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의 세계 - 가끔은 발칙한,
이금주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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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중학생을 가르치는 20년 차 중학교 교사이자 중학생 아들의 학부모.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중학생을 만나는 이금주 저자의 책 <중학생의 세계>.


엄마 앞에서는 뭘 물어봐도 모른다는 말과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의 무한반복으로 무장한 중학생. 엄마에게는 보이지 않는 찐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교사 입장에서 바라본 중학생의 세계가 궁금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반항적이고 자기도 모르게 미운 행동을 하는 사춘기. 내 아이인데도 알 듯 말 듯한 수수께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부모는 늘 물음표 상태입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부모가 기억하는 자신의 사춘기 시절과는 상반된 행동으로 보내는 자녀를 보면 답답하기만 할 겁니다.


중2병이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시기는 제2의 탄생과도 같습니다. 그토록 중요하기에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해도 여전히 사춘기 중학생의 세계는 어렵습니다.


<중학생의 세계>에서 중학생들의 민낯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교사를 만나보세요. 선생님이기에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으니 엄마로서 궁금했던 부분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의 일상과 고민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엿봅니다.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이 자기가 다 큰 줄 압니다.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려 합니다.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라는 말은 이 시기에 먹히지도 않더라고요. 관심을 끌고 싶어 과한 행동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친구의 영향이 훌쩍 커지는 시기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교우관계와 관련해 온갖 걱정이 들 테지만, 잔소리 대신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언하는 저자의 말이 와닿습니다. 더불어 (엄마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친구와의 갈등을 피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면서 부모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 현실을 실감 나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실 그전에는 교사들은 대부분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중학생이 저지르는 독특하고 난감한 일들을 이해하는 데 한계도 분명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최근 교사들의 안타까운 선택과 함께 교권 관련 이슈가 있었듯, <중학생의 세계>에 소개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면 교사의 애환을 엿볼 수 있습니다.


꼬리빗을 좋아하는 여중생들은 머리를 빗으면서 필기하고, 수업 듣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이 정도쯤은 봐줄게'라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아이들입니다. 꼬리빗으로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여러 명이 눈을 부라리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라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이 운동화 끈을 묶지 못해 선생님을 찾기도 하고, 분노조절장애를 방패처럼 남발하고, 추억을 핑계로 황당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노련한 교사의 밀당 노하우가 빛을 발휘합니다.


학교에서는 별의별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고 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합니다. 요즘 중학생은 주먹다짐 대신 유리창을 깬다고 합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남아 있는 유리를 면도 칼날 45도로 세워 빼내는 일이 익숙해진 선생님입니다.


문제는 이만하면 애교로 봐줄 만한 행동을 넘어설 때입니다. 교사에게 물건을 던지고 욕을 날리면 수치심이 몰려와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멘탈을 잡아야 합니다.


​<중학생의 세계>에서는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대한 내용도 짚어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중학생 진로활동에 대한 조언도 이어집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아이의 지난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이 무엇인지,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중학교 입학을 앞두거나 현재 중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유용한 책입니다. 사춘기 시기의 희로애락을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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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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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 작가의 멋진 그림책 <나의 그늘>. 이미지에 힘을 쏟은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었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감과 행복을 받았습니다. 빛의 농도를 표현한 일러스트가 일품이더라고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전작 <나의 구석>에 이어 <나의 그늘>까지, '구석'과 '그늘'이라는 공간적 의미와 심리가 엮여 펼쳐내는 성장 드라마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널따란 공간 속 작은 창문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나무와 까마귀. 키우던 식물이 자라 창문 밖으로 가지를 뻗자 결국 나무를 바깥에 옮겨 심습니다. 주변은 휑하지만 그늘에 드러누운 까마귀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입니다.


집 안 구석에서는 까마귀만의 나무였지만 집 밖에서는 이웃들이 찾아옵니다. 흰 새와 고양이가 종종 찾아와 그늘을 함께 누립니다. 이웃 고양이의 장난에 잎사귀가 상하기도 하지만 모두가 나무를 소중히 하며 그늘을 즐깁니다.


그러다 폭우로 나무가 상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살릴 수 없었던 까마귀의 축 처진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하게 보이는지요.




