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 -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구글벤처스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브레이든 코위츠 지음, 박우정 옮김, 임정욱 감수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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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5일이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놀랍네요.

어려운 프로젝트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소개합니다. 제이크 냅, 존 제라츠키, 브레이든 코위츠의 책, 구글 벤처스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스프린트 SPRINT.


자신이 일을 가장 잘했던 때는, 중요한 과제가 주어졌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때가 종종 있지 않던가요?  그때 작용했던 요소들을 살펴보니 단 5일짜리 과정의 스프린트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크롬, 구글서치, 지메일 등에 적용했고 구글 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에 적용한 스프린트. 도대체 어떤 방식인지 기대됩니다.

 

 


스프린트 책 목차도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요일마다 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시끌벅적한 브레인스토밍은 없습니다. 대신 각자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제법 많다는 게 의외였어요.


월요일 : 문제를 지도로 나타내고 초점 맞추어야 할 중요한 부분을 선택.
화요일 : 서로 경합을 벌이는 솔루션을 종이에 스케치.
수요일 : 어려운 결정 내리고 아이디어들을 테스트 가능한 가설로 변경.
목요일 : 진짜 같은 프로토타입 만들기.
금요일 : 진짜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진행과정마다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어요.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서도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자극 제대로 주더라고요. 보통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결과가 좋은지 그 부분에 민감한데 겨우 5일 만에 그걸 해 볼 수 있다니 솔직히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스프린트를 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소소하지만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을 세세히 알려줍니다. 스프린트를 진행할 때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 있었어요. 절대 평소 일하는 사람으로만 구성하지 않은 7명 이하의 팀 구성, 의사결정권자의 참석, 화이트보드 비치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 책에서는 조건을 빼먹을 경우 실패한 사례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새비오크의 배달 로봇, 블루보틀의 온라인 스토어 사례가 집중적으로 나옵니다. 스프린트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문제를 기회로 바꾸는 게 눈에 보였어요. 집단사고인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이의 제기를 억제한다든지, 합의를 쉽게 이루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기에 스프린트는 솔직히 혼자 일할 때 더 좋은 솔루션이 나오더라는 장점을 활용합니다. 조사, 영감 찾기, 문제 생각 등에 관해서는 혼자 일하되, 화이트보드와 점 스티커로 모든 사람이 집중하고 일을 진척시키도록 하는 궁극의 솔루션입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목요일 과정인데요. 하루 만에 진짜 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되더라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토타입 사고방식을 바꿉니다.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어야 하고, 질문의 답을 얻으려고 만드는 것이기에 외관만 제작해 완전히 기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금요일의 테스트 역시 한 시간짜리 인터뷰 5명이면 충분했어요. 표적 고객 모집은 이미 그전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든요. 그야말로 스프린트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프로세스였습니다.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도 스프린트를 이용한다고 해요. 회사 외 학교, 개인생활에도 적용 가능한 스프린트.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려 애쓰고 있거나 위험성이 높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필요한 기술입니다.


솔직히 5일 만에 끝낸다는 문구를 보고 든 생각은... 아니, 야근은 기본에다가 집에서까지 일하게 만들려고? 였어요. 하지만 스프린트는 정시 출퇴근은 기본이고, 쓸데없는 설득과 변명이 난무하는 지루한 회의도 없었습니다. 만에 하나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와도 단 5일간 투자한 것이니 힘들이지 않고 비싼 교훈을 얻는 셈이 되어 결국 윈윈이었어요.


모든 일을 그럭저럭 할 것인가, 한 가지 일을 탁월하게 할 것인가. 스프린트 전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 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까지 아낌없이 공개해 다른 고민 없이 바로 적용해 활용하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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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브라유 - 점자를 만든 천재적 발명가, 여섯 개의 별이 되다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7
차은숙 지음, 윤종태 그림 / 두레아이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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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은 흰지팡이의 날, 11월 4일은 훈맹정음의 날이라는 것 알고 계세요?
흰지팡이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나타내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상징인 흰지팡이를 기념하는 날이고, 훈맹정음의 날은 박두성 선생님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한글 점자 훈맹정음 반포일을 기념한 날이라고 합니다. <루이 브라유> 책을 읽고서 알게 된 사실이었어요.

