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요 순한 친구와 함께 한 잔 했는데요
시집 그만 보라고 얘기하대요 저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는데요
아마도 친구가 보기엔 시로 하여 제가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픔과 기억을 재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나봐요 그래서 한 마디 했거든요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이 "시를 읽는 일은 영혼의 상처를 소독하는 일이야"
그랬나봐요
우리는 일쑤 상처를 봉합하고 수습하는데만 골몰했지 정작 그 상처를 씻어내고 소독하는 일에는 알면서도 게을렀어요 아니 무서워서 그랬나봐요
저무는 가을녘 마을버스 한 켠에 앉아 시집을 읽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저녁, 아펐구요 눈물도 쬐금 낫지만 그래도 참을만 했어요 참고 싶었어요
여전히 파주의 하늘은 푸르렀고, 금촌의료원 앞길을 거닐며 그 누군가를 비나리하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