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각성
정원 지음 / 북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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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여행 농도가 있어야 힘 나는 사람, 언제 떠날지 몰라 여행 경비 비상금을 꾸준히 마련하는 사람, 7일 중 5일의 직장생활이 불행한 사람.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자신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정원 작가가 그런 사람입니다. 사업도 해보고 직장생활도 해봤지만 그가 가장 질리지 않게 잘 하는 건 여행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여전히 무엇도 해낸 게 없이 길을 찾느라 헤매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렇다보니 한해한해 흐를수록 주변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해가는 걸 보기 힘겨워합니다. 친구의 고민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하며 공감하고 위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은 전전긍긍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이력서가 텅 비어있지는 않습니다. 도전한 것은 많습니다. 또 다른 실패를 도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여행 덕분이었습니다. 막연한 앞날을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여행의 기회를 찾는 정원 작가입니다.


에세이 <여행 각성>은 놀러 다니던 여행이 ‘가장 나다운 여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슴프레 막연하기만 했던 여행하고 글 쓰는 삶을 위한 여행자로 각성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여행 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취업 사이트를 뒤졌지만 결국 겨울 오사카로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나다운 여행’을 경험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가족, 친구 등 누군가와 함께한 여행을 해왔지만, 혼자 여행은 20대 후반에 들어서고서야 처음입니다.


그리고 오사카에서 쓰기와 걷기의 일정만으로 열흘을 채웁니다. 무의식적으로 꿈꿔왔던 ‘저는...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를 실현한 겁니다.


동행이 있었다면 시시함을 느꼈을 법한 곳도 마음껏 시간을 쓰고, 온전히 나의 시간에 집중해도 나무랄 사람 없으니 세상 좋습니다.


그렇게 실컷 걷기와 쓰기의 나날들을 보내며 화장품과 옷으로 가득 채웠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는 가벼운 캐리어로 혼자 여행하는 법을 터득해나갑니다.


그리고 33일간의 일정으로 형제가 있는 보스턴으로 갑니다. 첫날은 “뉴욕 최악이야.” 했다가 다음날엔 “당연히 최고였지.” 하며 아주 오랜 시간 꿈꿔온 뉴욕을 만끽합니다.


혼자 여행의 묘미를 알아버렸는데, 이때는 형제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형제에겐 그곳이 일상의 공간이기에 여행자로 간 정원 작가는 보통의 여행자가 하지 않을 법한 일들도 경험합니다. 헬스장에 가고 영화관에 가면서 말이죠. 이 또한 색다른 묘미입니다.


그리고 이젠 엄마와 함께 여름 삿포로를 갑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집에서 삿포로에 도착하기까지 하루를 다 쓰다시피했고, 이번 여행은 자신보다 타인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 여행입니다.





여행과 여행 사이 그는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 신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 정리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엄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갈등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즈음 엄마와 함께 떠난 삿포로 여행의 의미를 내심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자녀의 마음도 이해되고, 온갖 미묘한 감정이 몰아닥칠 부모의 심정도 이해되거든요.


이처럼 여행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음을 전하는데 정원 작가에겐 여행이 매개체가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가서도 여행 뒤의 삶을 생각합니다. 돌아갈 곳이 있어도, 돌아갈 곳이 없어도 여행을 떠납니다. 정원 작가에겐 여행이 글력과 근력을 챙기는 수련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삿포로에서 혼자 여행으로 패키지 투어에 참가한 사람을 보며 ‘개인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즐기는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왜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돌아다니는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얻은 셈입니다.


“엄마, 나는 태양을 쫓으며 살아갈래요.”라는 말처럼 <여행 각성>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 혼자 여행의 시간 <여행 각성>. 잠자고 있던 당신의 여행 각성이 이뤄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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