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풍경
마치에이 미크노 지음, 발렌티나 고타르디 그림, 김시형 옮김 / 모스그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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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풍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명소, 절경이나 그림엽서 속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발 그림책 『우리가 사는 풍경』 속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형식은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꽤 철학적입니다. "풍경은 그냥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인식론적 전환일지도 모릅니다.


이탈리아의 생태 전문 출판사 코카이 북스를 이끄는 저자 마치에이 미흐노(Maciej Michno)와 일러스트레이터 발렌티나 고타르디(Valentina Gottardi)는 눈에 보이는 경치를 넘어, 인간과 환경이 서로를 빚어가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을 포착해냅니다.


출근길의 가로수,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점심시간에 잠깐 들르는 공원. 우리는 매일 풍경 속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풍경을 배경으로 처리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풍경이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경험의 총체임을 짚어줍니다. 풍경은 바람의 결, 흙의 냄새, 길 위에서 마주치는 이웃의 인사말까지 포함하는 입체적인 개념인 겁니다. 우리가 그 안에서 움직이고 호흡할 때 비로소 풍경은 완성됩니다.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투영된 생생한 현장입니다.


풍경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해 있는 것이라는 관점 전환이 핵심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경험의 층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으로 재구성됩니다. 풍경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라 해석되는 방식에 의해 형성됩니다.


풍경을 찾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야 할까요? 저자는 발밑을 보라고 합니다. 매일 걷는 보도블록 사이의 틈새, 익숙한 아파트 단지의 나무 한 그루조차도 풍경의 당당한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태어나 자란 곳의 모양, 빛, 소리, 냄새조차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우리를 형성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자란 동네의 언어가 우리에게 사유의 기초를 제공하듯, 주변의 모든 환경이 우리 삶의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어린이 그림책에서 이 정도 밀도의 생태철학을 만나는 건 드문 일입니다. 팽나무의 생태 특성을 세밀하게 설명하는 일러스트, 민들레의 뿌리 구조를 보여주는 식물도해까지 고타르디의 그림은 구체적 생명체의 언어로 번역해 냅니다. 인물들은 주로 선 드로잉으로 처리되어 배경의 자연과 대비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땅, 아스팔트 틈새, 담장 가장자리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식물들. 효율과 정돈을 추구하는 현대 도시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이 틈새입니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경계 지점과 틈새야말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공간입니다. 우리가 잡초라 부르며 뽑아버리던 것들이 사실은 도시의 열기를 조절하고, 토양을 지탱하며, 곤충들의 서식지가 되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식물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사라지는 풍경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줍니다. 블랜드스케이프(Blandscape)라는 신조어가 눈에 띕니다. bland(심심하다)와 landscape(풍경)를 합친 이 단어를 통해 잔디밭과 꽃밭, 획일적인 나무 울타리로만 채워진 공간이 얼마나 생태적으로 빈곤한지를 짚어줍니다. 보기에 깔끔한 곳이 실은 가장 생명력 없는 곳일 수 있다는 역설은 우리 주변의 흔한 건물들의 조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풍경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존재이며, 그 변화의 주체가 바로 우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풍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줍는 행동, 나무를 심는 행동 또는 어떤 장소를 소중히 대하는 태도까지 이런 일상적인 선택들이 모여 풍경의 질을 결정합니다. 환경 보호를 의무로 강요하기보다, 참여의 기쁨으로 전달하는 책입니다.


어려운 낱말 풀이 파트에서는 핵심 키워드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줍니다. 환경, 풍경, 관계 등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들의 뜻을 명확히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풍경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풍경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매일 지나치는 공간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관계를 품고 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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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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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경제학 콘서트》를 통해 경제학이 단순히 숫자의 놀음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읽어내는 학문임을 증명하며 전 세계 1000만 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 행동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경제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스키아상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원서 출간 10주년을 맞아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새롭게 더한 이번 신작,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를 통해 거장 팀 하포드의 지적 귀환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완벽한 질서의 시대를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손안의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뉴스를 골라주고, AI가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고, 스마트 기기는 일상의 모든 마찰을 제거하려 듭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은 더 시끄럽고, 우리는 더 불안합니다. 팀 하포드는 이 모순의 해답을 우리가 그토록 지우려 했던 '불완전함'에서 찾습니다. 효율과 최적화라는 명제 아래 억눌린 인간의 본성이 사실은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열쇠라는 겁니다.


