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벌써 세번째이다. 대학시절의 어느 겨울날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던 버스에서 들은 조영남의 <화개장터> 에 이끌려서 한번, 몇년전 진주 친구의 상가집에서 밤을 새고 졸린 눈을 비비며 달려온것이 두번.. 두번 모두 <쌍계사 십리 벚꽃길>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일정을 맞추어서 도착했것만, 보이는 것은 온통 자동차의 행렬이다. 임시로 마련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시킨후 걷는다. 자동차의 소음, 인간의 소음, 상가의 소음....이미 그것은 길이 아니었다. 길은 사람이 다닐때, 생명이 깃들때에만 길의 운명을 지니는 것이다. 자동차와 소음이 점령해버린 길, 그것은 길이 아닌 도로이다.
벚꽃이 지고 있다. 그러나 낙화한다는 표현을 쓰기가 민망스럽다. 자동차와 소음에 찌든 생명이 나무와의 이별을, 그것도 가장 고통스럽다는 생이별을 고하고 있다. 그것은 낙화가 아닌 죽음이다.
멀리 산속에 밝혀져 있는 불이 그나마 쌍계사의 불빛이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도착한 그곳 또한 온통 상가 투성이임을 알았을때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려 떠나다.

마지막으로 내려오며 바라본 어두운 밤 벚나무 위로 솟아오른 달이 그나마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