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 읽은 작품들이 워낙 발랄하고 살짝 엽기적인 내용이 있었기때문인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늘 비타민 주사를 마구마구 처방하는 이라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기존의 오쿠다 히데오 작품에서 변방에 위치하고 있던 정상적인 사람들. 아니 그보다는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겉표지를 살짝 벗겨내면 까만 바탕에 진분홍 글씨로 GIRL이라고 쓰여진 분위기와 잘 어울리게 이 책 속에는 칙칙한 사회 속에서 톡톡 튀는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개인지도하는 신입사원에게 빠져서 혼자 질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보다 기수가 높은 남성을 부하로 두고 그와 갈등을 겪기도, 또 철없이 살다가 친구의 아파트 구입 소식을 듣고 덩달아 아파트를 하나 마련하기 위해 현실을 자각하게 되어 현실과 타협하며 살기도 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도 한다. 저마다 사회에서의 위치도, 겪는 고민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이들은 독신의 30대라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성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시각으로 바라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여성들의 심리나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20대 초반인 나로써는 30대의 그녀들의 삶과는 100프로 일치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물론 남성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의 감성과 여성 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의 감성은 그 맛이 다르긴 하다. 그렇지만 에쿠니 가오리식의 지나치게 감성에 치우친 느낌보다는(물론 뭐 섬세하다는 평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살짝 부족한 듯 싶은 감이 들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것 같지는 않은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가끔씩은 좀 만화같은 느낌도 살짝 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허구적인 느낌보다는 이런 일이 어딘가에는, 어느 회사 아래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겠다싶을 정도로 왠지 실감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기존에 접한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완전히 그 성격이 다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엽기코드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찝어내는 점과 함께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누구나 젊어지고 싶어하고, 보호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예쁜 옷을 입고 세상 고민없이 사는 것 같이 보여도 속으로는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 지, 결혼문제는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조금 나이가 든 'girl'일 뿐이다. 당당하게. 자신있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사회생활에 치이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여성들에게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읽어도 기분좋게, 유쾌하게 읽을 수 있겠지만 특히나 30대 싱글 직장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덧) 겉표지보다 차라리 속표지가 더 내용과도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겉표지만 붕떠보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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