폭우로 상해버린 나무는 다행히 되살아났습니다. 큰 고비를 넘기고 모두가 다시 그늘을 즐깁니다. 그런데 배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나무는 어느새 쑥쑥 한참 자랐고, 잎도 풍성해졌습니다. 주변은 회색 빈 공간이 아니라 이제 푸릇푸릇 해졌습니다. 이 과정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알 재미는 그림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런데 고난이 또다시 찾아옵니다. 아뿔싸. 튼실하게 자란 나무뿌리 때문에 까마귀 집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겁니다. 소중한 집과 나무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이제 까마귀만의 나무가 아니라 모두의 나무가 되었건만 이를 어쩌나요. 고난과 시련이 찾아오고 헤쳐나가기를 거듭하는 과정이 드라마틱 합니다.


나의 그늘이 모두의 그늘이 되는 여정 속에서 고독, 좌절감이 기쁨과 행복의 순간으로 변할 때 카타르시스를 주는 성장 드라마 <나의 그늘>. 혼자였을 때도 그늘을 사랑했던 까마귀이지만 그때의 그늘은 외로움이라는 그늘에 닮아있었습니다. 이제는 함께일 때 얻을 수 있는 더 넓고 깊은 행복감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알에서 깨어나는 새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부수고 나온 까마귀입니다.




조오 작가는 시간 흐름에 따른 빛의 명암을 너무나도 예쁘게 표현합니다. 해가 지고 뜰 때의 변화를 색감만으로 멋들어지게 보여줍니다. 빛줄기가 내리쬐는 장면은 예술입니다.


그림책 판형이 일반 그림책에 비해 크지 않은데도, 쑥쑥 커가는 나무의 모습을 표현하기 좋은 세로로 긴 판형이라 답답함 없이 시원시원한 느낌입니다. 그림책을 펼쳤을 때 주인공 까마귀는 워낙 작은 편이지만, 신기하게도 까마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입니다. 아주 작은 변화들이지만 독자가 눈치챌 수 있도록 섬세하게 표현한 조오 작가의 일러스트 덕분입니다.


혼자일 때 실패했던 일도 함께일 때는 용기를 낼 수 있고 서로를 위로할 수도 있습니다. 디테일한 그림의 힘으로 시련과 성장을 표현한 <나의 그늘>. 자신만의 그늘은 사라졌지만 행복을 찾은 까마귀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전작 <나의 구석>도 함께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더욱더 풍성한 감동을 받을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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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태도 - 평범한 사람 30명이 경제적 자유를 얻어낸 비밀 8가지 부자의 나침반 3
조너선 클레멘츠 지음, 박덕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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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를 얻은 30명의 실제 경험을 담은 책 <돈의 태도>. 딱딱한 금융 용어 대신 일상에서 경험하는 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경제적 판단을 돕는 최고의 금융 전문가이자 <월스트리트저널> 금융 전문 칼럼니스트 조너선 클레먼츠 저자가 30년 통찰로 얻은 건전한 금융 생활 노하우를 정리했습니다.


금융 정보 웹사이트 '험블달러'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어낸 평범한 30명의 이야기를 선정해 들려줍니다. 꾸준히 저축한 소박한 투자자, 불운에도 꺾이지 않고 노력한 사람, 돈에 관해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뒤늦게 돈 공부를 시작한 사람 등 저마다의 자리에서 일하다가 이미 은퇴 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반 은퇴를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돈을 다루었길래 부자가 되었을까요? 평범했던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비밀 8가지를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1. 돈의 태도는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2. 좋은 저축 습관은 부를 이루는 첫 번째 열쇠다

3. 단순하게 투자하는 방법은 언제나 통한다

4. 개별 주식 투자보다 인덱스 투자를 선호한다

5. 준비되었다면 천천히, 꾸준히 나아간다

6. 행운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7. 돈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8. 어느 순간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말해야 한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돈에 대한 태도가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평생에 걸쳐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부모의 돈에 대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부모에게 배운 돈의 태도 중 무엇을 마음에 새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좋은 저축 습관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치 않습니다. 절약과 저축의 선순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감해야 합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보 투자자에게 돈을 불리는 방법은 가장 단순한 전략이 항상 통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투자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있죠. 바로 투자 전에 자신의 투자 철학을 명확히 하고, 그 원칙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투자 철학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세상은 계속 변하는데 언제까지고 똑같은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남들이 좋다는 투자법을 우르르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까요? 우리는 왜 돈을 벌고 싶어 할까요?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


