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유난히 울음이 많으신 여선생님이 계셨다. 도덕 선생님, 막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발령을 받은 학교가 우리 중학교였다. 학생들의 짖궂은 장난에 눈물을 참 많이 흘리신 분이란 기억이 난다. 처음 매를 드신 날도 울었고 출입문에 올려논 세숫대의 물세례를 받았을때도 울었다. 수업 시간에 잠시 나가 눈물을 닦고 들어와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수업을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도덕 선생님에게 흑기사가 한명 있었다. 기술 선생님, 그 당시 노총각 선생님으로 솔직한 행동과 유머감각으로 학생들에게 꽤나 인기가 좋았다. 그 선생님의 T자를 이용한 종아리 치기 타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뼈속까지 깊은 울림을 남기는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도덕 시간에 발생한 문제까지 연관하여 매를 드시니 불만이 있을수밖에, 지금의 우리라면 그 아련한 심정 십분 헤아려 흔쾌히 맞아주겠지만 그때는 정말 싫었다.
흑기사의 체벌로 가장 악명이 높았던 것이 한겨울의 체벌이었다. 그 당시 중학교는 3층만 올라가도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이라 한겨울 바다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치는 곳이었다. 한겨울의 바다바람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혹독한 바람이다. 살을 벤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도덕 선생님이 울고간 어느 겨울날, 기술시간에 제도실 대신 옥상으로 집합했다. 그 혹독한 체벌이란 것이 눈 쌓인 옥상에서 팬티만 남기고 전부 벗은 후 양팔벌리기로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물통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수업 내용 물어보고 얼굴이나 가슴에 물방울 튀기기였다. 이빨을 달그락거리며 부들부들 떠니 답인들 생각나겠는가. 거의 백전백패지. 이런 상황에서 가장 부러움의 눈길을 받는 녀석이 바로 팬티 안입고 온 녀석이다. 꼭 한둘은 있었던것 같다. 인간의 기본 존엄성이 있는지라 어찌 홀라당 벗길수 있겠는가. 팬티 안 입은 애들은 바지입고 체벌을 받으니 의기양양(?)해 질수 밖에...대신 물 세례는 더 받았지만...
어쨌든 그해 겨울, 팬티 안 입은 애들 빼고는 상당히 추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