 

루이 브라유 (Louis Braille, 1809~1852)는 시각장애인의 눈인 점자를 발명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점자를 브라유라고(영어로 브레일) 부른다고 해요.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시리즈 일곱 번째 책 <루이 브라유 : 점자를 만든 천재적 발명가, 여섯 개의 별이 되다>는 점자를 만든 루이 브라유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루이 브라유는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이 아니었어요. 세 살 때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으며 다섯 살엔 두 눈이 완전히 멀어버리게 됩니다. 당시에는 눈먼 사람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직업을 가질 수 없었기에 대부분 거지로 전락하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암기도 잘하고 총명했던 루이 브라유는 읽고 싶고 알고 싶다는 욕망을 잠재우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당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는 그 학교를 설립한 아우이가 만든 '돋움 문자'가 있었어요. 알파벳을 볼록하게 새긴 형태였는데 읽기만 가능했고 식별하기 힘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었다면 배움의 길에 들어서지 못 했을 겁니다.

이후 도드라진 열두 개의 점으로 소리를 표기해 읽게 하는 '야간 문자'가 등장합니다. 이건 쓰기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기대를 해봤지만, 원래 군대용으로 탄생한 것이어서 간단한 단어만 가능했고 문장을 표현할 수 없어 결국 시각장애인용 문자로는 실패하죠.

 

 

 

점 문자 매력에 끌린 루이 브라유는 3년간 노력해 결국 야간 문자의 결점을 보완해 읽기와 쓰기가 자유로운 점자를 만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건강이 나빠져 스물여섯에 폐결핵 진단을 받게 되기도 하고요.

6개의 점으로 글자, 숫자, 기호, 악보를 모두 표시할 수 있는 루이 브라유의 점자는 그야말로 시각장애인들의 빛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자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참 오랜 세월이 흐르게 됩니다. 그가 다닌 학교의 교장이 바뀌면서 루이 브라유의 점자책을 모두 불태워버리기도 하고 고통의 시간이 많았더라고요.

루이 브라유는 건강 악화로 결국 마흔세 살에 영원히 눈을 감게 되었고, 2년 뒤 점자는 드디어 프랑스 정부의 공인을 받습니다. 열다섯 살에 만들었던 점자가 무려 30년의 세월이 지나고서야 인정받게 된 거죠.

뒤늦게 그의 가치를 인정한 정부의 행태에 화가 나기도 하고, 루이 브라유의 인내와 노력의 과정에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1992년 발견된 소행성에 9969브라유 라는 이름을 붙여 진짜 별이 된 브라유.

 

 

 

 

루이 브라유에 관한 책은 만화 형태로 이미 읽었었는데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감동받았습니다.

스토리 전개에 막힘없고 감동은 고스란히. 역시 글줄 책의 장점이 잘 드러난 책이었어요. 그림도 어쩜 저리 고운지. 처음 표지 그림을 봤을 때와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봤을 때의 감동이 또 다르더라고요. 표지 그림만 봐도 가슴이 막 벅차오르네요.

 

 

 

 

요즘 한창 인물 이야기에 푹 빠진 아들과 감동을 나누며 읽은 책이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관심 없었던 점자가 눈에 자주 들어옵니다. 사실 아이가 먼저 발견하면서 루이 브라유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더 많네요.

 

 

 

 

점자 발명 후 시각장애인들이 읽고 쓰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이며, 세상을 살아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루이 브라유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책이지만,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인 한글 점자 창안자 박두성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고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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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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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 전문가 조승연 작가의 열아홉 번째 책, 플루언트.

기대 이상이었어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솔직히 조승연 작가처럼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길 바랄 텐데 영어 공부할 때도 인문학을 버무려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입니다.