2009년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 참사 사례로 포문을 엽니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자동항법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에 수동 모드로 전환되었을 때, 시스템에 길들여진 조종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대응 능력은 퇴화하는 자동화의 역설이 발생한 겁니다.


인간의 뇌는 모호함을 처리하도록 진화해왔지만, 알고리즘은 모호함 자체를 제거하려 합니다. 분류할 수 없는 것은 강제로 분류되고, 불확실한 것은 확실한 것으로 포장됩니다. 그 과정에서 현실은 왜곡되고, 시스템은 스스로의 정확성을 과신하게 됩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정리정돈과 질서에 집착할까요? 팀 하포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례를 듭니다. 역사상 가장 결단력 있는 인물이었던 프랭클린조차 자신의 서류 뭉치와 무질서한 다이어리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결단력 있는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랭클린은 60년 동안 그토록 노력을 쏟았음에도 자신의 집과 다이어리는 결코 통제하지 못했다. 한평생을 무질서 속에서 보냈음에도 프랭클린은 여전히 질서를 순수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성격의 단점을 고쳐서 덜 무질서해질 수만 있다면 더 존경받고 더 성공적이고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될 거라고 여겼다."


프랭클린이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면, 과연 더 위대한 삶을 살았을까요? 우리는 정리된 책상, 색깔별로 분류된 캘린더, 일목요연한 투두 리스트가 더 나은 성과를 보장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하포드가 수집한 증거들은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창조적 성취는 종종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탄생했습니다. 뒤죽박죽 쌓인 메모 더미, 예상치 못한 자극의 교차, 그 혼돈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무질서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잉태되는 비옥한 토양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통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쾰른 오페라 극장에서 상태가 엉망인 피아노로 역사적인 공연을 남긴 키스 자렛의 사례를 통해 즉흥성의 가치를 논합니다. 만약 자렛이 완벽한 조건만을 고집했다면 그 위대한 연주는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의 담보라고 믿지만, 실제 세상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류와 마찰이 발생했을 때, 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함을 이용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것이 인간만의 고등 전략입니다.


2014년 런던 지하철 파업의 사례도 재밌습니다. 스무 명 중 한 명은 파업 기간 동안 찾아낸 새로운 경로를 파업이 끝난 뒤에도 이용했습니다. 새로운 경로가 이전 경로에 비해서 교통비가 적게 들거나, 더 빠르거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강제된 혼란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지를 발견하게 했습니다. 인간은 익숙한 경로를 최선이라 믿습니다. 그 믿음을 깨뜨린 것은 파업이라는 불편한 방해였습니다.


팀 다양성에 관한 연구 결과는 직관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마음이 잘 맞으면서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다양성이 있는 팀이 높은 성과를 내지만, 그 팀에 속한 구성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확신하지 못하고 진행 과정을 의심하며, 전반적으로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긴다. 동질성이 높은 팀은 성과는 낮지만 만족감이 높다."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우리는 팀워크가 좋다는 느낌을 성과의 신호로 읽습니다. 회의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의견 충돌 없이 결론에 도달하면 잘 굴러가는 팀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 반대를 가리킵니다. 마찰이 없는 팀은 편안하지만 정체되어 있는 겁니다.


질서는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취약성을 증가시킵니다. 생태계에서도 단일 품종의 질서 정연한 숲은 병충해 한 번에 전멸하지만, 무질서하고 다양한 숲은 살아남습니다. 하포드는 과도한 최적화가 회복탄력성을 앗아간다고 경고하며, 시스템 속에 일부러 여유와 틈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흥미롭게도 '미루기'조차 우리에게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미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후회와 권태에서 기인한 절망적인 기분은 우리가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경고일 때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혼란과 무질서가 모든 삶의 문제의 해답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불완전함이 갖는 실질적 기능과 전략적 가치를 분석해 보여줍니다.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하나의 기술로서의 불완전함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입니다. 완벽한 조건은 종종 우리를 안이하게 만듭니다. 불완전한 조건이 우리를 깨웁니다.


AI가 시대에 인간이 더욱 갈고닦아야 할 능력은 즉흥성, 모호함을 견디는 힘, 실수를 허용하는 용기입니다. 이것들은 효율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효율이 닿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는 인간 고유의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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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나와 세상을 바꾸는 고전 읽기의 힘
장영익 지음 / 더로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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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고층 건물 사무실에 홀로 불을 밝히고 앉아 있는 장 대리. 출근한 지 14시간이 지났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입에서는 하품이 나오고, 몸은 이미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장영익 저자는 '장 대리'를 통해 직장인의 실존적 피로를 포착합니다. 야근과 번아웃의 반복, 그 안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자신의 삶.


