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예술극장은 참 아름다웠다.
단단히 지어진 건물에 멋진 무대.
연극을 보고 나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우울이 나를 덮쳐온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까?
아내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게 된다.
아이를 잃은 것, 다시 임신을 한 것, 의사의 실수로 모르핀 중독자가 된 것.
삶에서 부딪히는 위기, 슬픈 일들은 어느 것 하나 그녀가 선택한 것이 없다.
취한 인간들이다.
땅에 취한 아비, 약에 취한 어미, 술과 무기력에 취한 두아들.
누구나 그것에 취한 자기 합리화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미움도 원망도 가장 많이 가지게 되는 것이 가족이고,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가족이다.
나를 똑 닮은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나의 치부를 봐야하는 고통
내게도 가족은 그런 면이 있다.
어쩔수 없는 슬픔을 때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삶이라면,
수녀가 되고 싶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약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다를까?
그 격렬함 속으로 뛰어들어가기 싫어서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잃으면서 살았던가.
모르겠다.
나는 강한가? 나는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덧글 : 음.. 연극에 대해 말하자면.. 제이미를 제외하고는 케릭터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나역시 들더라. 뭐랄까 너무 연극적이기만 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