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썼던 리뷰, <평화의 거처를 묻다 _평화는 나의 여행>이 우수작으로 당선되었다.

이럴 때마다 흥분을 감출 수는 없지만 재차 읽어보면 오점 투성이니 한켠으론 나의 글쓰기에 대한 더 진지한 성찰 또한 필요하지 않나 싶다. 대학원 시험을 마치고 얼마간은 글쓰기 수련에 모든 것을 쏟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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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아버지 학교에 다니시는

  아버지께서 편지를 보내오셨다.

  자꾸만 눈이 흐려져서

  편지를 읽는데 고생 좀 했다.

  죄송하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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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주 엄정면에서 선물이 왔다. 

   主式會社 드림에서 보내주신 책이다.

   봉투에 또박또박 적혀있는 이현주 목사님의 글씨가

   퍽 쨍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딱 500권만 찍어내어 세간에  판매되지 않을 책이니

   일종의 책임감마저 느껴진다.

   옮긴이의 말을 적어본다.

 "옮긴이의 말

  속임수와 거짓이 판을 치는 구역질나는 세상에 대하여, 제 가슴에 낯선 비수를 꽂아 온몸으로 항거한 고독한 두 들사람(野人)이야기를, 오늘 이 나라에서 5백 명쯤은 읽고 아파하며 희망할 가치가 있겠다 싶어, 오래 전에 죽은 책을 여기 되살려냅니다.

2006년 가을  이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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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쓰는 거고요, 나처럼 게으른 놈은 시시름 지난 한동안 일어난 일을 간간이 쓴다 하여 유식하게 사이 간자와 적을 기자를 합쳐 간기間記라 했어요. 일기장이 때때로 공안 사건의 증빙 자료로 쓰였는데 간기는 그런 불안도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전우익 선생님께서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하신 말씀이다. 그걸 빌려 내 일상의 이야기를 적는 곳을 간기라 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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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예수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이진권 옮김 / 샨티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과연 평화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할까? (내 대답은) 단언컨대, “아니올시다!”이다. 이 세상에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그런 가당치도 않은 생각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반문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왜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인가? 다들 평화를 좋아하고 원한다는데 평화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정말이지 할 말이 없겠다. 혹시라도 어느 별나라에서 온 외계인이 묻는다면 부끄러워 줄행랑이라도 놓고 싶은 심정이겠다. 모든 사람이 평화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세상이 좀처럼 평화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니까.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이 과연 평화를 원할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몹쓸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 그게 사실이니까......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이유를 들자면, 모두가 평화를 원하지만 그 평화가 제각각 이라서가 하나이겠고, 또 다른 하나는 평화의 의미가 단지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 행복 정도로만 인식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평화도 ‘평화 나름’(혹은 ‘나름 평화’)이라는 것이다. 평화라는 말은 같지만 평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와 견해는 많이들 다른 것 같다. 가히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하겠다. 하지만 진정한 또는 근본적인 평화의 조건은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림’에 있다. “만약 행복한 삶이란 것이 소수의 특권층이 무제한으로 선택하고 과다하게 소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수백만의 사람들에게는 중노동과 혹독한 가난을 의미하는 것이 될 뿐이다. 과연 이것을 평화라 할 수 있는가?”(21쪽) 그렇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할 수 없다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없는 평화라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다. 저자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아버지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한 발 더 나가서 평화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오늘날에 대해 “전쟁 상황”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전쟁 반대로 충분한가? 나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서민들이 노예처럼 일해야만 자녀에게 먹일 우유와 빵을 힘겹게 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전쟁 상황과 같지 않은가? 가난한 가족은 단칸방에서 살아야 하는데 부유한 사람들은 공원으로 둘러싸인 호화 저택에서 살고 있다면, 그러한 현실은 전쟁과 같지 않은가?(......)” (21-22쪽)


 이렇기 때문에 진정한 평화는 오늘날의 ‘전쟁 상황’과는 정반대된 무엇이다. 책에서 ‘전쟁의 뿌리’라고 표현되는 ‘사적소유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무엇이다. 그것이 평화의 올바른 정의겠다. 성서에서 평화를 의미하는 ‘샬롬’이라는 말의 정의가 평화의 의미를 더 명확히 해준다. “샬롬은(......)단지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증명한다.”(24쪽) 이제 평화란 단지 ‘누구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의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평화를 찾고,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말처럼 평화에 대한 완벽한 정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의 삶 속에 있는 쓸모 있는 실재로서” 평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참 만만치가 않다. 우리는 그 경험을 위해 매일 매일의 삶 가운데서 투쟁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진리와 거룩함을 지향하는 가운데 모든 부정한 것들을 공격할 줄 알아야한다. 그 뿐인가! 스스로 비천한 사람이 되고자하는 하강운동, 예수처럼 기꺼이 고난 받고 죽음을 감수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 그 자체를 위해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서 평화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71쪽)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평화 찾기가 아니라 사랑의 실천에서 오는 일종의 선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갈고 또 닦아야 한다.  침묵, 굴복, 기도, 신뢰, 용서, 감사, 정직, 겸손, 순종, 결단, 회개, 확신, 섬김과 같은 덕목들은 단지 자신을 더 평화롭고 나은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평화를 위한 ‘나로부터의 시작’이며,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예수가 삶으로 보여주었던 낮고, 깊고, 높고, 넓은 차원의 평화를 몸소 이루어내고자 하는 열망이다. 만약 이와 같은 평화의 덕목들을 업수이 여긴다면 결코 진정한 평화란 오지 않을 것이며, 예수가 살아내고, 십자가의 죽음으로 완성했던 참된 평화는 정말이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겠다.

 

 사실, (사도)바울이란 자의 고백처럼 그리스도가 우리 모두의 평화일 수는 없다. 뭐 그야 종교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나, 평화를 추구하는 방식에 있어서 예수가 완성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해서 이견을 달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그리고 브루더호프 공동체로 들어와 함께 생활한 이들의 증언이 말해주는 것처럼 예수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른 평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평화란 가당치 않게도 ‘(내가)죽음으로써 (모두를)살리는’, 피 철철 넘치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던 평화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평화를 만난 사람들은 안일했던 일상과 이별했고, 폭력과 살기 넘치는 삶과도 결별했다. 자신의 내면은 하나님께로, 외면은 이웃에게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가늠자를 통해서.


 성탄절은 다가오는데 세상은 평화롭지 못하다. 겨울나기 걱정에 시름 앓는 이들도 있고, 아예 걱정을 포기한 사람도 있겠다. 사람들의 외투는 두꺼워졌는데 마음은 더 추워진 것 같다. 2000년 전에 예수는 ‘하늘에는 영광을, 그리고 땅에는 평화’로 왔다고 했다는데 평화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으니 마음이 참 씁쓸하다. 이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당장 이 책이라도 드시라. 그리고는 너무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이 평화의 요청에 응답이라도 해보자.

 “평화는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이웃 앞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의 양심의 빛 안에서 정직하게 살기를 요구한다. 그것은 의무의 짐이 없이는 다가오지 않는다. 평화는 사랑의 행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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