장 대리는 어느 날 우연히 고전 한 권을 집어 들고, 그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합니다. 수백 년 전 누군가가 이미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설정은 고전을 지금 여기 나의 이야기로 끌어내립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장영익은 방황의 끝에서 고전이라는 오래된 보물지도를 다시 펼쳐 듭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40일간의 유럽 여행 이후, 독서를 통해 삶의 중심을 잡고 《교양인을 위한 로마인이야기》를 쓴 작가로 거듭났습니다.


현재도 인문고전 100권 읽기라는 우직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발견한, 고전이 어떻게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비범한 사유의 현장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먼저 고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립니다. 고전이라 하면 특별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 혹은 억지로 읽어야 했던 따분한 숙제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고전이 우리의 현재를 위해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라며 독서의 전장으로 초대합니다.


저자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예로 들며 고전 읽기의 효용성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은 평온한 가정과 안정된 직업을 두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이 갈림길은 100년 전 소설 속 이야기를 넘어, 지금 수많은 직장인들이 매일 밤 마주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고전은 친절한 실용서와 다르게 불친절합니다. 하지만 한 단어씩, 한 문장씩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되새기며 읽다 보면, 그 속에서 우리 삶 속 문제와 고민들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친절함이 역설적으로 고전의 강점이 됩니다. 빠른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전은 단순히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을 확장합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공부하는 일이 아니라, 그 축적된 사고를 현재에 재활용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독서 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혼자 읽는 고전은 종종 해석의 한계에 부딪히지만,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납니다. 읽는 행위가 나누는 경험으로 확장될 때 고전은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구체적인 고전 작품들을 통해 고전의 효용을 입증합니다. <자유론>, <군주론>, <징비록>, <노인과 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논어>, <열하일기>를 각각 삶의 주제와 연결해 풀어냅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루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미존(미친 존재감) 혹은 미존(미약한 존재감)으로 불리던 에피소드를 통해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일상 언어로 끌어내립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페르소나와 관계의 본질을 설명해 주는 도구가 되는 순간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단순히 19세기 자유주의 철학서가 아닙니다.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다수결이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은 SNS 알고리즘과 집단 여론이 지배하는 오늘날 오히려 더 절실합니다.


읽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읽은 후에는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고전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전 읽기에 실패하는 이유는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종대왕의 사례를 들며 우리를 위로합니다. 천하의 세종대왕조차 고전이 어렵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완독 그 자체에 매몰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의 뿌듯함은 잠시뿐입니다. 한 달만 지나도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망각의 늪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읽었다는 사실보다 읽고 무엇을 남겼는가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필사와 리뷰 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손으로 문장을 옮겨 적는 행위는 생각을 깊게 만들고, 자신만의 언어로 리뷰를 남기는 과정은 텍스트를 비로소 나의 무기로 제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다시 읽기의 힘을 강조합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은 책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고전은 우리 성장의 궤적을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고전을 선물하고, 읽은 것을 실천으로 옮기며, 지금 당장 한 문장이라도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은 시중에 많습니다. 이 책이 인상 깊은 이유는 장대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의 고단한 삶과 고전의 찬란한 문장을 절묘하게 교차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현재진행형 독자라는 점입니다. 인문고전 100권 읽기에 도전 중인 그는 여전히 읽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동료 독자의 언어로 말합니다. 더불어 독서 행위 자체보다 독서 이후의 삶을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자신만의 인문고전 리스트 100권 작성법, 독서 모임을 활용법, 고전 리뷰 쓰는 법, 필사하기 좋은 고전 추천 등 고전 읽기 습관을 갖추는 데 유용한 팁을 소개합니다. 저자에게 고전 독서는 자기 계발의 장식이 아니라 삶을 실제로 바꾸는 행위입니다. 그 실천의 구체성이 이 책을 독서법 책이자 삶의 태도에 관한 책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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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 딥 - 가짜 생각에서 벗어나 진짜 생각이 시작되는 순간
유디트 베르너 지음, 배명자 옮김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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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생각하며 삽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각에 시달리며 산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밤마다 이어지는 걱정의 꼬리물기, 반복되는 자기 후회, 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찾아오는 선택 장애까지. 생각은 더 이상 지혜의 도구가 아니라 탈출하고 싶은 감옥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독일의 철학박사이자 저널리스트 유디트 베르너의 『씽크 딥』은 이 지긋지긋한 생각 과잉(Overthinking)의 늪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보여줍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거나 명상을 통해 생각을 비우라는 식의 조언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해서 괴롭다면, 차라리 더 깊이 생각하라"는 역설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유디트 베르너가 안내하는 6단계의 철학 여행을 따라가며 우리 머릿속의 안개를 걷어내 봅니다.


