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빗소리가 어우러진 오프닝. 

홈비디오로 찍은 듯이 영상은 흔들리고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도 흔들린다. 

페미니스트 작가로 이름을 날리며 정계에 첫발을 내딪는 아가테, 고향에 휴가차 애인과 내려온 10일간의 휴가도 제대로 보낼 수 없을 만큼 삶은 팍팍하다.   

그런 그녀 앞에 '성공한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두 남자가 나타난다. 그 중 나이든 이혼남 미쉘은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20년간 제대로된 작품하나 내 놓은적 없이 남의 잔치집 홈비디오나 찍어주는 신세다. 또 다른 한남자는 터키계로 재능을 가졌지만 그저 호텔카운터나 지키며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흔들리는 유부남이다. 

이 담담하고 소소한 영화는 삶의 많은 고충들이 잘 잡혀있다. 자식에게 냉담당하는 아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상처, 잘나고 강한 사람이라며 의존하려고만 하는 주변 사람들, 재능이 있어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기회.  

영화에서 처럼 비가 내린 후에 맑은 날도 올까?  

삶도 영화 같기를..

꽤나 두툼한 책을 뽑아들었다.  

전통적인 정치활동이나 수직적 조직에 참가하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삶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나 같은 소시민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실천적 이야기들이 제시되어 있을까? 

겨우 세 장을 본 소감은 좋은 이야기들이지만, 내가 참고할 내용은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집 살이 하며 월급받아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해내고, 그 저항의 방식을 창조적으로 일상에 접목한 사례들을 읽는 것은 분명 의미 있다.  

두껍지만, 쉽고 개괄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민운동들을 설명해 놓았으니 일독해도 좋을 듯 하다. 

언제나 처럼 주말에는 단골 만화책방에 들린다.  

장기를 소재로한 3월의 라이온 2권이 나왔다. 

이런 글을 읽다보면 나는 왜 십대에는 이런 고민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고 살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그때 조금 철저하게 고민했다면 이제 와서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텐데.. 

첫사랑에게 14년 전에 장기를 배웠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다시 한번 둬 볼까? 

왜 잊고 있었을까? 

나는 지금, 

아버지가 그렇게 동경하던 장기의 세계에, 

서 있지 않은가... 

어떻게 잊고 있었을까. 

이렇게 중요한 것을

한참 일을 하고 있다보면 우린 왜 내가 처음에 이걸 시작했는지 잊어버리곤 한다. 

그저 권태만 기억될 뿐.. 

사랑도 일도 처음 시작할 때 틀림없이 설레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하나.. 

일요일 밤은 내일이 오는게 싫어서 늘 우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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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7-1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왜 십대에는 그런 고민들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까 심히 생각해요. 그나저나 저도 일요일밤은 내일이 오는게 싫어서 우울하답니다. 휴..

머큐리 2009-07-1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요일 밤은 정말 싫습니다....

[해이] 2009-07-1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인 볼거에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머큐리님/ 역시 직장인은 월요병을 피할 수 없겠지요?

해이님/ 네 보세요 괜찮았어요 ^^

웽스북스 2009-07-1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요일 밤 잠드는 거 싫어요- 저 내일 레인 보러가지요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7-13 08:04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보세요~
참 바지런히도 다닌다 ^^

무스탕 2009-07-1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의 라이온은 그 유명한 '허니와 클로버' 작가의 작품이네요. 몰랐어요..;;;
경기도 살면서 젤 아쉬운건 저런 숨어있는(?) 좋은 영화들들 가까운곳에서 못 볼때에요. 꼭 서울을 나가야 한단 말이에요. 물론 제가 게으른게 제일 문제지만요..

무해한모리군 2009-07-13 10:53   좋아요 0 | URL
아휴 저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오고 나서 확 줄었는데~~ 경기도야 휴 --;;

멀티플렉스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선택권은 줄어들기만 하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