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어를 영어식 발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표의문자가 가지는 한계일수도 있지만 중화사상에 입각한 민족 특유의 아집이 한몫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비록 중국어가 언어사용 인구수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실질적인 문화 영향도 측면에서는 영어에 비할바가 아직은 아닌것 같다. 무서운 속도의 경제와 국력의 증강, 세계 방방곳곳 생활터전을 자리한 중국 민족, 태평양을 건너온 세계의 주도권이 일본을 거쳐 중국에 상륙 준비중이지만 중국어의 위상이 영어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리라.
여기서 느끼는 의사소통의 문제중 아쉬운 것은 한국과 중국의 한자 차이와 영어식 발음의 차이이다. 한자는 중국인들이 약식을 사용하는지라 또다시 암기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동일 문화권에서 일어나는 공통현상인지 아니면 생존본능에 의거한 기억력의 일시적 증가인지 아무튼 잊고 살던 한자가 하루가 다르게 머리속에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중국어 약식 표현도 단순히 읽는다는 문제에 이르면 의외의 속도로 기억에 각인된다. 역시 동일 문화권의 힘인가 싶다.
영어식 발음에 이르러서는 암울해진다. 예를 들면, "budweiser"를 한국식으로 발음하면 "버드와이져" 인데 중국에서는 "바이웨이"라 발음한다. 처음에는 자꾸 바이웨이 라 하길래 술 주문하는데 뭘 자꾸 사먹으라고 하느냐고 짜증이 나긴 했다.-,.- 현지인들 교육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RP는 물론 생산 시스템의 기본적인 용어들은 영어로 구성되어 있으나 공통용어마저 중국식으로 발음하니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은 사성이 존재하고 F/P나 B/V등 한국인이 구분하기 힘든 발음에 탁월하니 영어가 쉬울것이라고,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공통어는 그냥 공통어로 좀 외우라고 은근히 핀잔을 주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될까.
한국어는 그들이 가르쳐주는데로 중국어로 떠들지만 바나나를 바나나라고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바나나, 중학교때 연습장에 수십번 쓰면서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외운 대단한 단어이다.(바나나, 대학교때 호프집에서 처음 봤다) 회초리 맞아가며 어렵게 외운 바나나를 香蕉 (시왕찌아오)로 또 어떻게 외운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