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시대
이종은 외 지음 / 좋은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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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억대 자산가가 아닌 집이라 상속세 걱정은 솔직히 안 했거든요. 게다가 증여세는 재벌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내 인생에 증여세 신경 쓸 일이 생기지 뭐예요?


아이 정기예금 통장 개설하려는데, 친정엄마가 10년 동안 애한테 간 돈이 얼마고~? 물으시더라고요. 미성년자는 2천만 원까지 가능했거든요.


돈에 한해서는 엄마가 저보다 더 민감하신지라 덕분에 배웠습니다. 그 일을 겪고 상속세도 상속세지만 증여세에 대해 제대로 알아두자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유튜브 영상도 보고 그랬는데 너무 띄엄띄엄 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상속의 시대>를 보자마자 그래 이거야! 했어요. 책으로 한 번 읽으면서 전체 흐름을 싹 잡아두는 걸 선호하거든요.


대표 세무사 4인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상속의 시대>. 이 세금이 궁금한 이유는 절세에 있죠! 잘못 판단해서 세금폭탄 맞지 말고 현명하게 절세해야 합니다.


특히 재벌 아닌 소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지식입니다. 1억이 필요해서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받아야 할 상황에서 천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니 짜증이 날 수밖에요. 요즘 1억이란 돈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건만, 수십억 돈이 오가는 것도 아니고 저걸로 세금 걱정해야 하는 소시민들의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상속의 시대>에서는 궁금했던 증여 타이밍과 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여하는 사람 기준으로 엄마 아빠를 동일인으로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동일인으로 보는 방식도 신기했고요. 미성년자일 때랑 성년일 때 한도도 달라집니다.


어쨌든 10년이란 기간은 동일한데요.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미리 주는 게 낫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2천만 원 통장에 꽂아 넣고, 만 10세에 2천만 원, 만 20세에 5천만 원, 만 30세에 5천만 원을 넣으면 증여세 안 붙습니다.


조부모 찬스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행운입니다. 올해부터 결혼, 출산 시 일정 기간 내 추가 1억이 가능해졌으니 이 부분도 잘 활용하면 좋습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이제 잘 알아둬야 할 나이가 된 만큼 개념을 숙지해 봅니다. 상속 개시 전 처분하거나 인출한 금액에 대해서도 명시되어 있더라고요. 


사망 전 1년 이내 2억 이상, 2년 이내 5억 이상 빼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오래 계실 경우 특히 신경 써야겠어요. 공과금, 카드 사용액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전증여 때문에 계좌별 금융거래내역 10년 치는 필수로 다 봅니다. 빠져나갈 구석 없습니다. 꼼수는 부리지 않는 걸로요.


부모 자식 간 정으로 주고받던 게 증여세와 관련되고, 결국 상속세까지도 다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되니 머리가 아픕니다. 평범한 우리도 법을 모르면 코딱지만 한 재산 갖고서 뜻밖의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을 생생하게 깨닫게 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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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각성
정원 지음 / 북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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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여행 농도가 있어야 힘 나는 사람, 언제 떠날지 몰라 여행 경비 비상금을 꾸준히 마련하는 사람, 7일 중 5일의 직장생활이 불행한 사람.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자신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정원 작가가 그런 사람입니다. 사업도 해보고 직장생활도 해봤지만 그가 가장 질리지 않게 잘 하는 건 여행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여전히 무엇도 해낸 게 없이 길을 찾느라 헤매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렇다보니 한해한해 흐를수록 주변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해가는 걸 보기 힘겨워합니다. 친구의 고민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하며 공감하고 위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은 전전긍긍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이력서가 텅 비어있지는 않습니다. 도전한 것은 많습니다. 또 다른 실패를 도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여행 덕분이었습니다. 막연한 앞날을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여행의 기회를 찾는 정원 작가입니다.


에세이 <여행 각성>은 놀러 다니던 여행이 ‘가장 나다운 여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슴프레 막연하기만 했던 여행하고 글 쓰는 삶을 위한 여행자로 각성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여행 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취업 사이트를 뒤졌지만 결국 겨울 오사카로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나다운 여행’을 경험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가족, 친구 등 누군가와 함께한 여행을 해왔지만, 혼자 여행은 20대 후반에 들어서고서야 처음입니다.


