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맥키의 스토리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로버트 맥키 지음, 고영범.이승민 옮김 / 민음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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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대가’라는 타이틀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로버트 맥키는 영화, 드라마, 소설, 연극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야기를 다루는 이들에게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는 이야기의 힘을 해부합니다. 1997년 출간 이후 하버드, 예일, UCLA 등 주요 영화 학교의 필독 교재로 자리 잡았으며, 꾸준히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쓰는 법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작가는 이를 구체화하는 장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작가 지망생과 현업 작가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입니다.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사건 간의 의미 있는 연결을 통해 탄생합니다. 특히 스토리의 뼈대인 구조의 중요성을 짚어줍니다. 설정, 갈등, 클라이맥스, 결말에 이르는 스토리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해 줍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기계적인 틀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창작자가 그 안에서 얼마나 창의적으로 변주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살아납니다.


스토리 작법의 실전 지침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 이야기 창작의 난관과 이를 해결하는 기술적 방법론을 다양한 작품 분석으로 콕콕 짚어주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창작의 기본은 끊임없는 연습과 관찰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합니다. 저자는 실패는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도 남깁니다. 창작의 철학을 배우고, 이야기를 설계하며, 독자나 관객과 깊이 연결되는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한 나침반과도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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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마을 이장인디요
김유솔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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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청년 김유솔의 첫 에세이<제가 이 마을 이장인디요>. 귀촌의 삶, 그리고 시골 마을의 변화를 꿈꾸는 젊은 리더의 이야기를 가슴 벅찬 에피소드로 풀어냅니다. 전남 완도 용암리라는 작은 섬마을에서, 어떻게 전국 최연소 여성 이장이 되었고, 무엇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완도에서 나고 자란 김유솔 작가는 꿈을 안고 서울로 떠납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치열한 생존기입니다. 서울이라는 무대가 주는 화려함과 동시에 청년으로서 겪는 외로움과 고단함을 담담히 그려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인 완도로 여행을 떠났던 그녀는 고향 바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완도에도 세련된 사진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우스갯소리가 김유솔 저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시골에서도 자신만의 역할을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사진 기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귀향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자아 발견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진관을 열고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진 그에게 찾아온 새로운 역할은 다름 아닌 ‘이장’이었습니다. 못할 이유는 없다는 용기로 수락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장이라는 직책은 단순히 행정 업무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고민을 듣고, 때로는 마을을 대표하여 목소리를 내야 하는 책임이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의 세대 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된 신뢰와 관계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이장 3년 차에 접어든 저자는 그만의 방식으로 용암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이장 건들지 마! 에피소드에서처럼 마을 어르신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누구보다도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평균 연령 68세인 마을에서 20대 이장은 세대 갈등을 넘어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되었습니다.


시골은 더 이상 나이 든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귀농이 아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완망진창’이라는 청년 단체를 결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마을 살기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시골에서도 도시 못지않은 다채로운 삶을 증명합니다.


김유솔 작가는 지방 소멸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골 생활이 단지 평범하거나 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도전이 공존하는 공간임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도 청년 세대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시골 살리기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젊은 세대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직업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도는 현재의 귀촌 트렌드에 많은 영감을 줍니다.


<제가 이 마을 이장인디요>는 시골의 삶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경험담을 통해 귀촌 귀농에 관심 있는 청년층이라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불의 나의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김유솔 작가의 이야기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겁니다.


귀촌을 고민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실용적 통찰을 전하는 책입니다. 잊혀가는 시골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삶의 방향을 개척해 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도시에서의 삶이 익숙한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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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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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동차와 함께한 한국 현대사를 담은 소설집 <마이카시대>. 주제가 참 재미있습니다. 저도 20대 추억이 한가득 쌓인 첫 차 코란도 지프만큼은 잊지 못하는지라 이웃들의 첫 차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까지의 생활사가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포니 엑셀, 제네시스, 삼륜차, 투싼... 자동차가 엮어낸 감동의 스토리들이 시대와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합니다.


1970년대 후반, 자가용 한 대는 부의 상징이라는 꿈을 심어준 포니 엑셀은 대한민국 마이카 시대의 서막이었습니다. 산업화와 경제 성장 속에서 자가용의 보급은 날개를 달아주는 듯한 자유를 선사했지요. 소설 속에서는 자동차가 주인공과 동반자처럼 그려지며 당시 사회와 개인의 삶을 조명합니다.