 

 

<플루언트>에서는 영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전에 영어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천할만한 기술적인 주요 내용은 보통 책 중반 이후에 나오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동서양인은 생각의 순서가 서로 반대이고, 영어는 모자라는 표현을 보충하려고 단어를 꼬아버리고, 직관적인 한국어에 비해 추상적인 영어이고, 영어의 주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주어의 의미가 아니고, 같은 단어라 해도 모양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라는군요. 이 5가지를 설명할 때부터 영어의 역사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읽다 보면 조승연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한 느낌이라 쏙쏙 들어와요. 생각 외로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이해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영어 문장, 단어, 문맥에 관해 설명합니다. 주어, 동사만으로 문장 만드는 법부터 완벽하게 마스터하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최소한의 요소로 소통하는 영어인 피진을 충분히 거쳐야 다음 단계로 발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피진은 세련된 영어가 아니라 생존 영어 방식인데요, 이걸 많이 해봐야 말문 트기가 된다는 거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동사의 숫자가 영어실력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주어+동사 문장을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어순과 반대인 영어의 순서에 익숙해지는 기초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사의 다양한 사용법을 모르면 표현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적절한 동사 고르는 것으로 시작하도록 훈련되면 바로 '유창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문법에 관해서는 얼추 무슨 뜻인지 알았다고 넘어가면 독해나 영작이 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장 분해력을 강조합니다. 문법을 공부할 때는 통상적으로 ~로 쓰이는데 그 이유는 ~이다로 반드시 정리해봐야 한다고 해요.

 

 

우리는 문법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법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미리 외운 문장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을 때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규칙에 일관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없다. 문법 공부란 이 논리적 일관성을 관통하는 사유적 훈련이다. 문법을 외우기만 한다면 외국어를 백날 배워도 유창한 문장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미리 외워두는 문법 공부는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 p131

 

암기식 영어공부법이 아닌, 올바른 어휘 능력을 갖추는 법은 특히 놀라웠습니다. 영어사전 사용법을 함께 알려주는데 처음 2~3년은 이렇게 공부하라고 하네요. 프랑스 언어학자 리트레, 영국 언어학자 제임스 머레이(Oxford English Dictionary)처럼 단어의 뜻 원래의 몽실몽실한 느낌을 복원해내야 한다고 해요.

 

 

 

이때 조승연 작가의 사례를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정말 이런 방식이야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이잖아요. 당장의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길게 보고 공부할 때 가능하죠. 리트레 방식은 단어 하나가 여러 책에 다양한 의미로 쓰인 걸 모으는 것이고, 제임스 머레이 방식은 그 단어의 과거를 찾는 겁니다. 그래서 사전은 맨 끝에 설명한 단어의 역사가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요. 이렇게 하면 문맥상으로 감을 아는 것이 된다고 해요. 새로운 단어를 봐도 그 안에 내포된 스토리를 찾아내면 낯설지 않게 됩니다.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은 단어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문법처럼 공유된 단어 생성 원리와 규칙만 알아두고 상황에 따라 단어를 만들어 쓰고 해석할 줄 아는 것이다. - p177

 

 

마지막으로 문화 독해력을 기반으로 영어 유창성은 더욱 향상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양 철학과 종교의 이해, 그들이 읽는 필독서 원서로 읽기 등 인문학적 지식이 큰 힘을 발휘하더라고요. 시 낭송 영어공부법도 영어 특유의 표현법과 구어체 문장에 익숙하게 하고 영어 근본이 된 세계관 이해는 물론 영어에서 가장 흔한 비유법을 배울 수 있다고 추천합니다.

 

 

영어는 언어입니다. 우리 영어 공부의 문제는 영어를 대하는 잘못된 마인드 때문이라고 해요.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을 살펴봐야 하고, 언어란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우러나오는 탐구의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언어학자의 마인드로 접근하라는 조승연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기본 개념, 목적, 방법을 정확하게 아는 게 영어 공부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 <플루언트>. 21세기 코스모폴리탄의 영어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보여줍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공부하기 전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 책이에요.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유창성을 기르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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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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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톡톡 건드리는 책, 사회비평가이자 페미니스트 나오미 울프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991년에 초판이 나왔던 이 책이 오늘날에도 정확히 적용된다는 사실. 여성 혐오 범죄가 심심찮게 행해지는 시대를 살면서 착잡하기도 합니다.

