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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 시골 양복점 오고리상사가 글로벌기업이 되어 전 세계인에게 ‘라이프웨어’를 입히기까지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박세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범한 양복점에서 출발한 글로벌 브랜드 유니클로의 성장사를 기록한 책 <유니클로>. 일본의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 스기모토 다카시는 현재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비즈니스와 기업 분야를 취재해온 전문가입니다.
SPA 브랜드와 유통업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유니클로의 성장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수많은 관계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빛과 그림자를 균형 있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역사는 작은 시골 양복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니클로>에서는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오고리상사를 어떻게 글로벌 SPA 브랜드로 성장시켰는지 서술합니다.
야나이는 처음부터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방향성을 찾지 못한 청년이 점차 성장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애초에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처음부터 고민을 나누면, 그다음에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해볼 만한 일’부터 차근차근 정리한다.”라는 구절은 어떻게 작은 도전에서 출발하여 큰 목표를 세우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나가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후일 유니클로의 고객 서비스 철학이 됩니다.
유니클로의 가장 큰 전략적 변화는 전통적인 도매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생산과 직영 판매를 결합한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모델을 채택한 것입니다. 유니클로는 단순한 저가형 브랜드가 아니라, 자체 기획과 생산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전환의 배경을 설명하며, 야나이가 홍콩에서 지미 라이를 만나면서 ‘캐주얼웨어 창고’에서 SPA 브랜드로 변신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과정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현재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해외 진출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보수적 경영관을 가진 아버지와 가치관이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실패하며 철수했고, 중국에서는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야나이는 “새로운 일을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실패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입니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유니클로는 홍콩을 기점으로 다시 중국 시장에 도전해 성공을 거둡니다.

유니클로는 단순히 저렴한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라이프웨어(LifeWear)’ 개념을 내세우며 기능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니클로 하면 바로 떠올리는 고기능성 원단(히트텍, 에어리즘 등)과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이 브랜드 철학은 유니클로의 비즈니스 전략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기본을 완성하는 옷’을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브랜드 정체성과도 연결됩니다.
이 책은 유니클로의 성공 스토리뿐만 아니라, 노동 문제와 블랙기업 논란도 가감 없이 다룹니다. 유니클로는 높은 업무 강도와 장시간 근무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블랙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방글라데시 공장 노동 착취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990엔 청바지와 같은 초저가 전략이 노동 환경 악화로 이어진 사례는 기업 윤리와 성장 사이에서 유니클로가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에 대규모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을 때 유니클로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역사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유니클로가 단순히 ‘좋은 브랜드’인지 또는 ‘책임 있는 브랜드’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합니다.
주목할 점은 위기 상황에서의 기업 대응입니다. 블랙기업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였고, 방글라데시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문화적 갈등 상황에서는 미숙한 대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아직 채워나가야 할 숙제를 보여줍니다.
깔끔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믿을 만한 품질로 전 세계인의 일상복이 된 유니클로.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성장한 유니클로의 40년 역사를 살펴본 시간입니다.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과 현지화에 관심 있는 실무자는 물론이고, 유니클로 팬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