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김상봉 선생 강연에 다녀왔다.
참 오랜만에 그런 공간에 나를 두었다.
정신없이 그저 주어진 역할만 해내다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고 싶어서 뛰쳐나왔는데도,
어디 가지도 못하고 그 언저리만 머물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곳을 벗어나 그냥 해보고 싶은 걸 해보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독서모임에도 가보고,
낯선 사람들과 등산모임도 하고,
심지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라인 오프모임에도 나가고
데모하러 가서 멍하니 앉아 구경도 해보고..
특별히 취향이랄 것도 없고, 십만원짜리 이상 소비는 소심해서 못하는 편인데,
바로 오늘은 십년간(!) 쓰던 5킬로는 나갈듯한 노트북을 드뎌 버리고 새끈한 놈으로 구입..
(집에 인터넷 신청하는 걸 까먹어서 시험가동도 못해봤지만)
이주일전에는 합성가죽인 주제에 돈십만원이나 하는 가방도 구입했다..
(이로서 내겐 핸드백이 두개가 생겼다.
하나는 꽤나 비싸다는데 선물로 받았으나 책이 들어가지 않아서 내게 무시당하는 중이다.)
요즘 나는 어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맨날 하는 말을 되풀이해 본다.
'이런 거 생전 처음해봐요.'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그게 나라고 생각했던 관념들을 또 버리기 위해서는
행동하고 저질러 버리는 수 밖에 없다.
매사 심심하고 진지한 나란 놈도
조금쯤은 재미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가끔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너한테 없는 거 가지려고 하지말고 가진 걸 생각해'
겨우 힙팝바지가 입고 싶은 딸에게 다리 짧아서 안된다는 얘기였는데 저렇게 하니 뭐 중요한 말같다. 해보고 안되면 마니 심심한 놈에서 좀 덜 심심한 놈이라도 되지 않을까?
답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