우리는 왜 생각을 멈추고 싶어 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요? 생각 중독. 저자는 개인의 의지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생각 과잉의 에너지를 억지로 억누르기보다는 그 소용돌이의 방향을 틀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품어야 하는 신조는 “생각 과잉을 멈추자”가 아닌 “생각 과잉에 휘둘리는 빈도를 줄이자”다. 그러려면 ‘잘’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빙글빙글 돌아가는 생각의 쳇바퀴에서 내려와 또 다른 생각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 책 속에서


생각의 스위치를 억지로 내리려 할수록 과부하가 걸리는 법입니다. 대신 그 생각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알고리즘이 만든 가짜 안락함에 대한 통찰이 흥미롭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힘들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여행 예약? 쇼핑? SNS 스크롤? 인스타그램 피드에 넘쳐나는 평화로운 코티지코어 감성, 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숲을 거니는 이상적인 이미지들은 잠시의 위안을 주지만 근본적인 사유의 근육을 퇴화시킵니다.





생각 과잉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현실 도피가 결국은 자책과 최적화된 강박이라는 그물망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고 합니다. 예쁜 접시를 사고 집을 꾸미는 행위가 때로는 내면의 불안을 가리기 위한 화장술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진짜 생각은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안락함 너머에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만큼 우리를 생각 과잉으로 몰아넣는 주제가 또 있을까요?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 같은 질문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저자는 특히 무해한 사람이 되려는 강박이 어떻게 생각 지옥을 만드는지 분석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는 우리는 SNS라는 '얼굴 없는 판사' 앞에 서 있는 죄수와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고민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현명하게 고민한다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면의 목소리와 외부의 메아리를 더 잘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고민의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을 때 말입니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가짜 생각에서 벗어나, 나의 욕망과 경계가 어디인지 묻는 진짜 생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씽크 딥』은 생각 과잉의 원인을 사회적 구조로 확장합니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불안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쉽게 분노하고, '그냥 해!(Just do it!)'라는 무책임한 구호 아래 사유하기를 포기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불안은 단순히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불행한 사회가 만들어낸 부산물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변화라는 목표는 과거를 돌아보거나 이상을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고 짚어줍니다. 현재의 모순을 인정하고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변화, 그에 대한 적응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만들어 낼 때, 즉 현명하게 고민할 때만 달성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정보가 힘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를 마비시킵니다. 저자는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을 빌려와 불안한 미래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더 깊이 고민해야 고민에서 벗어난다는 이 역설은 우리가 피하려고만 했던 두려움의 실체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라는 주문입니다. 막연한 두려움은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그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딥 씽킹(Deep Thinking)이라는 하나의 사고법으로 통합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결론을 내려주는 시대에 인간은 왜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딥 씽킹은 생각의 양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의 질을 높이는 훈련입니다. 걱정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되, 그 걱정이 나를 잡아먹게 두지 않고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질문으로 바꾸는 마법입니다.


유디트 베르너의 『씽크 딥』은 생각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는 대신, 당신의 그 풍부한 생각이 얼마나 멋진 통찰로 변할 수 있는지 보라며 손을 내미는 책입니다.


생각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얕은 것이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를 괴롭힌 생각들조차 내 삶의 일부였음을 인정하며, 이제는 막연한 걱정 너머에 숨겨진 진짜 질문들을 끈질기게 따라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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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부리는 아이들 - AI 사교육 시대, 격차가 벌어지는 진짜 이유
김선형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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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AI에게 묻고 있습니다. 숙제 답을 달라고, 에세이를 써달라고, 수학 풀이를 보여달라고. 그리고 돌아온 답을 그대로 옮겨 적으며 공부를 마쳤다고 안도합니다. AI가 내준 답을 외우는 아이, 질문으로 AI를 지휘하는 아이. 당신의 자녀는 어느 쪽입니까?


교육 콘텐츠 기획자 김선형 저자의 『AI를 부리는 아이들』은 AI를 단순히 쓰는 사람과 AI를 비서처럼 부리는 사람의 차이, 그 본질적인 통찰을 통해 미래 인재의 지형도를 보여줍니다.


