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

 

마음은 저만치 흘러나가 돌아다닌다

또 저녁을 놓치고 멍하니 앉아 있다

텅 빈 몸 속으로 밤이 들어찬다

이 항아리 안은 춥다

결국 내가 견뎌내질 못하는 것이다

신발끈 느슨하게 풀고

저녁 어귀를 푸르게 돌아오던 그날들

노을빛으로 흘러내리던 기쁜 눈물들

그리움으로 힘차하던 그 여름 들길들

그때 나에게는 천천히 걸어가 녹아들

저녁의 풍경이 몇 장씩 있었으나

산책을 잃으면 마음을 잃는 것

저녁을 빼앗기면 몸까지 빼앗긴 것

몸 바깥, 창궐하는 도시 밖으로 나간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텅 빈 항아리에 금이 간다

어둠이 더 큰 어둠 속으로 터져 나간다

 

.......................

 

밖은 환해 대낮인데, 마음은 저물어 시방 나는 저녁을 살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산책을 잃으니, 마음 샅샅히 돌볼 겨를 없어
내 '텅 빈 항아리'에 자꾸만 '금이 간다'

'어둠이 더 큰 어둠 속으로 터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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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1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어둠이 더 큰 어둠속으로 터져나가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보내주신 책 잘 받았어요. 너무 기쁘고 복된 선물입니다.
그분의 서체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조근조근 만나겠습니다.
날마다 옳고 좋은 나날!(맞나요?^^) 님에게도 저에게도 그렇기만 하길요..
감사합니다.^^

바람결 2007-10-17 03:28   좋아요 0 | URL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부디 복되고, 기쁜 선물이 되었으면 싶은,
욕심같은 바램도 있습니다. 만,
무엇보다 무위당 선생님의 일화와 서화를 마주하며
높고, 깊은 길을 함께 누려보았으면 싶습니다.

이른 새벽, 오늘 하루도 님께 좋은 날 되시길
마음 모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