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위하여

- 정 호승 -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死産)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늘 새벽, 슬픔으로 가는 길을 홀로 걸으며

평등과 화해에 대하여 기도하다가

슬픔이 눈물이 아니라 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저 새벽별이 질 때까지

슬픔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말라.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하라.

슬픔의 어머니를 만나 기도하라.

================================================================================

문득 별에 관해 생각해본다.

마지막 비행에서 별들 사이로 잠적해버린 생텍쥐베리처럼

우리는 우리의 슬픔의 눈물을, 그리움의 시선을, 외로움의 한숨을 별들 사이로 날려버리면

모두가 잠든 새벽녘,

별들은 가슴속 하나 가득 넘쳐나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그것이 별똥별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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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6-1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 얼만큼 걸어야 하나요?
새벽이 될 때까지? 생이 다하는 날까지?

님의 글을 읽으니 오래 전 별이 되어 버린 내 친구와 사랑했던 사람과,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생각나는군요... 그래서 그럴까? 저는 별을 바라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울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요. 죽어서 별이 되어버린 사람들 때문에...

잉크냄새 2004-06-1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슬픔은 삶의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너무 초연하고 완전하면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시 일어서 걸을수 있다면 삶의 신기루 또한 삶의 커다란 원동력이겠지요.^^

tnr830 2004-07-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넘 좋네요^^
슬픔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말라.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하라.
맘에 와닿는 구절^^;;;
어려운 얘기...
퍼갈께요^^

 

회사동료가 생일이라 호프집으로 갔더니 벌써 분위기가 곤드레만드레이다. 업무가 조금 늦게 끝나 빈손으로 갔더니 생일 선물을 달라고 주정을 부린다.

나 : 뭘 갖고 싶은데?

친구: 대충 분위기 있는것, 아무거나 다오.

책이라도 한권 사서 선물할까 하고 호프집을 나서려는데, 눈에 확 띄는 것이 벽에 걸려있다. 우리나라 유명 주류회사에서 발급하는 6장짜리 달력. 옷을 헤벌레~ 하게 입은 6명의 여인이 등장하여 야시시한 웃음을 배시시 흘리고 있는 그 유명한 달력이다. 대충 모인 사람들 눈치를 보니 술이 곤드레만드레인지라 성공확률이 높을것 같다. 다른 손님들과 아르바이트생의 눈을 피해 잽싸게 달력을 걷어 화장실로 들어가 생일케익 포장에 쓰인 끈과 포장지로 대충 꾸미니 선물티가 좀 난다.

나 : 그림이다. 가져라.

친구: 왠 그림이냐?

나 : 분위기 있는것 달라고 했잖아. 영국의 라이언 킥스 ( 축구선수) 가 그린 6명의 여인들 ( 1명의 여인당 2달을 표시한다) 이다. 영화 8명의 여인들이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더라. 집에 가서 풀어봐라.

친구: 고맙다.

고맙긴 고마웠던 모양이다. 술에 취한 녀석을 택시에 태워 보내주는데 그 그림만큼은 손에 꼭 쥐고 탄다. 며칠간은 피해다녀야할것 같다. 그 녀석의 성격상 진짜 유명인의 그림보다 달력속의 6명의 여인에게 더 정이 갈것은 당연지사일것 같지만 그래도 생일선물로 달력은 좀 그렇다.

명화를 첨부하고자 하나 심의상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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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6-09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하고 같이 일하면 일단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라이언 킥스가 그린 <6명의 여인들>이라. ㅎㅎ!

Laika 2004-06-0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가서 풀러보고도 정말 맘에 들어하지 않을까요? ㅎㅎ

미네르바 2004-06-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 (ㅎ , ㅎ, ㅎ) ... 그냥, 한참 웃다가 갑니다요. ^^
그 뒷얘기도 꼭 써 주세요. 그 친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불량 2004-06-0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도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뒷 야그 기대할게요.