먼저 오늘날 교육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봅니다. 과외에서 인강, 그리고 AI 튜터로 이어지는 사교육 기술의 진화 속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주도권의 위치입니다. 공부의 설계권이 아이에게 있느냐, AI에게 있느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AI 의존성 강화 루프를 설명하는 도식입니다. 모르는 문제에 직면하면 반사적으로 AI를 검색하고, 빠르게 정답을 확보하며 보상을 얻고, 그 결과 사고 회로가 위축되어 다음번에는 더 빨리 AI에 손을 뻗는 구조. 이 루프는 아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언가를 스스로 시작하는 힘, 즉 학습의 시동 능력 자체를 조금씩 잠식합니다.





성적 격차보다 무서운 전략 격차가 생깁니다. AI를 정답지로 쓰는 아이와 오답 노트로 쓰는 아이의 차이입니다. 전자는 AI의 결론을 소비하고, 후자는 자신의 오류를 분석하기 위해 AI를 활용합니다. 같은 도구를 쓰지만 방향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의 차이가 몇 년 뒤 지능 대결이 아닌 도구 통제력의 대결로 드러납니다.


저자는 학습 유형을 4분면으로 나누어 분석하는데 포기자, 성실한 노동자, 효율 추구형, 그리고 전략적 설계자입니다. 저자가 목표로 삼는 아이는 마지막 유형입니다. AI로 효율을 극대화하되, 학습의 설계권을 스스로 쥔 아이입니다.


『AI를 부리는 아이들』은 문해력, 외국어, 수학이라는 세 영역에서 AI를 어떻게 부려야 하는지 실천적인 솔루션을 보여줍니다. AI에게 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AI를 비판적 검토의 대상이나 훈련 파트너로 설정하는 점을 강조합니다.


문해력 챕터에서 저자는 AI 요약본의 함정을 짚어줍니다. AI가 제공하는 요약은 결과물이지, 사고의 과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독서의 3단계를 제시합니다. 읽기 전 스스로 예측하고, 읽는 중 담담함을 견디며 의미를 추하고, 읽은 후 AI를 토론 파트너로 활용해 검증하는 것입니다.


AI를 정보 수령 창구가 아닌 논리 검증 파트너로 쓰는 법입니다. AI 요약은 산의 지도와 같아서, 지도를 가졌다고 산을 오른 것은 아닙니다. 직접 오르지 않으면 근육은 생기지 않습니다.


외국어 챕터에서는 AI 생성 교재에 대해 소개합니다. 학생의 수준과 관심사에 맞게 지문이 생성되는 고속 엘리베이터와 같습니다. 게임, 아이돌, 어떤 소재든 학생이 원하면 그 주제로 영어 지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AI는 역대 가장 개인화된 언어 코치입니다. 단, 그것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아이에게만 말이죠.


수학 챕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답 노트를 진화시켜 쌍둥이 문제를 생성해 스스로 풀어보는 방식은 AI를 문제 풀이 기계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개념 설계자로서 자신의 사고를 단련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결국 질문의 수준이 곧 성적으로 이어집니다. 월 2만 원짜리 AI 구독으로 고액 과외 효과를 내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질문하는 습관입니다. AI는 입력의 질만큼 출력의 질이 결정됩니다. 궁금한 것이 없는 아이, '왜'를 묻지 않는 아이에게 AI는 그저 정답을 복사해주는 기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12년의 교육 과정을 거치며 '탐험하라'는 말이 공포에 가깝게 들리는 존재로 자랍니다.


저자는 티칭 부모에서 코칭 부모로의 전환을 소개합니다. "AI는 그렇게 말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부모. 이 한 문장이 아이의 사고 회로를 다시 켜는 스위치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 AI 사용 헌법 챕터도 실용적입니다. 투명성의 원칙, 검증의 의무, 디지털 디톡스 등의 규칙을 소개합니다.


프롬프트의 본질은 결국 인문학적 호기심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소크라테스적 대화, 편집자적 시각, 철학적 판단력에서 옵니다. 기술이 화려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인간 고유의 사고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조차 스마트폰을 들고 다닙니다. 도구는 평등해졌는데, 왜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을까요?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 즉 질문의 수준과 활용의 전략이 새로운 불평등의 축이 되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책입니다. 『AI를 부리는 아이들』은 AI를 어떻게 함께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부모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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