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모든 것 - 2017년 제6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금희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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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 많은 문학잡지를 구독하며 읽었었다. 그중 [현대문학]과 [문학사상사]라는 두 문학잡지는 매월 정기구독을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쌓이던 책을 처지 곤란해서 지금은 고향집 창고 어딘가에 쌓여 있을 것이다. 이제는 매월 읽을 시간과 책을 쌓아 둘 공간도 없이 바삐 살아간다. 그래도 매년 두 출판사에서 나오는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구입해서 읽으려고 노력한다.

한 해가 지났지만 지난해에 다 읽지 못한 [2017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을 다시 읽었다. 2017년 현대문학상 대상은 2016년도부터 인기를 끌고 있던 김금희 작가가 차지했다.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2016년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수상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와 비슷한 구조이다.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세상에서 정처 없이 달려가던 한 남자가 실패를 맞본 후 다시금 우연히 대학교 때 만났던 양희를 기억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양희의 연극을 보면서 세상의 흐름에 맞춰 온 자신에 달리,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양희를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내용이다.

[체스의 모든 것]의 주인공은 대학을 졸업한 후 치열하게 살고 있는 한 여성이다. 소설은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났던 노아 선배와 국화라는 친구에 대한 회상이다. 항상 다른 사람과 달리 삐딱하고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던 노아는 호적수인 국화와 체스판에서 부딪힌다. 둘은 체스판의 룰을 가지고 옥신각신하고 싸우면서도 계속 붙어 다닌다. 항상 자신만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노아도 웬일인지 국화 앞에서만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오랜만에 만난 노아와 국화 모두 자신만의 길을 걷다가 매우 지친 상태였다.

소설집에는 김금희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세실리아]라는 작품도 실려 있다. 이 작품 역시 앞의 소설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더 어둡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혼을 하고, 빚도 많은 한 여성이 대학교 때 요트 동아리 멤버들과 만남에서 세실리아라는 친구를 떠올린다. 그리고 세실리아를 만나고 자신과 같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세실리아를 만난다.

시대와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 있다. 윤대녕 작가의 [경옥의 노래]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작가로서 궁핍한 삶을 살고 있던 상욱이라는 주인공이 20여 년 전 통영에서 만났던 경옥이란 여성을 다시 만나면서 시작된다. 경옥은 짝눈이라는 놀림을 당하는 오드아이라는 특유한 눈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로 인해 어려서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 태어나면서부터는 친엄마와 떨어져 계모 밑에서 매를 맞고 자랐다. 그럼에도 노래 실력이 있어 여기저기 떠돌며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경옥은 상욱을 만나 둘이 사랑을 하지만, 무언가가 계속해서 경옥을 안착하지 못하고 떠돌게 한다. 그리고 결국은 속초로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뉴스는 온통 강남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과 같은 단어들이 되풀이된다. 모두들 살기 위해서 아둥바둥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집과 돈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실패하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 세상이 만든 체스판 룰대로 따라가는 사람들만이 인정받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 자신의 룰 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렇게 자신의 룰대로 살아가다가 이리저리 찢기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판단하기보다는 세상에서 이리저리 찢기고 상처 입은 영혼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도 체스판의 룰에 조용히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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