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신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 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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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글쎄...
똑같이 불쌍하고... 똑같이 아픈 것 아닐까요...
사람들은 앞에 걸 지향하고 있지만 대부분 뒤의 삶을 살지요,
상처받기 두려워 주지 못하는 사람이나 자기의 모든 것을 버려본 사람이나
하나는 안이고, 하나는 겉인 것처럼
그냥... 같은 거란 생각이 들어요.
^^

바람결님, 좋은시에요..

바람결 2007-09-05 22:1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이에요, 알리샤님. 겉과 속이, 안과 밖이 본디 하나인 것처럼 사랑하지 못하거나 사랑하다 버림받거나 모두 똑같은 아픔일테지요. 그런데 시인은 '가슴팍에 수십 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인 줄 모르고, 또 사랑을 열망하네요.

하고보면 저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이 시를 올려놓았답니다...알리샤님, 참 좋은 시면서 아픈 시지요? 그렇지요...?

2007-09-06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6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