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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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서, 나는 에르큘 포와로에 관해 쓴 적이 있다. - '작고도 기묘한 체구!' 5피트 4인치(약 162cm)의 키, 늘 한쪽으로 약간 기울인 채 다니는 달걀형의 머리, 흥분했다 하면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눈, 뻣뻣한 군대식 콧수염, 그의 주위에 감도는 위엄있는 분위기! 그의 차림새는 또 얼마나 단정하고 멋스러운지. 단정함에 있어서 그는 남다른 엄격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차림에서 장신구가 비뚤어졌거나, 얼룩이 묻었거나, 약간이라도 흐트러진 것을 보면 그것을 바로잡아 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질서'와 '절차'가 그에게는 종교와도 것이었다. 그는 (사건에 있어서) 담뱃재나 발자국과 같은 외부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멸감을 가지고 있으며, 탐정은 그것만으론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는 우스울 정도로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여보게, 친구, 정말 중요한 일은 '내부'에서 이루어진다네. '작은 회색 뇌세포들'을 항상 기억하라고."라고 말하며 달걀 모양의 자기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곤 했다. -13쪽

인간은 모방하는 동물입니다. 매일의 반복되는 생활에서 합법적인 것도 모방하고, 법에 위배되는 것도 모방하지요. 만일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앞으로 그는 그것과 매우 유사한 범행을 하기 쉽습니다. -111쪽

방법! 자네, '방법'을 터득해야만 해! 자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정리해 보게. 자네의 생각도 정리해 보고. 그래서, 만일 어떤 사소한 사실이라도 들어맞지 않거든, 그것을 버리지 말고 주의깊게 생각해 보는 거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더라도, 그것이 의미 있다고 확신하는거야.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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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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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 보는 눈이 없다. 특히 인생경험이 적은 신타로에게는 여자의 '진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45쪽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소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정하다-51쪽

결국 남자는 같은 남자의 기분만 생각해주려고 한다. 동성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동성의 원망을 살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138쪽

젊은 사람들은 항상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법이다. -192쪽

행복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 그런 것이 없으면 일상생활은 힘들고 지겨울 뿐이다.-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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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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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읽은 작품들이 워낙 발랄하고 살짝 엽기적인 내용이 있었기때문인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늘 비타민 주사를 마구마구 처방하는 이라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기존의 오쿠다 히데오 작품에서 변방에 위치하고 있던 정상적인 사람들. 아니 그보다는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겉표지를 살짝 벗겨내면 까만 바탕에 진분홍 글씨로 GIRL이라고 쓰여진 분위기와 잘 어울리게 이 책 속에는 칙칙한 사회 속에서 톡톡 튀는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개인지도하는 신입사원에게 빠져서 혼자 질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보다 기수가 높은 남성을 부하로 두고 그와 갈등을 겪기도, 또 철없이 살다가 친구의 아파트 구입 소식을 듣고 덩달아 아파트를 하나 마련하기 위해 현실을 자각하게 되어 현실과 타협하며 살기도 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도 한다. 저마다 사회에서의 위치도, 겪는 고민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이들은 독신의 30대라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성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시각으로 바라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여성들의 심리나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20대 초반인 나로써는 30대의 그녀들의 삶과는 100프로 일치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물론 남성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의 감성과 여성 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의 감성은 그 맛이 다르긴 하다. 그렇지만 에쿠니 가오리식의 지나치게 감성에 치우친 느낌보다는(물론 뭐 섬세하다는 평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살짝 부족한 듯 싶은 감이 들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것 같지는 않은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가끔씩은 좀 만화같은 느낌도 살짝 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허구적인 느낌보다는 이런 일이 어딘가에는, 어느 회사 아래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겠다싶을 정도로 왠지 실감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기존에 접한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완전히 그 성격이 다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엽기코드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찝어내는 점과 함께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누구나 젊어지고 싶어하고, 보호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예쁜 옷을 입고 세상 고민없이 사는 것 같이 보여도 속으로는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 지, 결혼문제는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조금 나이가 든 'girl'일 뿐이다. 당당하게. 자신있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사회생활에 치이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여성들에게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읽어도 기분좋게, 유쾌하게 읽을 수 있겠지만 특히나 30대 싱글 직장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덧) 겉표지보다 차라리 속표지가 더 내용과도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겉표지만 붕떠보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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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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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나만 해도 매일같이 다이어트를 하겠노라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땐 버스가 밀렸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예뻐졌다."며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는 여성들만의 대화방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한 개인이 이렇게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데 하물며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행해지고 있을까? 역사의 왜곡(동북공정이나 독도문제)와 같은 문제에서부터 황우석 사태, 청문회에서 "기억이 안납니다"로 일관하는 모습 등등. 우리는 거짓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거짓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올바른 눈을 갖고 있다면 '거짓'을 '진실'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거짓'으로 받아들여 사회현상에 대해서 좀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에서는 사회의 다방면으로 우리가 좀 더 '덜' 속고 살기 위한 눈을 키워주고 있다. 

