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
마음은 저만치 흘러나가 돌아다닌다
또 저녁을 놓치고 멍하니 앉아 있다
텅 빈 몸 속으로 밤이 들어찬다
이 항아리 안은 춥다
결국 내가 견뎌내질 못하는 것이다
신발끈 느슨하게 풀고
저녁 어귀를 푸르게 돌아오던 그날들
노을빛으로 흘러내리던 기쁜 눈물들
그리움으로 힘차하던 그 여름 들길들
그때 나에게는 천천히 걸어가 녹아들
저녁의 풍경이 몇 장씩 있었으나
산책을 잃으면 마음을 잃는 것
저녁을 빼앗기면 몸까지 빼앗긴 것
몸 바깥, 창궐하는 도시 밖으로 나간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텅 빈 항아리에 금이 간다
어둠이 더 큰 어둠 속으로 터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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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환해 대낮인데, 마음은 저물어 시방 나는 저녁을 살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산책을 잃으니, 마음 샅샅히 돌볼 겨를 없어
내 '텅 빈 항아리'에 자꾸만 '금이 간다'
'어둠이 더 큰 어둠 속으로 터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