그리고 오사카에서 쓰기와 걷기의 일정만으로 열흘을 채웁니다. 무의식적으로 꿈꿔왔던 ‘저는...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를 실현한 겁니다.


동행이 있었다면 시시함을 느꼈을 법한 곳도 마음껏 시간을 쓰고, 온전히 나의 시간에 집중해도 나무랄 사람 없으니 세상 좋습니다.


그렇게 실컷 걷기와 쓰기의 나날들을 보내며 화장품과 옷으로 가득 채웠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는 가벼운 캐리어로 혼자 여행하는 법을 터득해나갑니다.


그리고 33일간의 일정으로 형제가 있는 보스턴으로 갑니다. 첫날은 “뉴욕 최악이야.” 했다가 다음날엔 “당연히 최고였지.” 하며 아주 오랜 시간 꿈꿔온 뉴욕을 만끽합니다.


혼자 여행의 묘미를 알아버렸는데, 이때는 형제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형제에겐 그곳이 일상의 공간이기에 여행자로 간 정원 작가는 보통의 여행자가 하지 않을 법한 일들도 경험합니다. 헬스장에 가고 영화관에 가면서 말이죠. 이 또한 색다른 묘미입니다.


그리고 이젠 엄마와 함께 여름 삿포로를 갑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집에서 삿포로에 도착하기까지 하루를 다 쓰다시피했고, 이번 여행은 자신보다 타인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 여행입니다.





여행과 여행 사이 그는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 신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 정리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엄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갈등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즈음 엄마와 함께 떠난 삿포로 여행의 의미를 내심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자녀의 마음도 이해되고, 온갖 미묘한 감정이 몰아닥칠 부모의 심정도 이해되거든요.


이처럼 여행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음을 전하는데 정원 작가에겐 여행이 매개체가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가서도 여행 뒤의 삶을 생각합니다. 돌아갈 곳이 있어도, 돌아갈 곳이 없어도 여행을 떠납니다. 정원 작가에겐 여행이 글력과 근력을 챙기는 수련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삿포로에서 혼자 여행으로 패키지 투어에 참가한 사람을 보며 ‘개인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즐기는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왜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돌아다니는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얻은 셈입니다.


“엄마, 나는 태양을 쫓으며 살아갈래요.”라는 말처럼 <여행 각성>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 혼자 여행의 시간 <여행 각성>. 잠자고 있던 당신의 여행 각성이 이뤄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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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로마 여행지도 2024-2025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로 만든 로마 여행 가이드 총정리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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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하면 기본적으로 유적지에 대한 기댓값이 자리 잡고 있죠. 역사 문화 여행으로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여행 전에 미리 알고 가면 좋을 지식도 필요할 테고요.


지도 한 장에 내가 원하는 정보가 핵심 요약되어 있다면 편합니다.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가 그렇습니다. 볼거리 많은 로마의 구석구석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는 큰 종이지도 2장,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의 맵북, 여행 계획과 기록을 할 수 있는 트래블노트, 지도에 붙일 수 있는 깃발 스티커로 구성되었습니다.


로마 전체를 담은 메인 지도 1장, 포폴로광장부터 캄티돌리오 광장까지 로마 주요 관광명소를 담은 지도 1장으로 로마 구석구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유적지가 존재하는 로마이지만 우리는 명소 관광만 하는 게 아닙니다. 명소를 보러 가기 위해 교통편도 알아야 할 테고, 근처에서 식사도 해야 하고, 카페에 앉아 시원한 라떼도 마셔야 합니다. 기념품샵에도 들르고 싶습니다. 이왕 그곳까지 갔으니 주변에 더 들를 만한 곳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합니다. 여행 계획 세울 때는 큰 지도를 펼쳐 메인 관광지 코스를 정하기만 하면 그날 그 주변에서 할 수 있는 하루치 일정이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위치 찾느라 연계 관광지 찾느라 고심할 필요 없어 정말 편합니다.


에이든 여행지도의 돌가루 재질 특수 종이의 감촉은 직접 만져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퀄리티입니다. 팍팍 접고 펼쳐도 해지지 않는 멋진 종이입니다.


