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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세계문화 전문가 조승연 작가의 열아홉 번째 책, 플루언트.
기대 이상이었어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솔직히 조승연 작가처럼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길 바랄 텐데 영어 공부할 때도 인문학을 버무려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입니다.
<플루언트>에서는 영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전에 영어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천할만한 기술적인 주요 내용은 보통 책 중반 이후에 나오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동서양인은 생각의 순서가 서로 반대이고, 영어는 모자라는 표현을 보충하려고 단어를 꼬아버리고, 직관적인 한국어에 비해 추상적인 영어이고, 영어의 주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주어의 의미가 아니고, 같은 단어라 해도 모양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라는군요. 이 5가지를 설명할 때부터 영어의 역사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읽다 보면 조승연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한 느낌이라 쏙쏙 들어와요. 생각 외로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이해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영어 문장, 단어, 문맥에 관해 설명합니다. 주어, 동사만으로 문장 만드는 법부터 완벽하게 마스터하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최소한의 요소로 소통하는 영어인 피진을 충분히 거쳐야 다음 단계로 발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피진은 세련된 영어가 아니라 생존 영어 방식인데요, 이걸 많이 해봐야 말문 트기가 된다는 거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동사의 숫자가 영어실력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주어+동사 문장을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어순과 반대인 영어의 순서에 익숙해지는 기초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사의 다양한 사용법을 모르면 표현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적절한 동사 고르는 것으로 시작하도록 훈련되면 바로 '유창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문법에 관해서는 얼추 무슨 뜻인지 알았다고 넘어가면 독해나 영작이 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장 분해력을 강조합니다. 문법을 공부할 때는 통상적으로 ~로 쓰이는데 그 이유는 ~이다로 반드시 정리해봐야 한다고 해요.
우리는 문법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법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미리 외운 문장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을 때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규칙에 일관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없다. 문법 공부란 이 논리적 일관성을 관통하는 사유적 훈련이다. 문법을 외우기만 한다면 외국어를 백날 배워도 유창한 문장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미리 외워두는 문법 공부는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 p131
암기식 영어공부법이 아닌, 올바른 어휘 능력을 갖추는 법은 특히 놀라웠습니다. 영어사전 사용법을 함께 알려주는데 처음 2~3년은 이렇게 공부하라고 하네요. 프랑스 언어학자 리트레, 영국 언어학자 제임스 머레이(Oxford English Dictionary)처럼 단어의 뜻 원래의 몽실몽실한 느낌을 복원해내야 한다고 해요.
이때 조승연 작가의 사례를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정말 이런 방식이야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이잖아요. 당장의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길게 보고 공부할 때 가능하죠. 리트레 방식은 단어 하나가 여러 책에 다양한 의미로 쓰인 걸 모으는 것이고, 제임스 머레이 방식은 그 단어의 과거를 찾는 겁니다. 그래서 사전은 맨 끝에 설명한 단어의 역사가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요. 이렇게 하면 문맥상으로 감을 아는 것이 된다고 해요. 새로운 단어를 봐도 그 안에 내포된 스토리를 찾아내면 낯설지 않게 됩니다.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은 단어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문법처럼 공유된 단어 생성 원리와 규칙만 알아두고 상황에 따라 단어를 만들어 쓰고 해석할 줄 아는 것이다. - p177
마지막으로 문화 독해력을 기반으로 영어 유창성은 더욱 향상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양 철학과 종교의 이해, 그들이 읽는 필독서 원서로 읽기 등 인문학적 지식이 큰 힘을 발휘하더라고요. 시 낭송 영어공부법도 영어 특유의 표현법과 구어체 문장에 익숙하게 하고 영어 근본이 된 세계관 이해는 물론 영어에서 가장 흔한 비유법을 배울 수 있다고 추천합니다.
영어는 언어입니다. 우리 영어 공부의 문제는 영어를 대하는 잘못된 마인드 때문이라고 해요.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을 살펴봐야 하고, 언어란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우러나오는 탐구의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언어학자의 마인드로 접근하라는 조승연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기본 개념, 목적, 방법을 정확하게 아는 게 영어 공부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 <플루언트>. 21세기 코스모폴리탄의 영어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보여줍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공부하기 전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 책이에요.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유창성을 기르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