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구판절판


남자는 여자 보는 눈이 없다. 특히 인생경험이 적은 신타로에게는 여자의 '진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45쪽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소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정하다-51쪽

결국 남자는 같은 남자의 기분만 생각해주려고 한다. 동성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동성의 원망을 살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138쪽

젊은 사람들은 항상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법이다. -192쪽

행복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 그런 것이 없으면 일상생활은 힘들고 지겨울 뿐이다.-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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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 읽은 작품들이 워낙 발랄하고 살짝 엽기적인 내용이 있었기때문인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늘 비타민 주사를 마구마구 처방하는 이라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기존의 오쿠다 히데오 작품에서 변방에 위치하고 있던 정상적인 사람들. 아니 그보다는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겉표지를 살짝 벗겨내면 까만 바탕에 진분홍 글씨로 GIRL이라고 쓰여진 분위기와 잘 어울리게 이 책 속에는 칙칙한 사회 속에서 톡톡 튀는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개인지도하는 신입사원에게 빠져서 혼자 질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보다 기수가 높은 남성을 부하로 두고 그와 갈등을 겪기도, 또 철없이 살다가 친구의 아파트 구입 소식을 듣고 덩달아 아파트를 하나 마련하기 위해 현실을 자각하게 되어 현실과 타협하며 살기도 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도 한다. 저마다 사회에서의 위치도, 겪는 고민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이들은 독신의 30대라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성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시각으로 바라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여성들의 심리나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20대 초반인 나로써는 30대의 그녀들의 삶과는 100프로 일치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물론 남성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의 감성과 여성 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의 감성은 그 맛이 다르긴 하다. 그렇지만 에쿠니 가오리식의 지나치게 감성에 치우친 느낌보다는(물론 뭐 섬세하다는 평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살짝 부족한 듯 싶은 감이 들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것 같지는 않은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가끔씩은 좀 만화같은 느낌도 살짝 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허구적인 느낌보다는 이런 일이 어딘가에는, 어느 회사 아래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겠다싶을 정도로 왠지 실감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기존에 접한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완전히 그 성격이 다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엽기코드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찝어내는 점과 함께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누구나 젊어지고 싶어하고, 보호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예쁜 옷을 입고 세상 고민없이 사는 것 같이 보여도 속으로는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 지, 결혼문제는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조금 나이가 든 'girl'일 뿐이다. 당당하게. 자신있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사회생활에 치이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여성들에게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읽어도 기분좋게, 유쾌하게 읽을 수 있겠지만 특히나 30대 싱글 직장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덧) 겉표지보다 차라리 속표지가 더 내용과도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겉표지만 붕떠보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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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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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나만 해도 매일같이 다이어트를 하겠노라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땐 버스가 밀렸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예뻐졌다."며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는 여성들만의 대화방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한 개인이 이렇게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데 하물며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행해지고 있을까? 역사의 왜곡(동북공정이나 독도문제)와 같은 문제에서부터 황우석 사태, 청문회에서 "기억이 안납니다"로 일관하는 모습 등등. 우리는 거짓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거짓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올바른 눈을 갖고 있다면 '거짓'을 '진실'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거짓'으로 받아들여 사회현상에 대해서 좀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에서는 사회의 다방면으로 우리가 좀 더 '덜' 속고 살기 위한 눈을 키워주고 있다. 

  <한겨레 21>에서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한 인터뷰 특강의 자료를 모은 이 책에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이 등장한다. 정혜신, 박노자, 김두식, 정희진 등등.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이들이 각각의 주제에 맞춰 거짓말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이 책은 되어 있다.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옮겼기때문에 읽으면서 마치 강연장에 앉아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고, 구어체로 된 글이라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사람, 과학, 한국사, 사회, 북한, 여성, 인도.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이들은 우리가 얼마나 속으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사회는 얼마나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에 대해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는 말은 이제는 더이상 낯선 말도 아니다. 아니, 우리는 '눈을 뜨고도 코 베이며' 살아가지 않는가. 그 누가 황우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그의 거짓말에 놀아났고, 그의 거짓말이 밝혀진 뒤에도 선뜻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그럴싸한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허탈'해하고 '분노'했는가? (여기에 굳이 정치인들의 거짓말까지 예로 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체질화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에서 강연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런 감정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똑똑해지고, 좀 더 사회에 눈을 떠야한다는 것이다. 정혜신은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을 열고 다양하게 생각한다면, 거짓을 좀더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김두식은 "남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왕따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어보라"고 이야기한다.

