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시절 고입시의 압박에 시달리며 야간자율학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때의 일이다. 친구 녀석 하나가 왼팔을 거의 쓰지 못하고 한쪽 다리를 절며 오른손에는 꽃무늬 방석 하나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몸상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 바로 이 녀석이 <방석도둑>이다.
시험을 앞두고 이성의 방석을 깔고 앉으면 합격한다는, 합격엿이나 합격떡보다 그 효염이 월등하다는 <합격방석>. 야근 교사가 엄중히 돌고 있는, 괴기영화의 단골 손님인 한밤의 여학교를 들어가 방석을 ( 사전에 공부잘하는 학생의 자리를 알아두어야 한다. 아니면 꽝이라는 속설이 있다.) 훔쳐나와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이 녀석,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후에 88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여학교로 향했다. 미리 확보한 정보에 의해 방석을 훔치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2층에서 내려오다 야근을 돌고있는 선생님한테 걸린거다. 3층으로, 2층으로 도망다니며 수많은 몽둥이 찜질을 왼팔로 막아내며 급기야는 2층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다 발목을 삐끗하고 기다시피 오토바이에 몸을 실어 도망온 것이다. 친구들의 찬사를 들으며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아 회심의 미소를 띄우는 모습은 나름대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과연, 그 효과는 있었을까? 실제로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에서 명문고로 진학하는 학생이 50명 가량이었는데, 그중 상당히 아슬아슬한 축에 속하던 녀석이었다. 그해 입시시험. 그 녀석은 200점 만점에 199점으로 명문고 2등으로 들어갔다. 방석의 효염을 톡톡히 보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주의사항) 방석은 선택이 중요하다. 괜히 치질걸린 애들 방석이나 뭐 이런거 집어오면 그날로 매장이다. 고2때 재미삼아 시도했던 친구 녀석은 치질이 걸려 1년동안 엉덩이를 반 정도 들고 수업을 받다시피 했다. 우리가 명명하니 그 방석이 바로 <치질방석>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