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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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3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바람결님 서재 부제도 '마음의 여백'이네요.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주일 평안하셨지요? ^^

바람결 2007-09-30 21:49   좋아요 0 | URL
혜경님, 잘 보셨네요.ㅎㅎ
사실 며칠전에서야 이 시를 접했어요.
무릎을 탁 치며 '이거로구나!'했어요.
시 참 좋지요? 정말 여백있는, 틈있는 사람이 되야겠어요.^^

저는 오늘 하루도 평안했구요,
특히 우리가락 찬송을 몇 곡 배우고 전해서 재밌었어요.

아 참, 혜경님도 평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혜경 2007-09-30 23: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찬송가에 우리가락 찬송이 있나 봐요? 궁금해지네요.
그렇군요. 함께 부르며 고양되기에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투리 찬송을 생각하셨던 거였군요.^^
네, 저도 그럭저럭 무탈하니 평안히 보냈습니다.
작은딸만 주일학교 보내고 전 날라리입니다.
그애가 우리집 대표가 된 셈이에요. 오늘 달란트 잔치에서 제 선물로
주방장갑을 사서 왔더군요. 앙큼한 것.호호..

바람결 2007-09-30 23:43   좋아요 0 | URL
우리가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보는 <찬송가>는 아니구요,
<농부 하나님>이라고 하여서 발간된 노래집이 있어요.
비록 일반 교회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토착적인 성격을 담아서 우리가락으로 찬양을 하고픈 마음에
몇몇 뜻있는 교회들이 뭉쳐서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런데 사투리가 담기면 좀 더 토착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 거에요.ㅎㅎ;
조만간 가사는 한 번 올려놓도록 할께요.^^

그나저나 무탈하고 평안한 주말을 보내셨다니 참 좋네요.
게다가 말그대로 앙큼한 따님의 마음이 막 전해지는 것 같아 더 좋네요.
달란트 잔치에서 주방장갑을 사오다니,
정말 여간내기가 아닌가 보군요.ㅎㅎ
따님도 예쁘고, 혜경님도 참 행복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