포니 엑셀은 처음으로 국산화된 자동차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프라이드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모델로 서민들의 희망을 담았습니다. 차를 통해 가족이 모이고, 꿈이 실현되며, 사회가 변화해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0세기 중후반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며, 자동차가 가진 상징성을 더욱 세밀히 그립니다. 카니발은 넓은 공간으로 가족을 품으며 이동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고, 아우디 A6는 성공과 자기 표현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자동차에 담긴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의 삶을 추억하게 만듭니다. 제네시스 G80이 상징하는 신세대의 자신감이나 삼륜차에 얽힌 아버지의 고된 삶의 모습은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이카시대는 단순히 자동차의 역사가 아닙니다. 소설 속 자동차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상징적 도구로 활용됩니다. 삼륜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새벽을 달렸던 현실적 고단함을, 빨간 지프 록스타는 열정과 젊음을 대변하는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됩니다.





<마이카시대>는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시대별 자동차를 교차적으로 배치합니다. 포니 엑셀이나 프라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부모 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투싼과 그랜저는 현 세대의 관심을 반영합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삶의 보편적 가치를 자동차라는 매개체로 엮어냈습니다.


과거의 모델에 얽힌 이야기가 향수를 자극해 추억을 되짚고 싶은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자동차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를 재해석하는 독특한 관점을 보고 싶은 자동차 애호가까지 모든 세대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마이카시대>입니다. 자동차를 매개로 서로 다른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자동차로 풀어낸 한국 현대사의 진솔한 이야기 <마이카시대>. 기억 속의 엔진 소리, 그리운 마이카 시대의 풍경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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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간적인 건축 -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
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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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대 도시 이미지를 떠올려보세요. 끝없이 늘어선 유리 외벽,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사각형 건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기계적이고 무감각한 분위기. 이는 단지 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분한 건축은 인간에게도 해롭다는데?!


우리를 둘러싼 건물들이 직선적이고 단조롭다면, 우리 삶도 그렇게 직선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은 <더 인간적인 건축>을 통해 현대 건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 중심적 접근 방식을 제시합니다.


따분함을 질색하는 저자답게 이 책의 편집 스타일, 내부 사진 촬영 각도 등 어느 것 하나 따분하지 않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입니다.


건축은 감정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더 인간적인 건축>에서는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통해 단조로운 건축물의 영향을 짚어줍니다. 헤더윅의 주장은 단순히 건축 미학에 머물지 않고, 그 이면의 인간성을 탐구합니다.


현대의 도시는 매끈하고 반짝이는 유리로 이루어진 직선적인 건물이 즐비합니다. 사람의 시선은 아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평평한 벽에 막히고, 그저 지나가야 하는 공간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오늘날의 건축물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따분한 건축, 비인간적인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건축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장소들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인간적인 특질을 짚어줍니다. 곡선미를 통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가우디의 까사 밀라, 중세의 복잡한 구조를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건축물, 감탄과 영감을 선사하는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예로 듭니다. 이곳들은 행인에게 미소를 짓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현대 건축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며 등장했지만, 그 결과는 따분하고 생기 없는 건물들의 군집입니다.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워져,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채우게 됩니다.


따분함은 단조로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연구를 인용하며, 따분한 공간이 실제로 사람의 스트레스 수치를 증가시키고 사회적 고립을 강화한다고 설명합니다.


텅 빈 파사드나 아무런 특색 없는 회색의 공간은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주는 반면, 생동감 있는 녹지 공간이나 독창적인 디자인은 감정을 활성화시키고 건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합니다.


헤더윅은 따분한 건축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는지 설명하며, 그 배후에 자리한 규격화된 설계 방식과 자본주의 논리를 꼬집습니다. 건축이 더 이상 지역의 독특함을 반영하지 않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동일한 외양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겁니다.


따분함의 신으로 대표되는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20세기 초반 혁신과 근대 건축을 상징한 이름이 이 책에서는 단조로움의 주범이 됩니다.





당시 산업화와 도시화로 빠르게 변화하던 시대 정신을 반영한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보여준 르 코르뷔지에. 그의 철학은 혁신적이었지만, 산업화와 대량 생산이라는 현실과 결합하면서 심각한 왜곡을 낳았습니다. 전 세계 도시에서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한 회색빛 콘크리트 주거 환경을 양산했습니다.


결국 그의 설계 철학은 도시의 활기를 제거하고,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합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는 도시 거리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보다 차량의 흐름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시 생활은 더욱 비인간적이고 소외된 환경으로 변해갔습니다.