잉크냄새 2004-06-1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얘기는 별거 아닙니다. 그냥 내년에는 년초에 달라고 하던군요.
그나저나 혹시 나중에 이벤트라도 하면 이벤트 선물로 사용할까 고민중입니다.^^

stella.K 2004-06-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괜찮은 건가요?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소장 가치가 있으면 또 기어이 받아야죠. 누구의 선물인데.^^
 

드디어 화산논검배 투어 경기가 다가왔다. 작년에 처음 시작하여 각 팀들의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낸 비공식 축구시합이다. 회사 지원도 없고 진팀이 이긴팀 저녁 한끼 사주는 친선대회로써 특별히 단체 운동을 할 기회가 적었던 타팀들에게 축구 신드롬을 불러켰다. 레알 마드리드나 브라질이 월드투어를 하듯이 우리팀이 회사내에 투어경기를 갖는다.

매주 수요일 가까운 초등학교나 중학교 운동장을 예약하여 6시 정도부터 7시 30분까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곤 한다.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한 년령대가 뛰어다닌다.

작년에 우리팀은 인원이 적은 까닭에 옆팀과 섞어서 한팀을 구성했다. 전적은 5승 1무로 무적의 팀으로 군림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팀 평균 년령 36세 정도이니 해가 거듭될수록 전력이 급하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이 팀에서는 서열이 밑에서 세번째 정도로 팀 평균 나이를 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스트라이커가 40대 초반이니 뭔 말이 필요할까. 새로 들어오는 신입은 축구와는 인연이 없는지라 조만간 팀의 몰락은 당연한 수순일것이다.

6월부터 새벽 조기축구도 부활했다. 현재 상태로는 매주 전후반 1시간 이상의 전력투구가 힘들것이기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본격화되면 우리 팀 선수중 5명 정도가 새벽에 발을 맞추게 된다. 5시 30분부터 7시까지의 운동, 올해도 전승을 이끌기 위해 새벽잠을 좀 없애버릴 생각이다.

조만간 각 팀간에 출사표가 돌아다닐것이다. 각 포지션의 개성에 맞는 강호무공 ( 탄지신공, 일양지, 타구봉법, 황룡십팔장, 좌우호박기술,독고구검, 빙백신장 등등) 을 얼버무려 강호출사표 비슷하게 도전장을 던지게 된다. 이 게임의 명칭이 <화산논검>이라 칭하여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팀명 또한 무림명칭을 따른다. 작년에는 <무림혈맹>이란 명칭아래 사파의 거두로 자리잡았는데 올해는 정파의 선봉으로 서야할것 같다. 일단은 몸을 푼다는 의미에서 약체 팀 2개 정도가 선정되지 않을까 싶다. 6월말 그 화려한 개막전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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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6-0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용어를 빌려오니 재밌네요.
앗, 갑자기 김용 소설이 보고 싶어졌어요. 특히 영웅문 2부가...-_-;;

호밀밭 2004-06-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유로 2004보다 더 열광적인 무대겠네요. 요즘 축구에 대한 열기가 사라져서 유로 2004 중계를 찾아서 볼까 하고 있었는데. 개막전 준비 잘 하시고, 허리, 다리 삐지 않게 조심하셔야겠네요.

잉크냄새 2004-06-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발목을 삐어서 지금도 한의원에서 침 맞고 회사복귀하는 길입니다.
축구가 의외로 부상 위험이 높죠. 저도 군대축구에서 앞니 한대 해먹고, 회사축구에서는 매년 1달 정도는 절룩거리고 다닙니다.

메시지 2004-06-0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완쾌하셔서 그 많은 무공을 선보이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불량 2004-06-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김용.. 하필이면, 고2여름방학때부터 알아부러서.. ^^

잉크냄새 2004-06-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용의 영웅문을 고2때 알았답니다.
개인적으로 사조영웅전이 가장 좋았는데, 그중 북개 홍칠공의 팬이었죠.
 


