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품절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은 사람의 실체를 정확하게 아는 데 상당히 방해가 되는 단순무지한 생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5쪽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마다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서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굉장히 근엄한 가장으로 살아가지만 본가에 가면 고분고분한 막내아들이 되는 사람이 있듯이, 그때그때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살면서 개인적으로 역할 사이에서 충돌도 느끼고 남들이 보면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 그 중 어느 한 모습을 가지고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8쪽

분명한 것은 사람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참고 이리저리 열어놓고 생각하자는 거예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모호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은,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전제를 여러분들한테 말씀드릴게요.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건 오류가 전혀 없다든지 이건 100퍼센트 확신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말만은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니까 쫄지 말자. 열어놓고 보자. 완벽하게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저는 이 명제라고 생각해요.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을 열고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생각한다면, 거짓을 좀더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드리고 싶네요. -38쪽

사람이 자기를 알 수 있는 것은 항상 누구와의 관계에서 알 수 있거든요. 고립된 상태로 내가 어떤가 생각하면 굉장히 관념적이고 어떤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늘 그 관계를 성찰해보는 것이 중요하죠. 남편이 있으면 남편하고 그런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얘기해도 좋고, 상대에 대해서 얘기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에 자신을 대입해볼 수도 있고, 좋은 공연이나 영화를 보면서 자신을 거기다 대입할 수도 있잖아요. 책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기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자꾸 가정해보는 것들도 자기 인식을 해나가는 과정이겠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기에 대한 확실한 느낌 같은 것들이 점점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5쪽

모든 역사적인 부분에는 진보적인 성격과 한계가 함께 있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이 가진 진짜 진보성이라는 것은 그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성찰하고 그럼으로써 어떻게 변화시켜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128쪽

제가 요즘 학생들한테 많이 얘기하는 거는, 남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왕따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어보라는 이야기지요. -166쪽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사람들이예요. 거짓말도 많이 하죠. 사회 시스템 전체가 거짓말을 권하는 그런 면도 있어요. 다 같이 거짓말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그런 면이 있는데, 그런 불완전성 속에서 불확실한 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늘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는거죠. -185쪽

이렇듯 사회에 여러 가지 거짓말의 유형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또 자기를 포장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자기를 좀 과장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거짓말이 뭐냐 하면, 바로 의리와 인정 때문에 하는 거짓말이죠. -186쪽

기억을 복원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자기 성찰과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기만이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립니다. 이런 사람을 '정신적 오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다보면 이처럼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떠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18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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