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종 하는 삶

나무처럼님의 글을 읽다,
나는 뭘 하고 있나 한번 생각해 봅니다.
몹시 게으른 인간이라 결의에 차서 이렇게 꼭 해야겠어라는 건 거의 없이 
슬렁슬렁 많이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몇가지는 하려고 노력합니다. 

올 한해 목표는 '덜 쓰자'입니다. 

이 덜쓰자 장르에서 제게 가장 어려운 건 먹는 것입니다.
굳이 채식이나, 유기농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땅에서 난 것으로 적당량만 먹자인데, 
술을 먹다보니 이게 영 쉽지가 않습니다. 

다음은 책인데요, 
다시 볼 일이 거의 없는데 왠지 내어놓으려면 조막손이 되고 맙니다. 
주변에 지인들과 모여살면 나눠읽기를 해도 좋을텐데, 
홀로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내어놓으면 '영영이별'이다 싶은 것이 
영 애뜻해진단 말이죠..
그래서 일년에 한번 정도 별로 안좋아하는 책들로만 내어놓으니,
나눔이니 순환이니는 영 꽝이지요. 

가장 어려운 건 전기제품을 덜 사용하는 것인데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름엔 에어콘 중독이고,
청소기, 삼숙이, 세탁기까지 온갖 가전제품이 집에 가득입니다.
저같은 귀찮음쟁이는 이것들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휴지안쓴다고 사용하는 가제수건 삼숙이로 삶아서 전기랑 물 많이 소비하면
똑같은거 아닌가 하는 개인적 고민이 있습니다 --;;

둘째로는 '덜 사자'입니다. 

이건 좀 쉬운 편입니다. 
장보러 다니는 걸 무척 귀찮아하는 천성이라서요. 

식자재는 생협을 주로 이용하는데,
일주일에 한번 공급이라
그주에 해먹을 반찬을 계획을 세우게되니, 
버리는 것이 없어 마트에서 살때보다 더 절약이 됩니다. 

사실 술은 큰 마트에서 사면 많이 싸기는 한데,
제 경우엔 쟁여두면 더 먹게되어 한달 나간돈을 정리 해보면
필요할때 동네마트에서 사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안그래도 귀찮아 안가던 마트와 더욱 멀어졌습니다.

여기서도 저의 덜사자를 강력한 걸림돌은  
알라딘과 디자인상품 사이트인데요.
둘러보다보면 여지없이 뭔가를 사고맙니다.
흠..  
이건 현재로서는 별 대책이 없습니다 --;;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거야 혼자사는 살림이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휴지대신 가제손수건을 놓고, 면생리대 사용하고,
손수건이랑 텀블러(개인컵) 가지고 다니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철저하기 보단 짐 많은 날은 안가지고 가기도 하구요,
콧물이 줄줄 흐르는 날엔 평소 미워하는 별다방이나 맥도날드에서
휴지 슬쩍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ㅎㅎㅎ  

10년 녹색평론 독자인 저는 읽은게 생활로 연결되지 않아 이모냥입니다.
몸이 더 고생해야 될텐데요 머리만 커다래가지고 --;;  

제가 생각한 덜쓰자와 덜사자 장르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모여살면서 나누어쓰는 것인데..
마음만 있지 소시민인 제가 계획하기에는 또 엄청난 프로젝트입니다. 

알라디너분들은 어떤 비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방문객 만명을 넘어선 기념으로
선정되신분께 휘모리가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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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5-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저는 집안에 필요한 생활용품/주방/욕실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 때 항상 두 세개 이상씩을 사 온답니다. 그리고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오래 사용할 수가 있고 또 수퍼에 자주 안 가도 되고 가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사면 되니까요. 저는 이런 방법을 10년 넘게 했는데 많이 절약이 되더군요. 그리고 생활비에서 남는 돈은 저금을 할 수가 있구요.^^

별족 2009-05-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house.jinbo.net 이런 데가 있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두분은 파는 곳에 덜가는 법을 별족님은 공동체 한곳을 소개해 주셨네요. ^^

카스피 2009-05-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덜쓰고 덜사는것에 무슨 비법이 있을까요?? 안쓰는것이 최고지요.
예전 제 알던 동생 이야기를 하자면 부산 친구였는데 아무튼 수입의 80%를 저축하더군요.도저히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할것 같았지만 아무튼 잘 살달더라구요.
우선 저축부터 하세요.그럼 남은 돈으로 어떻게 한달을 살지 심각하게 고민할수 밖에 없고 자연히 절약할수 밖에 없을것 같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2 16:33   좋아요 0 | URL
아하하 맞습니다.
카스피님 말씀이 맞으신듯..
기꺼이 가난하게 사는 것이 가장 환경적인 것이겠지요.
참 이런저런 욕심 때문에 쉽지 않지만요 ^^

뷰리풀말미잘 2009-05-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던 어느 날 어린 친구 하나랑 인사동 어느 음식점엘 들어갔는데. 젖은 우산엔 물이 뚝뚝뚝. 마침 우산 비닐이 있길래 우산을 쑥 집어넣고 있는데 어라, 이 친구는 웬걸! 우산에 씌웠던 비닐 모아놓는 박스에서 구겨진 비닐 하나를 꺼내더니만 자기 우산에 씌우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밀물처럼 몰려오는 감동.

휘몰이님이 원하셨던 팁 보다는 자그마한 실천인 것 같지만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9   좋아요 0 | URL
아 훌륭해요 훌륭합니다.
제 스승은 저희 어머니인데요..
도대체 버려야 할 것 같은 걸로 이상한 용도로 자꾸 사용하세요.
10년된 걸레로도 뭔가를 하신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