유월의 숲에는

  
                -  이해인 -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 오네

아카시아 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 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 나네

유월의 숲에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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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6-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월의 숲에는 녹음 짙어오겠네.
초록보다 더 짙은 그리움 묻어나겠네.

stella.K 2004-06-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퍼가요.

K②AYN-쿄코 2004-06-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 시를 읽으니 쿄코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2004-06-06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6-0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요즘 시의 세계에 퐁당 빠지셨네요^^

미네르바 2004-06-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 짙어가는 유월의 그늘 아래, 내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 놓네.
'눈부신 초록의 /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나도 그러고 싶네... 시 참 좋네요.^^

2004-06-0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이 어떤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면 무의식중에 자기 위주의 상상이나 환상에 빠져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이러할것이라는 사고가 고개를 드는 순간 이성이 제어할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돌발적인 행동, 기분나쁜 경험이다. 군대에서 초병 근무 수칙중 "한곳에 집중하지 마라" " 상상하지 마라" 가 있다. 환상에 사로잡히는 순간 초병의 역활은 끝나는 것이다.

1) 개나리색 택시

4월달 남도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때의 일이다. 하동에서 진주로 넘어가는 산길 국도에서 시속 75km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앞쪽으로 경운기가 지나가고 있다. 전체 도로는 완만한 커브길. 추월을 위해 반대차선을 살피니 경우기 조금 앞쪽으로는 개나리가 지천에 피어있고 그 한참 뒤에 갤로퍼가 달려오고 있다. 경우기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넘는 순간 갑자기 개나리 사이에서 개나리색 택시가 튀어나온다. 순간적으로 핸들을 꺽으면서 급정거를 하여 사고는 면했지만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단순히 근접색에 의한 착시라는 생각보다는 순간적으로 나의 사고를 지배한 환상 ( 봄날의 개나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착시라면 그런 사고의 위험은 너무 많았을테니까...

2) 추락

이 내용은 언젠가 페이퍼에 쓴 적이 있다. 손가락 10개에 내 체중을 모두 싣고 20m 정도의 높이에 매달린 적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손가락에 전달되는 체중이 자꾸 배가되어지던 순간,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분명 허둥되는 다리 조금 밑에는 발판이 있을거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손가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풀렸고 난 중력의 법칙에 의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발에 닿는 느낌이 오지 않음을 느꼈을때 난 기절했고 깨어보니 전깃줄을 붙잡고 있었다.

흔히 이야기되는 소재중 눈속에서 동사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많다. 눈을 감고 잠이 들려는 자와 깨우려는 자, 눈을 감으려는 자의 머릿속에는 분명 따스한 열대의 어느 해변이 펼쳐지고 있었음이리라. 그런 환상속에서 그는 해변에 몸을 맡기고 얼어죽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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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6-0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20m 높이에는 왜 매달려 있었던거죠? 여자친구 집에서 쫓겨나서 매달려있었던가요? 아니면 도적질이라도...아니면...아니면...? 상상하지 말까요? (페이퍼를 다 뒤져 봐야겠군요^^)

잉크냄새 2004-06-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상상이 좀 껄쩍찌근하네요^^ 난봉꾼, 도둑놈....ㅎㅎ

호밀밭 2004-06-0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서 잠을 잘 때 착시의 순간, 전 가위 눌릴 때 경험하는 것 같아요.
분명히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저는 계속 누워있고, 또 일어나서 도움을 청했는데 아직도 누워있고. 그러다가 일어나서 잠을 깼는데 그것도 꿈인지 현실인지 흐릿할 때의 느낌.

음, 저도 그 매달렸던 사연이 궁금한데요. 유부녀와 몰래 연애하다가 혹시 남편이 들이닥치는 그런 사연은 아니시겠죠. ㅋㅋ


잉크냄새 2004-06-0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ㅎㅎ 두분 다 상상하지 마세요!

waho 2004-06-1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m 높이에서 떨어지다 전깃줄 잡고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신 건가요? 넘 위럽한 상황인데...어쩌다...전 꿈에서나 떨어져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