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배출하지 않으면, 진정한 내 모습이던 위선적인 내 모습이던간에 표출하지 않으면 터져버려 내 몸둥아리가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그런 심정이다. 감정에 얽매여 글을 쓴다는 건 자칫 실수나 과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표현하지 않는다면, 실수도 없겠지만 결과도 없고, 과장도 없겠지만 사실도 없다는 것 또한 잘 안다. 그러기에 난 표현하고, 그런 난 감정적이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상대방의 심리 상태까지 이해해주기 바라는 것은, 20점짜리 시험지를 쥔 어머니에게 자식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언어는 문자로 전해졌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문자 자체의 애매함과 모호함정도의 해석의 폭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글은 무섭고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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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6-02-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글을 쓰는 사람의 상황과 글을 읽는 사람의 상황의 조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까지 싱글('아직'과 '싱글'이 함께 사용되어 발생되는 사회적 용인의 문제는 차치하자)인 난, 각종 이벤트에 초대를 받는 수혜자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사회(학)적 지위가 언제까지 지속될는지 알 수 없기에 주어진 순간순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진인사 대천명'을 가슴 속에 되뇌이며 말이다.

어제도 난 최선을 다했다. 자세는 흩트러짐 없었고, 목소리는 낮되 거만하지 않았으며, 시선처리의 형평성을 유지했고, 몸짓은 적절하게 과장됨이 없었다. 적당한 유머로 분위기는 애애했고, 상대방의 불명확한 의사 전달을 적절한 paraphrasing으로 부드럽게 연결시키는 여유 또한 잃지 않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적당히 낮은 조도는 생면부지의 어색함을 가려주기에 충분했고, 룸 안에 충만한 샹송은 의미를 파악하려는 본능적 욕구마저 근접하지 못하게 하여 우리 모두를 서로에게 충실하게 했다.

그녀들의 직업은 방송댄스 선생님이었다. 방송댄스도 정규교육과정이 있냐는 바람빠지는 질문에 불편한 기색없이 친절히 설명해주는 그녀들을 보면서 난 문득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일에 대한 열정, 내겐 흐릿해져 윤곽조차 희미해진 말이 그녀와의 대화속엔 넘쳐났다.

가벼운 와인과 서로의 눈빛으로 취해버린 우린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는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멍석은 깔려졌다. 그녀들의 현란한 가무(특히 '무')에 비하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는 노래방 조명은, 수학여행에서의 급조된 스위치 on/off 조명마냥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너무나 빨리 가버린 시간이었다. 아직도 그 웨이브가 눈앞에 아른아른한데 말이다.

'댄스'하면 하루끼의 '댄스댄스댄스'가 생각나는 지금의 나도

 "댄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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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작이 짧은 하루를 만들었습니다.
일찍 눈을 떴지만,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12시가 되서야 여전히 찌뿌드드한 몸을 바로 세웠으니까요. 덜 깬 잠을 달고 스포츠센터로 갔지만 휴관이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언듯 운동과 헤어컷의 관계가 묘연할 수도 있지만, 두 행위 모두 씻어야 완결되는 행위임을 감안할 때 교집합은 자연히 생성됩니다.
김밥을 두 줄 사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거실 쇼파 위에서 김밥을 먹으며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만끽했습니다. 농어촌 생활-좀 좋게 말하면 전원생활-의 매력은 여유로움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한적함 같은 거 말입니다.
거울을 봤습니다.
조금만 잘라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언뜻언뜻 비춰지는 스포티함에 좀 짜증이 났습니다.  
올 겨울 컨셉으로 정한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였는지도 모르지만.
침대에 걸터앉아 책장을 바라봅니다.
사재기 했던 책들.
민음사의 '세게문학전집'이 이빨 빠진 모습으로, 아니 거의 잇몸만 있는 상태로 덩그러니 책장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뽑습니다.
다른 책들에 눌려 온기 어린 시선조차 받아보지 못한 책들.
그들과 더불어 변화하려 합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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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알라딘에서 처음 구입한 책'에 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 글들은 제게도 '알라딘 서재'의 시작을 생각하게 합니다. 
제게 알라딘 서재는 '책읽고 간략하게 느낌을 적는 공간'이라는 다소 일차원적인 의미부여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차원적인 의미조차로도 이용되고 있지 않지만 말이죠.
처음엔 리뷰를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하기를 반복했었습니다.
좋다 못해 너무 감동적인 리뷰를 읽으면서 제 자신에게 엄격한, 그래서 넘어설 수 없는 잣대를 들이댔던 겁니다.
고등학교 교지편집부 시절로 되돌아온 기분입니다. 빨간색 교정부호들이 둥둥 떠다니던 원고지 속 세계로 말이죠.
세월은 흘러 강산은 변했고, 과거의 我가 있었기에 현재의 我가 있겠지만, 지금의 제 모습 속에선 과거의 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절.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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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11-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박한 배는 아름답지 않다고 하더군요.자살한 작자가 하는 말이니 얼만큼 무게를 둬야할지.
아, 참. 페이퍼 읽고나니 얼떨결에 한 학기동안 교지 만드는데 부역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세월이 흘러간 만큼 나는 뭐가 변했는지`, 좋은 것만 변질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파란여우 2005-11-2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님! 변화를 이 동네에서 저와 시작하시자니까요^^

털짱 2006-02-2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작업하고 계시네요.^^
 

한동안 정신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도 아니고, 가슴 깊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려고 그랬던 것도 아니다. (사실 그게 뭔지도 모른다)
다만, 험준한 인생 속에서 안전 고리 하나 걸어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발을 헛딛여 천길 낭떨어지로 한없이 추락하면서 이제는 끝이구나,하고 체념하다가 '덜컹~'  하고 몸이 정지되길 바랐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자, 맘 속으로 몇번을 다짐하지만, 막상 갈라진 바위 앞에 서면 그 너비가 어떻든간에 현기증으로 머리가  윙윙거리고, 두다리는 덜덜거리기 일쑤다. 그래도 여전히(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이란 단어가 주는 가슴떨림을 즐긴다.

어제는 피아노 학원도 등록했고, 그동안 서평을 쓰겠다,하여 받은 책도 3권이나 된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활동도 열심히 해야하는데...

다시 바빠질 내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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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5-3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깊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 저도 사실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poptrash 2005-05-3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알기만 하면, 망하더라도, 뭐 어떻게 되더라도 한번 미친척 하고 뛰어볼 수도 있을텐데요 그걸 향해서. 그쵸?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이에요 ^^

hanicare 2005-05-3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님의 서재에서 결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반가와서 인사합니다. 이렇게 댓글로 마주치긴 오랫만이네요.저 메인이미지 예전에 키노가 한참 왕가위fever로 울긋불긋할 때 표지로도 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타락천사'를 보고 혹 그가 아버지가 된 건 아닐까 짐작했다가 인터뷰 기사에서 그걸 확인하고는 그도 변하지 않나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화양연화로 오랫만에 만난 그는 변하지 않았더군요.
반가와서 말이 길어졌네요. 피아노님의 양해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