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우셨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아득했던 만큼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내내 엷어졌는데요.
할머니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무슨 작심이라도 하신 듯 지난 1년간 고이 쟁여두었던 할아버지의 옷가지며, 물품들을 커다란 상자에 담아 내놓으셨습니다. 그렁이던 눈물이 모르게 흘러내리고, 할머니는 고개를 돌리셨는데요. 저는 아무 할 말 없어 그냥 상자를 나릅니다.
나도 이제 무언가를 꾸려 태우고,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인생의 종착 즈음에 나를 위해 눈물 흘려줄 익명의 사랑을 떠올렸습니다. 세월에는 항상 주름이 있듯이 주름진 사랑이란 걸 조금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늘은 푸르렀구요. 자욱한 연기들에 하나씩 하나씩 할아버지의 자취들이 가뭇없이 사라질 때, 할머니는 저 멀리 할아버지의 산소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