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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 저자는 뉴미디어계의 아이콘으로 팟캐스트, 유튜브,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날카로운 질문과 통찰력 있는 진행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정영진의 시대유감>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를 정면으로 마주 보며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도발에 가깝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64가지 주제는 단순히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훈계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각자의 생각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질문을 유도하며, 세상과 나 자신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게 합니다. 모순을 밝히고, 가식을 비웃고, 소신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우리는 과연 고민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삶의 방향성이 너무 자주 타인의 시선에 의존한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자신을 설명하는 문장이 점점 짧아지는지, 길어지는지 점검해 보라고 제안합니다. 짧아진다면 삶의 방향성이 뚜렷해진 것이고, 길어진다면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강해진 것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공감 능력’에 대한 비판입니다. 무조건적인 공감이 개인의 주체성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공감은 결국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은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정영진 저자는 누구나 좋아할 이야기나 위로가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을 망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챕터는 기존의 위로 문화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열심히 하면 잘될 거야"라는 흔한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그는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노력만으로 불평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어른들은 결국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국뽕 없이도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특유의 민족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단하다’는 감정에 빠져 제대로 된 성찰을 못 하면 결국 발전도 없다는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정영진의 시대유감>은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눈치 없는 소신 있는 사람들임을 강조합니다. ‘약자가 착한 사람이라는 오해’ 챕터는 현대 사회에서 약자와 도덕성을 무조건적으로 연결 짓는 태도를 비판합니다. 약자도 때로는 부도덕할 수 있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그는 죽음의 권리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접근합니다. 죽음을 선택할 자유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앞으로 더 논의해야 할 중요한 화두임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왜’를 묻지 않는 현대인들을 향한 경고와도 같습니다. 질문을 멈추는 순간, 삶도 멈춘다는 그의 말은 책 전체에 녹아 있습니다. "생각하고 싸우고, 또 싸우면서 생각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삶을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환기합니다.
공허한 위로가 아닌, 날카로운 성찰과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삶을 점검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의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 사고의 확장에 도움됩니다.
단순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유도합니다. 비상계엄 논란이라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서 이 책은 유의미한 통찰을 안깁니다.

우리는 사회적 관성에 의해 기존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따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거론될 때, 국민의 목소리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었으며, 정부의 결정 과정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던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어줍니다.
"왜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멈췄는가?"라는 질문을 강력히 던지는 동시에, 그런 질문이 억압되는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기 싫어도 질 수밖에 없다. 그때 애먼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집단의 선택일지라도 개인의 책임이 축소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 뼈저리게 느꼈으면 한다."
- 「시대유감: 비상계엄」 중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정영진의 시선 <정영진의 시대유감>. “묻는 것은 잠깐 부끄럽지만, 묻지 않는 것은 평생 부끄러울 일이다.”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머뭅니다. 머리와 마음을 끊임없이 흔들고, 불편하게 하고, 도전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