로마 여행지도에서는 말 그대로 로마 주요 지역을 모두 다룹니다. 지하철 노선도도 친절합니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주요 명소를 표기해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깨알 글씨인데도 맵북을 펼쳐보면 글씨가 선명하게 보여 불편함이 없습니다. 트래블노트에는 보고 먹고 해야 할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체크해나가는 재미를 안겨줍니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지도의 장점과 세밀한 여행 가이드북의 장점만을 조합해 만든 에이든 여행지도입니다. 이탈리아 로마 여행할 때 필수품, 가이드북 대안으로 여행 중에 지참하기 좋은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 꼭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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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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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유럽 현지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 중인 손봉기 저자가 들려주는 북유럽 미술 이야기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요즘 북유럽 미술이 핫하죠? 마이아트뮤지엄에서 8월 25일까지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고, 5월부터는 한가람미술관에서 <에드바르 뭉크: 절규를 넘어서> 전시가 열릴 예정이어서 북유럽 미술 교양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서유럽의 종교화라든지 유명 작품들에 살짝 식상한 느낌이 확실히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북유럽 미술 작품을 보면서 기대 이상의 취향 저격을 당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저는 북유럽 미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처음엔 전혀 없었거든요. 북유럽 스릴러 소설과 영화는 스산한 배경을 많이 그리고 있어 그 분위기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유럽 미술 작품들에게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게 아닙니까?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까지 스칸디나비아 예술 세계를 만끽하는 시간입니다.


스웨덴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파트는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 새벽부터 황혼까지> 전시회와 맞물려 너무나도 소중한 정보입니다. 스웨덴 국민 화가 칼 라르손, 한나 파울리, 안데르스 소른 등 책에서 만난 작품을 전시회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이케아의 정신적 뿌리가 된 칼 라르손의 작품들은 그림책 일러스트처럼 깨알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와 디자인으로 인테리어된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실제 그의 집과 가족을 그렸다니, 행복한 가정이었을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유화인 줄 알았는데 수채화로 빛의 효과를 표현했다는 안데르스 소른의 작품도 입이 쩍 벌어집니다. 사진인 줄! 설경을 좋아하는 제 눈을 반짝이게 만든 구스타프 피에스타드 작품들도 맘에 쏙 들었어요. 눈을 정말 기똥차게 표현합니다.


스웨덴국립미술관 작품을 보러 스웨덴에 살아생전 갈 기회가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으니, 이번 전시회 찬스 놓치면 안 되겠어요. 이 책을 보며 북유럽 미술에 흠뻑 빠져들어버렸거든요.


노르웨이 화가인 뭉크 작품을 곧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두근거립니다. 뭉크의 절규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에드바르 뭉크: 절규를 넘어서> 특별 전시에서는 '절규' 채색 판화본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손봉기 저자는 뭉크는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담은 작가라고 설명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작품을 보니 정말 화가의 감정이 오롯이 표현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번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전시회에서는 스웨덴 화가의 작품만 있는 게 아니라 스웨덴국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이 오거든요. 그래서 덴마크 작가들의 작품도 있습니다. 라우릿스 안데르센 링의 작품도 볼 수 있어요.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표지를 장식한 작품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중 빛을 표현한 작품들에 제대로 마음을 빼앗겼어요. 제가 탄성을 내지른 작품들이 라우릿스 안데르센 링의 작품처럼 빛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더라고요.


여유로움이 가득합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사르륵 평온해집니다. 일상의 행복을 보여주는 빛을 그린 덴마크 화가들이 무척 많아서 눈이 즐겁습니다.


인상이 강렬한 휴고 심베리의 작품, 뭉글뭉글하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헬렌 쉐르벡의 작품 등 핀란드 화가의 미술 작품도 신선합니다.


북유럽 미술 작품 세계는 그동안 알고 있었던 미술 세계관을 확장시켜줍니다. 척박한 환경이기도 빛의 소중함을 알고 빛의 온기를 그리워한 북유럽. 휘게, 라곰, 시수처럼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하고 평안을 추구하는 북유럽 특유의 정서가 잘 담겨 있는 북유럽 세계관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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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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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서윤후의 산문집 <쓰기 일기>. 일기 쓰기가 아니라 쓰기 일기라는 제목에서 한참을 머물게 됩니다. 은밀한 마음을 적는 일기라지만 들키고 싶기도 한 양가적인 마음이 드는 게 일기입니다.


