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빛이 지나가는 계절이다. 구름들이 태양을 밀어 올린다. 술 취한 자는 다시 깨어나지만 여전히 숙취가 남아 있다. 춤을 위한 북소리가 흐느끼는 피리소리로 대체되고, 꿀은 식초로 바뀐다. 너는 이미 도달했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겨우 출발이다.

연애편지를 쓰는 것은 이별의 전주(前奏)일 뿐, 슬기로운 척하지 말라. 너 자신을 어리석은 바보로 만들 뿐이다. 슬프게 울어라. 눈물이 너를 진실하게 만들 것이다. 네가 도달할 때마다 사랑이신 분은 떠난다. 그래서 너는 버림받은 느낌이다. 네가 무슨 말을 했던가? 그렇다. 너는 하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네가 일어설 때 사랑이신 분은 결코 당신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너 아니면 그분이다. 네가 선택하라. 사랑이신 분이 당신의 무아 바다(無我海)에 빠져 죽을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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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신 분, 높으신 그분,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음을 잊기 쉽습니다.
그럴 충분한 자격이 있는데 너무 과소평가한 건 아닌지... 무아바다(무아해)란 말이
참 자조적이네요. 나르시시즘의 해악 같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고, 제가 선뜻
다가서지도 않고 머뭇거리며 살지만 사랑이신 분이 늘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낍니다.^^

바람결 2007-09-02 22:50   좋아요 0 | URL
혜경님, 그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저는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을수록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아직 멀었지만요...;;) '선뜻 다가서지도 않고 머뭇거리며 산다는' 혜경님의 고백이 참 아릅답게 들립니다. 머뭇거림...화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