헤더윅은 르 코르뷔지에의 철학이 가진 역사적 의의를 부정하지 않지만, 이제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건축이 단순히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예술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더 인간적인 건축>에서 인간화 원칙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고려해서 설계하는 인정(ACCEPT),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천 년 이상 남을 설계를 지향하는 건물(BUILDINGS), 건물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를 행인의 시선 높이에 배치하는 것이 핵심인 집중(CONCENTRATE)입니다.


헤더윅은 현대 건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짧은 수명을 꼽습니다. 지속 가능하지 못한 설계는 결국 빠르게 철거되며, 막대한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환경을 파괴합니다. 철거는 건축계의 더러운 비밀이라며,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건축물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헤드윅은 행인들에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건축의 최종 소비자는 결국 그 공간을 걷고 사용하는 행인이니까요. 모든 설계가 대중의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건축이 단순히 전문가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환기합니다. 감정을 자극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지속 가능한 공간이야말로 인간적인 건축입니다.


현대 건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더 인간적인 건축>. 인간성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공간과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안겨줍니다. 따분한 세상에 인간성을 불어넣을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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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오답노트 같았던 삶에 그림이 알려준 것들
이유리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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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미술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움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론 우리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고, 그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합니다. 이유리 작가의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이런 예술의 힘을 보여줍니다. 미술 에세이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 삶의 위선, 실패와 고통,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에 대해 사유하게 합니다.


예술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싶을 때 읽기 좋습니다. 내가 본 그림이 나를 만든다는 핵심을 관통하는 책입니다. 예술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토록 실용적이면서도 내면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니 신선했습니다. 예술작품이 인간의 폭력, 고통, 실패를 보여줄 때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고통을 예술로 승화할 수 있을까요? 고통 속에서 창조된 작품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위안을 줄까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얻습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무책임한 남편과의 결혼 생활 속에서 고통받았고, 수도원으로 도망치며 딸과 친정어머니와 함께 삶을 재건해야 했습니다.


이 결단으로 메리안은 드디어 쉼의 시간을 누리게 됩니다. 예술과 과학에 몰두하며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최후의 걸작인 『수리남 곤충의 변태』는 세밀한 관찰과 아름다운 삽화를 통해 곤충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묘사했으며, 곤충학뿐만 아니라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실패라는 삶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고난 속에서도 주어진 환경을 넘어서려는 용기와 끈기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그의 이야기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안겨줍니다.


저자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 속에 숨겨진 어두운 측면도 놓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들 말입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고독한 도시인의 삶을 상징하는 미국의 국민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들은 황량하고 적막한 현대적 공간에서 인간의 내면적 고독을 담아냅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작품만큼이나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삶에서 드러난 아내에 대한 폭력은 가정 내 권력 불균형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호퍼의 아내이자 동료 화가였던 조세핀 버스틸 니빈슨은 호퍼의 모델로 활동하며 그의 작업을 지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늘 속에 가려진 예술가로 살아야 했습니다. 조세핀의 일기에는 호퍼와의 관계에서 느낀 신체적 폭력과 심리적 고립감이 적혀 있습니다. "키 큰 남자는 항상 근사하지만 긴 팔로 나를 때릴 때는 아니다"라는 문장을 마주하니 마음이 아릿해집니다.





예술적 동반자이자 불균형한 관계였던 부부 관계는 호퍼가 빛과 그림자의 대조로 상징되는 독특한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호퍼는 모델이 된 아내의 쓸쓸함과 무기력한 모습은 화폭에 잘 포착해 냈음에도, 정작 아내의 우울함은 무시했습니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호퍼의 작품이 단순한 고독의 표현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관계적 불균형을 어떻게 내포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자존과 사랑,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끝없는 책임과 사랑의 연속입니다. 그림 한 폭을 완성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듯, 부모 역시 자신의 부족함과 마주하며 자녀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스위스의 화가 프랑수아 바로의 『빵 자르는 사람』 작품에서는 사춘기 딸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표정을 살펴보게 됩니다. 평온해 보이지만 애써 다른 곳에 집중할 뿐 속마음은 평온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역할은 단순히 자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캔버스에 새로운 색을 더하는 작업임을 일깨웁니다. 한발 물러나야 하는 때가 있지요. 부모로서 삶의 어려움과 기쁨을 공감하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림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철학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삶과 예술의 놀라운 교차점을 보여주는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삶의 빛깔과 민낯을 모두 직시할 용기가 필요한 지금, 그림을 통해 더 나은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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