  한 권의 책에서 이토록 깊이감있고, 폭넓은 지식과 안목을 습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느 정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좀 더 많은 지식을 향해, 좀 더 속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하나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나만해도 이 책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저서를 다시 접해볼 의향을 갖게 됐다.) 거짓말은 물론 나쁜 것이고, 누구도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힘들다. (오죽하면 가장 심한 거짓말이 "나는 거짓말을 한 번도 안해봤어~"겠는가?) 거짓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거짓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를 판단하는 눈은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다. 잘못된, 비뚤어진 거짓을 거짓임을 알아채고 막아내는 것은 이 사회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함이고, 희망적인 사회로의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거짓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그것을 알아채는 눈과, 자기 스스로에게 거짓을 얘기하지 않음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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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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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더이상 낯선 이름이 아닌 알랭 드 보통. 그의 에세이 가운데 스스로 골라낸 에세이의 엑기스를 모아놓은 책이 바로 이 책 <동물원에 가기>이다.

  물론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가 골라낸 에세이의 단편을 통해서 그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냈노라고 회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알랭 드 보통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그를 살짝 맛보고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읽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얇은 책에 담긴 내용을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맛본 것을 재탕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떨떠름한 감도 없지 않았다.(어디선가 맛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건가?!)

  그렇게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었다는 점과 여러 미술작품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도 머리속으로 다시 그 그림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호퍼의 경우에는 <여행의 기술>를 읽을 때 찾아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제목만 보고서도 선뜻 그 이미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상업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수박 겉핥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차라리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게 더 좋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얇팍한 책만으로는 알랭 드 보통을 100프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테니까.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의 예고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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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품절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은 사람의 실체를 정확하게 아는 데 상당히 방해가 되는 단순무지한 생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5쪽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마다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서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굉장히 근엄한 가장으로 살아가지만 본가에 가면 고분고분한 막내아들이 되는 사람이 있듯이, 그때그때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살면서 개인적으로 역할 사이에서 충돌도 느끼고 남들이 보면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 그 중 어느 한 모습을 가지고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8쪽

분명한 것은 사람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참고 이리저리 열어놓고 생각하자는 거예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모호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은,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전제를 여러분들한테 말씀드릴게요.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건 오류가 전혀 없다든지 이건 100퍼센트 확신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말만은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니까 쫄지 말자. 열어놓고 보자. 완벽하게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저는 이 명제라고 생각해요.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을 열고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생각한다면, 거짓을 좀더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드리고 싶네요. -38쪽

사람이 자기를 알 수 있는 것은 항상 누구와의 관계에서 알 수 있거든요. 고립된 상태로 내가 어떤가 생각하면 굉장히 관념적이고 어떤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늘 그 관계를 성찰해보는 것이 중요하죠. 남편이 있으면 남편하고 그런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얘기해도 좋고, 상대에 대해서 얘기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에 자신을 대입해볼 수도 있고, 좋은 공연이나 영화를 보면서 자신을 거기다 대입할 수도 있잖아요. 책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기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자꾸 가정해보는 것들도 자기 인식을 해나가는 과정이겠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기에 대한 확실한 느낌 같은 것들이 점점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5쪽

모든 역사적인 부분에는 진보적인 성격과 한계가 함께 있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이 가진 진짜 진보성이라는 것은 그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성찰하고 그럼으로써 어떻게 변화시켜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128쪽

제가 요즘 학생들한테 많이 얘기하는 거는, 남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왕따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어보라는 이야기지요. -166쪽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사람들이예요. 거짓말도 많이 하죠. 사회 시스템 전체가 거짓말을 권하는 그런 면도 있어요. 다 같이 거짓말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그런 면이 있는데, 그런 불완전성 속에서 불확실한 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늘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는거죠. -185쪽

이렇듯 사회에 여러 가지 거짓말의 유형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또 자기를 포장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자기를 좀 과장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거짓말이 뭐냐 하면, 바로 의리와 인정 때문에 하는 거짓말이죠. -186쪽

기억을 복원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자기 성찰과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기만이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립니다. 이런 사람을 '정신적 오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다보면 이처럼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떠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18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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