경제적 자유는 작지만 현명한 결정들이 쌓일 때 다가옵니다. 살다 보면 외부의 힘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때도 많습니다. 경제적 타격을 입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도 평소 돈에 대한 태도를 확립하며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돈의 태도>는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건전한 경제관념을 일깨웁니다. 저자가 말한 경제적 자유의 비밀 8가지를 바탕으로 30명의 사례를 돈의 태도와 연결해 들려줍니다. 절약, 깨달음, 꾸준함과 천천히의 힘, 회복탄력성, 위험 관리를 통해 돈의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저자의 사례도 한 꼭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부를 축적한 최고의 전략은 다름 아닌 소득이 늘어도 생활비를 낮게 유지했다는 겁니다. 주택담보대출 등 빚을 먼저 갚으며 아담한 집과 중고 자동차를 유지한 채 투자할 돈을 늘렸고, 인덱스 펀드 수익과 확실한 저축 습관이 균형을 이뤄 안락한 은퇴를 위한 금액을 쌓아나갔다고 합니다.


​빚 갚기의 고통을 추억으로 바꾼 미키 마우스 프로젝트를 한 부부의 사례도 인상 깊었습니다. 1,000조각 미키 마우스 퍼즐을 가져와 대출금을 갚을 때마다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겁니다. 1,000달러씩 갚으면 125회. 원금을 갚을 때마다 8개의 조각을 풀로 붙여 맞춥니다.​


그렇게 빚을 없애는 여정에서 노력했던 일들과 마지막 잔금을 갚으며 축하의 의미로 디즈니 월드 여행을 떠납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없어져도 즉각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습관이 되어 경제적 자유를 위한 저축과 소비 습관은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특별한 팁보다는 돈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입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보다는 지독한 실수를 발견하고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어떻게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었는지 보여줍니다. 아이에게도 좋은 인사이트를 전하고 싶고 저도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는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읽은 책입니다.


돈을 대하는 태도나 소비 습관은 나의 사고방식이나 성격, 사회적 배경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돈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태도를 지닐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면, 먼저 돈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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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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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파리지앵 목수정 작가의 신작 <파리에서 만난 말들>. 매일 마주쳤던 사람들, 거리, 사물들로부터 길어 올린 소중한 이야기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말은 각각의 공동체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빚어낸 열매다."라고 하며 프랑스 언어 속에는 프랑스의 역동적 역사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들려줍니다.


거친 현실 속에서 유연하게 시대를 건너게 해주는 말,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착취와 갈등의 흔적이 남은 언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지혜가 담긴 언어 등 언어들 속에는 개인의 서사는 물론이고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적 골격이 있음을 짚어줍니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에 소개된 34개 단어는 단지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일깨울 때 더욱 의미 있습니다.


ㅇ발음이 많아 우아하게 들리는 프랑스어. 달콤한 인생을 조각하는 말들을 소개하는 파트는 읽는 내내 기분이 너그러워지는 느낌입니다.


두우스망~~~ 하면서 깊은 호흡으로 숨을 고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기의 머리를 매만지는 손길 같은 doucement(두스망)은 속도를 늦출 것을 주문하는 천천히가 담지 못하는 공감각적 뉘앙스가 있습니다. 뛰다 넘어질지언정 지각하지 말아야 하는 한국인 유전자와 달리 "늦으면 그냥 늦는 거야."라며 뛰는 법이 없는 프랑스인 유전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말하는 사람에게서 한결같이 경이로운 표정을 발견하게 된다는 신기한 단어도 있습니다. 번역가이기도 한 목수정 작가가 가장 번역하기 난감했던 단어로 손꼽은 Épanouissement(에파누이스망). 사전적 의미로는 개화이지만, 미운 오리 새끼가 자라 백조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듯한 궁극의 기쁨에 사로잡힌 사람을 향해 바쳐지는 단어라고 합니다.