 

페미니즘의 흐름은 1920년 미국 여성 참정권 쟁취를 시작으로 첫 번째 물결 페미니즘을,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루어지면서 사회 문화적 차별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물결 페미니즘을, 그리고 오늘날에는 얼굴과 몸에 직접 제약을 가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 시기라고 합니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바로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한 책이라고 해요. 투표를 하고 재산을 소유할 권리는 있는데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저자 나오미 울프는 생물학적 여자보다 사회학적 여성을 염두에 두고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폭력 6대 영역에서 아름다움의 신화를 파헤칩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아름다움의 신화도 문제 제기하는데 오늘날 남성 미용성형수술 시장의 증가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앞날을 통찰한 날카로운 눈이 돋보였습니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거세게 반발해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여성의 진보를 가로막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환경에서, 아름다움의 신화 속에서 살고 있다. -  책 속에서.

 

 


 

그동안 페미니즘 활동으로 여성의 사고방식이 바뀌자 이제는 아름다움을 무기로 내세웠습니다. 가정일처럼 무보수 노동에 익숙해진 방식은 전문적인 주부 역할, 전문적인 직장인 역할, 전문적인 미인의 역할 모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여성이라면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려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투표용지나 로비스트나 플래카드가 아니다.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각이다. - 책 속에서.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은 보편적이거나 변함없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구조, 경제, 문화가 여성에게 반격을 가할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여성을 가두기에 좋은 사회적 허구라는 거죠. 왜 여성의 의미를 이렇게 정형화된 아름다운 이미지로 고정화시키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식 자기계발 열풍 시대처럼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흔히 추측하듯 아름다움의 신화가 성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라는 것의 많은 사례들을 보니 충격적이었어요. 자신의 본질적 가치조차 확신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자존감을 낮춥니다. 자기 몸값을 과소평가합니다.

 

문학작품, 여성지 속 여성의 아름다움을 사례로 들며 '이상적인' 이미지가 강박적일 정도로 중요해진 문화, 완벽하게 창조된 남성에 비해 여성은 남성의 몸보다 열등하는 종교적 영향, 섹스를 강간으로 그리는 성문화, 여성의 몸을 감옥으로 만드는 다이어트 같은 사회적 방책 등은 여성의 자부심과 유능함을 허물어버리며 내면화된 자기혐오를 부릅니다. 셰릴 샌드버그가 자신의 책 <린 인 / 와이즈베리> 에서 줄곧 이야기한 것처럼 여성은 유난히 유리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성형수술 시대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수술이 아닌 건강한 젊은 여성을 고치고 있습니다. 노화된 주름을 질환이나 병으로 만들면서 건강한 여성을 병들게 하고, 능동적 여성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여성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아름다움의 고통을 사소하게 여깁니다. 아름다움을 거부하면 겁쟁이 취급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여성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늙은 남성은 세상을 움직이지만, 늙은 여성은 문화에서 지워진다. - 책 속에서.
 

 


 

이 모든 것은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현실. '아름다움'의 정의는 인간 역사에서 조금씩 바뀌어왔지만, 그 정의가 밖에서 오는 한 달라질 건 없을 거라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가 올 가능성은 정녕 없을까요.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바꿀 개인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은 생각 외로 많았습니다. 나오미 울프는 스스로를 직접 바라보고, 여성을 삼차원적으로 조명하는 연극과 음악, 영화를 찾아내고, 여성의 전기와 여성의 역사, 세대마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여성 영웅들을 찾아내 끔찍한 '아름다움'의 공백을 메우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늘 분석의 눈길을 날카롭게 벼리면서 '의식'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한 발 내디딘 겁니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서는 여성을 평가하는 요소를 그대로 남성에게 적용해보거나 여성 성형수술을 남성의 그것으로 바꿔 묘사하는 사례도 많은데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했어요.

