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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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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연애소설 읽는 노인>과 <감상적 킬러의 고백>으로 만났던 루이스 세풀베다를 다시 한 번 만나봤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서는 환경에 관한 문제를 마술적 사실주의로 풀어나갔고, <감상적 킬러의 고백>에서는 느와르적인 냄새를 살짝 풍기는 소설로의 모습이었다면 이 책은 <연애소설읽는 노인>보다는 <감상적 킬러의 고백>쪽에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을 풍기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마푸체 인디오 출신의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 형사가 가축도둑을 하다 걸린 권력자인 칸테라스 장군의 아들의 엉덩이에 총알을 한껏 박아넣으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으로 카우카만 형사는 좌천되어 도시에 있는 성범죄 관련 기관의 사무직으로 발령나게 되고, 여기에서 그는 폰 섹스와 관련된 음모에 얽히게 되고 한 걸음씩 그 거대한 음모와 싸우기 위해 다가간다.

  책은 꽤 얇은 편이고 이야기도 짤막짤막해서 제법 빨리 읽어갈 수 있었다. 또 어떻게 보면 스토리가 너무 단순해서 살을 좀 많이 붙여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살짝 빈약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이 얇은 책 속에는 권력자에 대한 저항의식, 자연에 대한 사랑, 소시민의 슬픔, 독재, 소수민족의 문제 등 제법 묵직한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책은 가벼울지언정 그 책이 주는 무게는 어느 소설 못지 않은 것 같다.

  책의 시작부분에 챈들러의 <호수의 여인>이 인용되지만 챈들러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필립 말로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카우카만 형사는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이나 여자와 얽히는 모습이나 좀 거칠다는 점 등의 몇가지를 제외하곤 그렇게 비슷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또 한 편으로는 칠레의 필립 말로쯤 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수준에까지는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 좀 더 살을 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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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0-0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세풀베다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에요. ^^
 

이매지 2006-10-0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소외>를 빌려와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