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육신의 문제로 영혼에 짐을 지우지 말라.

그것은 마치

당나귀를 풀밭에 풀어놓고서

예수 등에 네 짐을 지우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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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관계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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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2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돌아본다...
 

10월 23일

형태들이 실재이신 분의 길에 널려 있다.

그것들에 붙잡힐 때

너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24일

모든 우상들의 어미 우상은

네가 '나'라고 부르는 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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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26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나'에요.
소금에 절여 제 몸을 줄인 새우 몇 마리처럼,
당신께 절여 제 몸을 줄이고 싶어요.
내내 '나'때문이에요.
 

10월 21일

아리따운 소녀가 추하게 늙은 원숭이로 생을 마친다.

불과 몇 년에 천사가 눈엣가시로 바뀐다.

인생에서 아름다움이란 잠깐 동안 빌려온 것.

조금씩 조금씩, 하나님은 빚돈을 회수하시고

날마다 날마다, 어린 나무는 시들어간다.

 

이런 글을 너는 읽어보았느냐?

"출생을 선물로 받은 자는 그와 함께

노쇠를 거절 못할 선물로 받은 것이다."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제 나는 비로소 아름다움 그 자체를 찾게 되었다.

살과 뼈를 향한 사랑에 더 이상 빠져들지 않게 되었다.

 

10월 22일

너는 사랑이신 그분을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눈먼 게 낫다.

그렇잖으면, 오늘 여기 있다가

내일 어디로 가버리는

덧없는 연인으로 되고 말 터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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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바람같이 장난같이 시시덕거리며 세월도 빠졌습니다

산들은 활처럼 둥글게 사라져버리고 이 실개천 꽃다홍 주름이 어둠을 다림질하며 저만치 저만치 가버릴 때 바닥에서 스며드는 먹물, 저녁해는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동생들이 누이를 가엾어하는 상처의 실개천엔

누이들이 지는 해처럼 빠지는

내 상처의 실개천엔

세월도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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