 

사실 책으로 이런 주제를 만나기 전까지는 페미니즘이란 것을 오해하기도 했고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오해조차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낚였던 것), 사회 특유의 문화와 기질은 개인이 바꾸기 힘들다는 무기력에 빠져 관심 밖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본질은 여성과 남성을 구별짓거나 여성이 다른 여성을 미지의 위험의 존재로 보기보다는 건강한 의식을 가진 주체적인 개인으로서의 '나'를 완성해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성과 분리할 때, 자신의 특성과 특색을 찬미할 때, 우리를 분리하지 않고 결합시키는 우리 몸의 즐거움에 접근할 수 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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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엄마의 힘 - 원칙을 지키고 배려를 가르치는
최향기 지음 / 황소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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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한 육아를 위한 자녀교육법 엄마의 힘 시리즈. <일본 엄마의 힘>에 이어 <영국 엄마의 힘>이 출간되었네요. 현지에서 가족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는 맘들이라 생생한 정보가 살아 숨 쉬는 책입니다.
<영국 엄마의 힘>은 영국인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영국식 자녀교육법을 알려줍니다. 그 나라 특유의 문화와 기질이 어우러진 육아관. 그 나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부러움이 살짝 드는 부분도 분명 있었어요.


영국 엄마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해요. 학습지도 없고 자녀교육 성공담 같은 것도 없다고 합니다. 사교육은 있지만 공부 사교육이 아닌 예체능 사교육이고요. 한국은 엄마가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70퍼센트 능력을 가진 아이의 나머지 30퍼센트를 충족시킬 수 있다 여기며 자녀교육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높은 편인데 반해 영국은 자녀의 미래를 엄마가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마인드라고 합니다.

 

 


영국산 디럭스 유모차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데 국내에선 짐이 되기 일쑤입니다. 영국에서는 신생아 때부터 아이를 튼튼하고 안락한 디럭스 유모차에 태우고 잠깐의 외출과 산책이 당연한 산후조리 방식이 영국식 산후조리더라고요. 큰 유모차를 끌고도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건물, 도로, 교통수단 등이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레이디 퍼스트 문화가 있는 영국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모세의 기적이 펼쳐질 정도라네요. 쉽게 끌고 이동 가능한 유모차 문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부피 나가는 유모차 끌고 조금 먼 곳은 엄두를 못내는 현실이라 아기띠가 더 편한데 말입니다.


돌이 안 된 시기부터 혼자서 재우는 육아 방식은 애착 육아라 부르며 아이를 끼고 사는 우리 육아관과는 차이가 크죠.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장점이 확실히 컸어요. 혼자 자는 방법을 터득한 아기들은 잠에서 깨더라도 스스로 다시 잠에 들어 통잠을 자게 됩니다. 그만큼 엄마도 숙면을 하게 되는 거고요. 애착 육아는 깨어있을 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는 저자의 말에 공감되더라고요.

 

게다가 일찍 재우는 습관만큼은 우리나라 부모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무조건 8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들게 했고요. 잠들기까지 10분 내외 걸리니 어쨌든 9시 전에 자기 시작했네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밤 9시가 되면 잘 준비를 하는 루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잠만큼은 푹 재우고 싶었고, 아이가 늦게 자는 만큼 엄마만의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거니까요. 그 외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 권장 문화, 맞벌이부부의 육아 정책, 왕실 나라인 만큼 개념 있는 언행을 하도록 교육하는 법 등 영국식 육아와 교육 문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 가장 배울만한 점은 희생이 아닌 부부 중심의 삶을 누리려고 노력하는 자세였습니다.

아침에는 서로 바쁘니 남편이 스스로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 습관이라든지, 육아와 집안일을 책임지는 전업주부에게도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저녁 시간에 온전히 엄마만의 시간을 갖는 미 타임 (Me Time)으로 힐링을 한다든지, 그 시간의 육아와 집안일은 남편 몫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모여 육아 만족도도 높아지고 결혼 만족도도 덩달아 올라가는 시스템이 참 좋아 보였어요. 결국 육아라는 건 부부가 함께 할 때 서로 행복해진다는 게 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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