인간의 가능성이 만개했을 때의 희열을 묘사하는 단어가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그 상태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며 이와 달리 우리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왜곡된 개화라는 의미를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소수 지배 계급의 언어, 생존을 구하는 다수의 언어가 혼재하는 프랑스 사회. 열망과 결핍이 담긴 단어도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프랑스 역사에서 우리의 3·1운동이나 8·15광복 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정교분리법 제정과 관련한 단어 laïcité(라이시테), 해방과 냉소의 두 얼굴을 가진 On s’en fout(옹 상 푸) 등 프랑스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에 담긴 시대의 흔적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파리에 왔던 첫날, 프랑스인이 건넨 첫 번째 말은 Pardon(빠흐동)이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와 함께 가장 많이 쓰는 말 '실례합니다' 빠흐동에 담긴 뜻풀이가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잘못을 대하는 프랑스인의 정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하면 긴 휴가로 유명한데요. 파업이라는 단어 Greves(그레브)를 통해 여가와 문화생활이 프랑스인들 일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 파트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작동하는 공동체 단어가 소개됩니다. SNS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폭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 du coup(뒤 쿠)가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어떤 점을 대변하는지도 짚어줍니다.


연대를 뜻하는 solidarité(솔리다리테) 단어가 양지와 음지에서 두루 맹활약한다는 프랑스. 연대라는 이름이 정책에 무척 많이 사용될 만큼 즐겨 사용합니다. 18세기식 개념인 박애가 현대의 단어인 솔리다리테로 바뀌는 게 맞다고 많은 이들이 지적할 정도입니다. 이 단어가 뿜어내는 메시지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실감하며 연대라는 단어의 힘이 미약한 우리나라 현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프랑스어 속에 깃든 프랑스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보며 프랑스 사회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파리에서 만난 말들>. 그와 동시에 한국어에 깃든 한국 사회의 민낯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에 담긴 생각의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감각과 깨달음을 주는 의미 있는 에세이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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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가고시마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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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가 필요한 순간, 훌쩍 떠나기에 좋은 일본 소도시 여행지 가고시마. 사쿠라지마, 이부스키 검은모래찜질, 시로야마 공원과 천문대, 가고시마 수족관 등 매력적인 여행지가 많은 가고시마현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이드북 해시태그 가고시마.


조대현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사진과 정보가 담겨있는 여행책입니다. 일본 다른 관광도시에 비해 생소한 가고시마현이지만, 일본에서는 규슈 지방 중에서도 인기 있는 여행지라고 합니다.


일본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해안선이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자전거 대여해서 해안도로 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고시마 음식 중에서는 흑돼지 요리가 인기입니다. 흑돼지 돈까스, 흑돼지 샤부샤부, 흑돼지 라멘 등 식당 종류별로 골고루 즐겨보세요. 귀여운 흑돼지 쿠키도 저는 맛보았답니다.


가고시마는 관광지가 대부분 몰려있어 가고시마 시내 주요 관광은 하루면 충분합니다. 도시를 천천히 돌아다니는 노면 전차가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가고시마.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시티 뷰 버스도 있어요.





표지에 등장한 대관람차 아뮤란이 있는 JR 중앙역이 가고시마 시내의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규슈에서 가장 큰 수족관인 고래상어가 있는 가고시마 수족관도 있어 가족여행으로도 좋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식물원, 천문대, 전망대 등 찾아갈 곳이 많습니다.


가고시마 여행코스, 맛집, 교통편 등 기본적인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하면 온천이지만 특히 가고시마 현은 사쿠라지마 화산과 이부스키 온천으로 유명합니다. 가고시마 여행 일정을 계획한다면 꼭 들어가 있을 이부스키 여행. 노상온천부터 고급스러운 온천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배경지 야쿠시마 섬. 고속페리로 1시간 45분쯤 걸리는 곳에 있지만 아열대 원시림이 보존된 곳이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신비한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세계적으로 이름난 활화산 사쿠라지마도 페리로 15분이면 갈 수 있으니 가고시마 여행, 더욱 매력 있게 다가옵니다. 사쿠라지마 특산품 중에서 작은 귤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있다는데 궁금합니다.


가고시마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해시태그 가고시마 가이드북. 일본 소도시 여행으로 선택하기 좋은 가고시마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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