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병률

 

 
빈집으로 들어갈 구실은 없고 바람은 차가워 여관에 갔다
마음이 자욱하여 셔츠를 빨아 널었더니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눈물 같은 밤
그 늦은 시각 여관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옆방에 머물고 있는 사내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왜 그러느냐 물었다
말이 하고 싶어서요 뭘 기다리느라 혼자 열흘 남짓
여관방에서 지내고 있는데 쓸쓸하고 적적하다고

 

뭐가 뭔지 몰라서도 아니고 두려워서도 아닌데 사내의 방에 가지 않았다
간다 하고 가지 않았다

 

뭔가를 기다리기는 마찬가지,
그가 뭘 기다리는지 들어버려서 내가 무얼 기다리는지 말해버리면
바깥에서 뒹굴고 있을 나뭇잎들조차 구실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셔츠 끝단을 타고 떨어지는 물소리를 다 듣고 겨우 누웠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
온다 하고 오지 않는 것들이 보낸 환청이라 생각하였지만
끌어다 덮는 이불 속이 춥고 복잡하였다


 

 

 

부탁하신 셔츠빠는 시예요 ㅎㅎ
이시 알고 있으실거 같아서 일부러
댓글안에 제목을 `제목아닌것`처럼 넣어놓았는데.
^^


가끔그럴때 있지 않나요?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처음부터 혼자라는것에 기대어 타기로 작정한 기차인데.
발차소리가 들려오면


 정말로 이상하게.
홀가분한보다 더한 외로움이 밀려오쟎아요.







그때 내옆에서 잠을 자거나 신문을 보거나.

하는 낯선사람.
단지 우리에게 인연이라고는 도착시간까지
동석하는것 일뿐인데
역을 나서는 순간
다시는 못볼지 모르는  남남일뿐인데

 

그래도.
어색함을 비집고 한번쯔음 묻고 싶은말



 

야심한밤 귀뚜라미아가씨에게
건네고 싶으셨을거라고 내심짐작하는
그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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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야기할 수 있어요 :)

잉크냄새 2007-07-0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춤인생님 고마워요. 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에 실린 시로군요. 저도 이시 괜시리 마음에 남아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목차에 표시해놓은 시네요. 읽을 당시에 몇번을 읽어봤던 시죠. 뭐라 말할수 없는 여운이 머물던 시...

춤추는인생. 2007-07-0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네~ 언제든 이야기할수 있어요
지금도 하고 있쟎아요 이렇게^^

잉과장님 `뭐라 말할수 없는 여운이 머물던 시` 네 그 시 맞아요.^^
그때 제 옆좌석에서 시한번 읽고 숨한번 크게 들이쉬며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남자. 혹시 잉과장님?ㅎㅎ

은비뫼 2007-07-09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잉크냄새님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시 마음에 닿네요.

잉크냄새 2007-07-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아마 책은 떨구고 침 흘리며 창문에 머리 꽁꽁 부딪히는 사람이 저일겁니다.ㅎㅎ

은비뫼님 / 그죠? 그의 시집 "바람의 사생활"을 읽으면서 무심히 넘어간 시를 춤인생님의 글을 통해 하나둘 다시 느끼고 있지요.

icaru 2007-07-2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음악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던 것이었떤 것이군요~!!

잉크냄새 2007-08-07 12:55   좋아요 0 | URL
이제서야 눈치챘던 것이었던 것이었떤 것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