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김상봉 선생 강연에 다녀왔다.
참 오랜만에 그런 공간에 나를 두었다.
정신없이 그저 주어진 역할만 해내다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고 싶어서 뛰쳐나왔는데도, 
어디 가지도 못하고 그 언저리만 머물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곳을 벗어나 그냥 해보고 싶은 걸 해보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독서모임에도 가보고, 
낯선 사람들과 등산모임도 하고,
심지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라인 오프모임에도 나가고 
데모하러 가서 멍하니 앉아 구경도 해보고..
특별히 취향이랄 것도 없고, 십만원짜리 이상 소비는 소심해서 못하는 편인데,
바로 오늘은 십년간(!) 쓰던 5킬로는 나갈듯한 노트북을 드뎌 버리고 새끈한 놈으로 구입..
(집에 인터넷 신청하는 걸 까먹어서 시험가동도 못해봤지만) 
이주일전에는 합성가죽인 주제에 돈십만원이나 하는 가방도 구입했다..
(이로서 내겐 핸드백이 두개가 생겼다.
하나는 꽤나 비싸다는데 선물로 받았으나 책이 들어가지 않아서 내게 무시당하는 중이다.)

요즘 나는 어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맨날 하는 말을 되풀이해 본다.
'이런 거 생전 처음해봐요.'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그게 나라고 생각했던 관념들을 또 버리기 위해서는
행동하고 저질러 버리는 수 밖에 없다. 

매사 심심하고 진지한 나란 놈도
조금쯤은 재미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가끔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너한테 없는 거 가지려고 하지말고 가진 걸 생각해' 
겨우 힙팝바지가 입고 싶은 딸에게 다리 짧아서 안된다는 얘기였는데 저렇게 하니 뭐 중요한 말같다. 해보고 안되면 마니 심심한 놈에서 좀 덜 심심한 놈이라도 되지 않을까? 

답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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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1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1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9-02-0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노트북은 뭐 사셨어요? 요새 소니 조그만게 눈에 들어오던데. 넷북. 아수스것도.

무해한모리군 2009-02-01 00:48   좋아요 0 | URL
그냥 lg거 12인치짜리 샀어요. 10인치짜리는 넘 조그마 하더라구요 ^^
늙었는지 영 넘 작은 것은 뵈지가 않는 것이..

마늘빵 2009-02-01 00:49   좋아요 0 | URL
^^ 저도 12인치 쓰는데, 이거 메인으로 쓰려니 작아요. 영화 볼 때도 그렇고. 들고다니자니 그러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Mephistopheles 2009-02-01 23:46   좋아요 0 | URL
조금만 참으세요 이젠 접거나 말아가지고 다니는 LCD 조만간 상용화 된다는군요..(하지만 얼마나 비싸겠어요.크윽)

무해한모리군 2009-02-02 08:09   좋아요 0 | URL
아프님 노트북의 절대명제, 모든 노트북은 들고다니기엔 무겁다..

매피님 어짜피 전 이노트북도 한 십년쓸거기 때문에 제가 살때쯤이면 딱 상용화되겠네요 흐흐흐(디지털치 --;;)

Mephistopheles 2009-02-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작심하고 하던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일탈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소니넷북은...왠만한 노트북 가격...후덜덜)

무해한모리군 2009-02-02 08:08   좋아요 0 | URL
전 메인이 있어서 좀 더 작은걸 살까 고민했는데, 정말 눈이 어른거려서 안되겠더라구요 ㅠ.ㅠ

꿈꾸는섬 2009-02-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휘모리님 세상은 저지른 자의 것이라는 카피가 떠오르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2-02 14:47   좋아요 0 | URL
사실 어젠 미니스커트를 입고 영화보러 갔었어요 ㅍㅎㅎ
역시 난 바지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결론을 --;;

Forgettable. 2009-02-0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마음도 허하고 그래서인지 저도 자꾸 크게크게 뭘 사게 되요.
후회는 안하지만 카드값걱정에 안그래도 우울한 마음에 더 답답해지고 그러면 또 사고 이런 악순환^^
낯선사람과의 독서모임은 어떤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02-02 17:02   좋아요 0 | URL
정말 새롭던데요. 학교다닐때 댓거리는 빤한 인간들끼리 빤한 이야기였는데, 재미있었어요.. 더 나가고 싶은데 당췌 이놈으 일정이 겹치고 겹치고.. 혼자 주말에도 맨날 카페에 차마시고 책이나 읽는데 약속이 있는날은 네개씩 겹친다는 ㅠ.ㅠ

Forgettable. 2009-02-02 17:2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요샌 정말 새로운 사람 만날 기회는 커녕 있던 사람도 못만나요..
근데 정말 일정은 왜그리도 겹치는 걸까요? 근데 4개라니 인기많으세요 :)
막 주말에 심심해서 미치겠는데도 만날 사람은 없을 때가 많은데 말이죠ㅋ

학교다닐때 댓거리라. 저도 많이 했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