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만에 밤샘을 한다. 회사가 MH사단에서 MK사단으로 인수합병된 이후 보고 체계의 변화라면 긴급성에 있다고 할수 있다. 기존에는 서류작성 시점의 결정이 작성자에게 있었다면 지금은 지시자에게 있다. 저녁때 숙제를 던지고 익일 아침에 결재를 올리는 참 비민주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 인수합병후 피부로 가장 실감나게 느끼는 기업 문화 변화의 한 단면이다.

가끔 하는 밤샘은 가벼운 일탈의 성격이 강하다. 새벽 2시경에 야참으로 정문에서 라면을 먹고 단골 호프집에서 사장님이랑 맥주 1000cc를 들이키고 건들건들 들어와 금연 구역인 사무실에서 주구장창 담배를 피워대며 자판을 두드리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니 말이다. 신입사원때의 가벼운 긴장과 성취감 대신 지금은 의무감이라는 짐이 어깨에 떡하니 앉아있는 것이 다소 불만이긴 하다.

밤샘하면 생각나는 것이 야간 당직이다. 지금은 용역인 경비 아저씨로 대체되어 야간 당직이 없어졌지만 입사 4년 정도까지는 당직이 존재했다. 특히 주말, 여름휴가, 명절 당직은 신입사원의 몫이었으니 그 당시 당직은 불만의 요소였다. 주간 당직을 선 다음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맛은 참 달콤했는데 신입에게 떨어지는 명절 당직은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모든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을 하나둘 떨어버리는 특성이 있는지라 아주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왼쪽 팔에 차던 당직 완장도, 당직 코스를 따라 걸려있던 타임 체크기도, 그리고 학교 복도만큼이나 무섭던 외진 곳의 순찰도 희미한 미소와 함께 떠오르곤 한다.

기억나는 사건 하나 - 자전거 사건
- 일산에서 이천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 차로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되던것 같다. 젊은 혈기라고 할까, 정신이 나갔다고 할까, 동기 녀석이 저녁 당직을 서기 위해 운동삼아 일산에서 이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물론 다음날 새벽에 거의 쓰러질듯이 도착했다. 하루를 꼬박 자전거를 타고 달린 셈이다. 다행히 신입사원인 동기들로 당직 순번이 구성되었기에  동기들이 당직 시간을 연장하고 당직실에 널부러진 그 녀석은 자전거와 함께 차에 태워 일산으로 다시 돌려보냈었다. 며칠을 널부러져 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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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11-1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아무리 젊은 혈기라도 그런 엄청난 일을 생각하시다니.....
일은 다 끝내신거지요? ㅎㅎ

프레이야 2006-11-1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밤샘은 힘들죠. 고생하셨어요.
며칠을 널브러져 계셨던 그 동기분 대단하십니다^^

Mephistopheles 2006-11-1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항우장사라 할지라도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 철야에는
당할 재간이 없죠..^^

icaru 2006-11-1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직 완장이라~ 선도부 완장이후로 참 신선해요.
일이 많아도 눈치껏~ 쉄쉄 하세요~

파란여우 2006-11-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연배가 있으신데 철야 시키는 회사 넘 얄며요 그쵸? 히히===333

가시장미 2006-11-1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배가 있으시다니... 무지 궁금하네요. 으흐흐===333

잉크냄새 2006-11-1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계속 늦어지고 있네요.ㅎㅎ
배혜경님 / 그 이후로 자전거 타는 모습은 못봤네요.
메피팀 /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는 아직 감당이 되더군요.ㅎㅎ
이카루님 / 오랫만...노란 바탕에 검은 색으로 "당직" 이라고 선명하게 찍혀있었죠.
여우님 / 헉~ 연배란 말을 듣기에 아직 너무 깜찍발랄한 나이라고요~~
장미님 / 여우님께 큰누님! 이라고 머리 조아려야할 잉크도 아직 마르지 않은 연배랍니다.ㅎㅎ

비로그인 2007-04-0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군요 이제 정말, 자전거와 함께 일산으로 실려간 후배라... ㅋㅋㅋ
저 어쩜좋습니까. 자꾸 잉크님 페이퍼 뒤적거리면서 실실 쪼개고 있어요.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