  <한겨레 21>에서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한 인터뷰 특강의 자료를 모은 이 책에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이 등장한다. 정혜신, 박노자, 김두식, 정희진 등등.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이들이 각각의 주제에 맞춰 거짓말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이 책은 되어 있다.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옮겼기때문에 읽으면서 마치 강연장에 앉아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고, 구어체로 된 글이라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사람, 과학, 한국사, 사회, 북한, 여성, 인도.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이들은 우리가 얼마나 속으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사회는 얼마나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에 대해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는 말은 이제는 더이상 낯선 말도 아니다. 아니, 우리는 '눈을 뜨고도 코 베이며' 살아가지 않는가. 그 누가 황우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그의 거짓말에 놀아났고, 그의 거짓말이 밝혀진 뒤에도 선뜻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그럴싸한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허탈'해하고 '분노'했는가? (여기에 굳이 정치인들의 거짓말까지 예로 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체질화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에서 강연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런 감정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똑똑해지고, 좀 더 사회에 눈을 떠야한다는 것이다. 정혜신은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을 열고 다양하게 생각한다면, 거짓을 좀더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김두식은 "남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왕따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어보라"고 이야기한다.

  한 권의 책에서 이토록 깊이감있고, 폭넓은 지식과 안목을 습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느 정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좀 더 많은 지식을 향해, 좀 더 속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하나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나만해도 이 책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저서를 다시 접해볼 의향을 갖게 됐다.) 거짓말은 물론 나쁜 것이고, 누구도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힘들다. (오죽하면 가장 심한 거짓말이 "나는 거짓말을 한 번도 안해봤어~"겠는가?) 거짓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거짓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를 판단하는 눈은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다. 잘못된, 비뚤어진 거짓을 거짓임을 알아채고 막아내는 것은 이 사회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함이고, 희망적인 사회로의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거짓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그것을 알아채는 눈과, 자기 스스로에게 거짓을 얘기하지 않음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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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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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더이상 낯선 이름이 아닌 알랭 드 보통. 그의 에세이 가운데 스스로 골라낸 에세이의 엑기스를 모아놓은 책이 바로 이 책 <동물원에 가기>이다.

  물론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가 골라낸 에세이의 단편을 통해서 그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냈노라고 회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알랭 드 보통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그를 살짝 맛보고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읽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얇은 책에 담긴 내용을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맛본 것을 재탕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떨떠름한 감도 없지 않았다.(어디선가 맛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건가?!)

  그렇게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었다는 점과 여러 미술작품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도 머리속으로 다시 그 그림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호퍼의 경우에는 <여행의 기술>를 읽을 때 찾아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제목만 보고서도 선뜻 그 이미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상업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수박 겉핥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차라리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게 더 좋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얇팍한 책만으로는 알랭 드 보통을 100프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테니까.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의 예고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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