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피스 게임 -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
초맹 지음 / 아이생각(디지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오릅니다. 성실하게 일하면 인정받고, 승진하며,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말이죠. 그런데 그 믿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책이 있습니다.
21세기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가이드이자 회사 공략집, 초맹의 <오피스 게임>. 직장 생활을 게임이라는 비유로 풀어내면서, 회사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소비하고 소진시키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회사라는 고난도의 게임을 기발하게 분석하고, 레고 이미지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회사는 게임, 우리는 플레이어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죽지 않고 퀘스트를 깨면서 레벨업을 해야 하는 오피스 게임에서 이겨야 하는 겁니다. 부제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라는 말이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출근과 퇴근, 지루한 회의와 끝없는 야근이라는 일상적 풍경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신호들을 포착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저자는 "모든 오피서는 출근을 피할 수 없고, 업무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퇴사를 피해 갈 수 없다"라고 말하며, 무책임한 긍정의 언어 대신 직면해야 할 현실을 강조합니다. 직장인의 불안과 무력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역설적으로 자각과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이 오피스 게임의 기본 설정은 '회사는 차갑다'입니다. 회사의 리더십, 팀워크, 조직 문화를 게임의 기본 설정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은 공정한 룰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종놈에게 미래를 맡길 만큼 오너는 따뜻하지 않다."라는 구절은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격려의 이면에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을 폭로합니다. 직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회사의 미래를 나의 미래로 착각하고 삽니다.
팀워크는 협업의 미덕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회사는 구성원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개인의 성장을 조직의 이익에 종속시키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피스 게임>은 회사의 시스템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적나라하게 일깨웁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하는 오피스 게임 입문. 직장 생활의 출발선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하며,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에서 경험하는 불평등과 부조리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사회에서 ‘을’의 법칙은 여기서 간단하게 설명된다. 상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 ‘을’이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직장에서의 권력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계약직, 인턴,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의 현실도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괜찮다. 오피스 게임은 국영수로 하는 게 아니다. 계약직 무시하지 마라"라는 구절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직장 내 위계와 고정관념을 뒤흔들며,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회사는 종종 투명성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가스라이팅과 희망고문 기법, 감시와 통제 시스템, MBTI 등 조직 문화의 허구적 도구들을 정교하게 운영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죠. 회사가 구성원의 의견을 묻는 방식에도 숨겨진 의도가 있음을 일깨웁니다. 조직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통제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이죠. 회사의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보다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무시무시한 회사의 살육 퀘스트 파트에서는 생존 게임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직장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들이 소개됩니다. 사내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다양한 신호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회사가 사람 짜르는 방법이라는 직설적인 소제목은 조직이 어떻게 구성원을 배제하고 교체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해고는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해고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직장인들에게 불안보다는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오늘날 직장은 종착지가 아닌 경유지입니다. 이직을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며, 우대와 견제를 동시에 받는 경력사원의 법칙을 통해 경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직은 단순한 직장 이동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일깨웁니다.
좋소와 괜찮은 중소의 판별법은 특히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가이드입니다. 회사의 외형적 조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실제로 어떤 환경과 문화에서 일하게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초년생부터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중간관리자,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까지 아우르는 <오피스 게임>. 직장인들이 놓치고 있는 숨겨진 룰과 메커니즘을 낱낱이 만나게 됩니다.
직장은 정말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곳인가, 회사의 리더십은 신뢰할 수 있는가, 나만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회사의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싶은 이들, 조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