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은 참 아름다웠다. 

단단히 지어진 건물에 멋진 무대. 

연극을 보고 나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우울이 나를 덮쳐온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까? 

아내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게 된다. 

아이를 잃은 것, 다시 임신을 한 것, 의사의 실수로 모르핀 중독자가 된 것. 

삶에서 부딪히는 위기, 슬픈 일들은 어느 것 하나 그녀가 선택한 것이 없다. 

취한 인간들이다. 

땅에 취한 아비, 약에 취한 어미, 술과 무기력에 취한 두아들. 

누구나 그것에 취한 자기 합리화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미움도 원망도 가장 많이 가지게 되는 것이 가족이고,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가족이다. 

나를 똑 닮은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나의 치부를 봐야하는 고통  

내게도 가족은 그런 면이 있다. 

어쩔수 없는 슬픔을 때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삶이라면, 

수녀가 되고 싶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약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다를까? 

그 격렬함 속으로 뛰어들어가기 싫어서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잃으면서 살았던가. 

모르겠다. 

나는 강한가? 나는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덧글 : 음.. 연극에 대해 말하자면.. 제이미를 제외하고는 케릭터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나역시 들더라. 뭐랄까 너무 연극적이기만 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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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10-0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휘모리님은 강할걸요? 으흐흐...
가족이라면 나도 많은 애증이 쌓여 있어서리...뭐라고 말 못하겠어요..
그나저나 연극제목은 낭만적인데 내용은 참 낭만적이지 못하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10-05 08:51   좋아요 0 | URL
네..
우울한 내용이예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게 더..

비로그인 2009-10-0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르멘 라포렛의 <나다>는 스페인 내전 이후가 배경인데요 이 작품이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0-05 08:52   좋아요 0 | URL
보관함 백만년째 대기중인데, 11월에 꼭 읽겠어요!
10월 독서계획은 착착 진행중인까 꼭 할 수 있을듯 ㅎ

람혼 2009-10-0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휘모리님의 지적은
제 의견과 거의 일치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0-06 08:31   좋아요 0 | URL
모처럼 보는 정통극인데 다소 아쉬웠다고나 할까요? ㅎ
여하간 람혼님 우리집 놀러오신거 대환영!!!!!

다락방 2009-10-06 11:16   좋아요 0 | URL
저는 왜 처음부터 제이미만 어색했을까요? 갸웃.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후기를 보니 제이미의 연기가 인상깊었다는 감상이 압도적이에요. 저는 아직 연극을 볼줄 모르는가봐요.

무해한모리군 2009-10-06 11:30   좋아요 0 | URL
아이 무슨 연극을 볼 줄 아는게 어디있나요 ㅎ
손숙씨 연기가 기대에 못미친 것이 가장 아쉬웠고,
나머지 연기자들도 뭔가 너무 과잉되어 있는 듯했어요.
저랑 같이 본 친구는 그걸 '옛날 연극' 같다고 하더군요.

다락방 2009-10-06 12:16   좋아요 0 | URL
전 ... 전.....

김석훈이 좋아졌어요. ㅠ.ㅠ
시 외워서 내뱉을때 쏠랑 반했달까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0-06 13:1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퇴폐적인 폐병장이가 어찌 그리 씩씩하게 시를 읊는단 말입니까..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시는 하나도 퇴폐적이지 않았어요 ㅎㅎ

사실 저도 그런 단정한 얼굴을 좋아합니다만 ^^;;

다락방 2009-10-06 13:2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러니까 김석훈에게서 '퇴폐적인 폐병환자'를 봤어야 하는건데, '시를 외우는 낭만적인 남자'만 쏙 빼서 본거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람혼 2009-10-10 17:20   좋아요 0 | URL
언젠가 한 번 에드먼드를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0-12 07:53   좋아요 0 | URL
그때 꼭 가겠습니다.
그럼 전 가정부 역할을 한번 ㅎㅎㅎ

2009-10-0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0-06 14:58   좋아요 0 | URL
이벤트에 솔깃해서요 ㅎ
그리고 난 후기 쓰는 사람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벌써 제법 많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