14 17:47   좋아요 0 | URL
아 꿈꾸는섬님께 보냈는데 가지고 계신면 어쩌죠 --;;

비로그인 2009-12-15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좋은 시 하나 보고 갑니다 ^^
그나저나 소개사진이 바뀌셨군요 ㅋ

무해한모리군 2009-12-15 08:2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좋은 아침~
후애님이 주신 크리스마스 카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