쓰기에 몰두했던 나날들에 대한 기록인 <쓰기 일기>. 창작 생활을 하며 일상의 단상이 남긴 흔적입니다. 나 이렇게 시를 쓰고 있어요, 지금은 쓰고 싶지 않아요 하면서 들키고 싶은 은밀한 마음을 슬쩍 고백도 하면서 말이죠.​


스무 살에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현대시》로 등단한 서윤후 작가. 학교 다니고 군대 다녀오며 8년 만에 첫 시집을 냈고, 이후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시와 친해지는 날이 있겠지 하면서 시와 친하진 못한 저로서는 그의 시집을 읽진 못했지만 산문집 <쓰기 일기>는 마음에 쏙 와닿습니다. 고양이 집사라고 밝혀 슬그머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쓰기 일기>에는 2017년부터 2023년 사이의 일기가 담겼습니다. 계절의 흐름으로 엮었기에 연도는 뒤죽박죽입니다. 이런 편집 방식도 신선합니다. 몇 년 전 이맘때 쓴 기록이 올해의 일기와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나면 불꽃의 잔상과도 같은 글을 끄적이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는 일기를 ‘심심한 독백’이라고 합니다. 


한 편의 시가 되려고 적어둔 문장들이 있는 메모들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일로 새해를 맞이하는 작가. 작년의 문장들이 올해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해하는 그의 설렘이 느껴집니다.


시라는 결과물로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을 성실함이라는 단어로 묶습니다. 매일 조금이라도 그날의 기록을 적는 쓰기 일기는 그렇게 탄생합니다.​


서윤후 작가의 문장은 깊이가 있는데도 담백한 어조로 이야기해서인지 단정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완성도 미완성도 아닌 어디쯤에서 나는 삶의 완벽함을 말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고백에서는 불안하고 슬프고 헛헛한 감정이 밀려오는 창작의 고통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시인조차 때로는 시집을 읽는 데 실패하는 날이 있다는 말에서는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져 웃음이 나옵니다. 평소 잘 하던 일인데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그런 날 있잖아요. 시 읽는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고백하는 그가 진실되게 보입니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가 문득 시 제목을 고치기도 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윤후 작가의 시를 좋아한다면 <쓰기 일기>에서 그 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쓰기의 나날로 보낸 시간에는 ‘결’이 남는다.”라는 문장이 와닿습니다. 시를 쓴다는 건 홀로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다녀오는 일이라는데, 가만 보니 일기를 쓸 때도 우리는 그런 마음에 다다르기 위해 애쓰잖아요. 그의 시를 읽진 않았지만 짐작건대 시든 <쓰기 일기>의 산문이든 그 결이 잘 살아있는 문장이리라 생각합니다.​


예전엔 소진하기 위해 안달 나 있었다면, 지금은 소진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서윤후 작가. 때로는 나를 잠깐 그만두게 하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도 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 역시 몇 년 동안 해온 쓰기 일기를 통해 깨달았을 겁니다.


공감 포인트가 기대 이상으로 꽤 많습니다. 시인이라는 창작자는 딴 세상 사람 같았는데 <쓰기 일기>를 읽으며 나만의 생각거리를 많이 얻는 걸 보니 보편적 감정을 잘 끌어내는 작가입니다.​


퇴고할 때의 어려움을 고백하는 장면을 읽다가 저는 되려 반전 매력을 선사받았습니다. 삭제된 것을 후회하지 않아야 할 만큼, 삭제하는 일로 시작해서 삭제하는 일로 끝나는 퇴고 작업의 어려움을 알고 나니 발표된 시 한 편 한 편의 아름다움이 더 빛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창작한 후 힘을 빼고 들려주는 <쓰기 일기>. 질척이는 감정 휴지통이 아니라 생각의 흔적을 담백하게 담아, 읽는 재미가 쏠쏠한 산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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