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외 7촌 아제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서울로 오셨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육촌오빠가 돌아간 것이다.
가끔 내가 촌놈이라는 것을 깊이 느낄때는 도시사람들이 보기에 까마득히 먼 인척관계의 경조사를 내가 챙기고 있을 때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옆마을 출신이라 외가 인척과도 두루 가까웠던 나는 어린시절 육촌팔촌 뭐 촌수를 계산하기도 어려운 인척들과 뒹굴며 자랐다. 특히 이번에 돌아간 외7촌 아제는 내가 대학을 처음 들어가 서울로 올라오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시며, 외팔촌언니를(무용을 전공한 꺽다리 쭉방 언니와 이젠 형부가 된 농구선수 커플 옆에 서면 나는 한층 자그마한 촌어린이 같았다) 시켜 내게 서울 구경도 시켜주고, 이러저러한 편의를 봐주셨다.

우리 어머니 형제들이 이번에 두루 상경을 했다. 외사촌오빠가 승용차로 모셔오다 대구에서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엉겁결에 내가 환갑의 이모와 환갑을 훌쩍 넘긴 우리 어머니와 칠순이 가까우 외숙모님 두분을 서울역에서 광명시 초상집까지 모시고 가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맡았다.  

처음으로 왜 면허증을 안땄을까 쬐끔 후회가 되더라. 고향음식 서울 사람들 맛보게 해준다고 쑥떡이며, 식혜 등 한짐을 들고 나타난 네분을 봤을때 솔직히 암담하더라.. 정이 넘친다는 건 다소 번거롭기도 하다.  

전철과 택시를 이용해 간신히 광명의 장례식장에 등장한 경상도 네여자.. 
장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네 여자의 곡이 시작됐다.

다시 한번 느꼈지만, 우리 어머니의 곡솜씨는 일품이다. 
'오빠야 오빠야 으응으응 왜 갔노 왜갔노'
읊조림과 흐느낌 사이 어디쯤에서 간들어지게 끊어질듯 이어지는 곡을 들으면 누구라도 눈물이 안날 수 없다. 가슴 밑바닥에 살아온 아픔들이 느껴진다. 대성통곡을 하는 것보다 더 애잔한다.

곡은 예절이다.
절을 하는 것처럼 곡도 해야하는 것이다.
곡을 해서 상주에게도 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곡을 하는 동안 돌아간 분과의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할 시간도 가진다.  

곡은 목이 정말 좋아야 되는 우리 소리중에 하나다.
나도 몇번 배워보려고 했는데, 좀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한'이라고 하는 그 무엇 그 느낌이 나지를 않는다.
어머니는 곡도 못하는 골상놈이라고 뭐라 하시는데,
자기 딸도 그렇다는 걸 아시는지 모르는지.. 
세상이 달라지니 기교로 배운 소리만 살아남는다.
앙상한 우리 아이들의 혈육관계가 아쉽고,
자꾸만 사라지는 고운 소리들이 너무 아쉽다.
세상은 또 다른 관계와 소리들이 채워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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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1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을 줄이야.!!

무해한모리군 2009-03-16 15:58   좋아요 0 | URL
저 좋은 목청을 딸 괴롭히는데도 사용중이십니다..
아 상가집에서 제 중매처를 구하려 애쓰는 어머니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고 스스로가 초라해지던지요 쩝쩝..

다락방 2009-03-16 17:51   좋아요 0 | URL
으윽. 휘모리님의 이 댓글, 마치 제 일인듯 가슴이 아파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3-16 21:1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서 저의 아픔을 이해해 주시는군요 --;;
눈을 낮추라는 얘기만 골백번 들었습니다..
만나야 낮추지요 ㅠ.ㅠ

마노아 2009-03-1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막힌 반전! "끄덕끄덕 하다가 응?" 이런 표정이 되어버렸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6 21:20   좋아요 0 | URL
으허허 저희 모녀는 그게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다가도 같이 있으면 뭔가 무지 불편한 관계 입니다.

가시장미 2009-03-17 01:35   좋아요 0 | URL
ㅋㅋ 저두요. ^^;; 그래도 어머니 잔소리만큼 정겨운 것이 없죠..
저도 요즘 육아 때문에 잔소리 많이 듣고 있는데 ㅋㅋ 나름 정겹게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다 사랑해서 하시는 말 이잖아요. -_ㅠ 크크

무해한모리군 2009-03-17 08:07   좋아요 0 | URL
이제 저도 서른하나쯤 되었는데 제 방식이 있다는 걸 인정해 주면 좋으련만 --;;

카스피 2009-03-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시골에 친척분이 많지만 옛날분들이 돌아가시면서 서서히 그 끈이 끊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8 00:07   좋아요 0 | URL
네 뿔뿔이 흩어져사니 마음이 있어도 보기가 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