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의 미학사상 - 옛 선비 33인이 쓴 문학과 예술론 겨레고전문학선집 13
최행귀 외 지음, 리철화.류수 옮김 / 보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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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사물 가운데 귀천과 빈부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정하지 않은 것은 오직 문장뿐이다. 훌륭한 문장은 마치 해와 달이 하늘에서 빛나는 것과 같아서, 구름이 허공에서 흩어지거나 모이는 것을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지 못할 리 없으므로 감출 수 없다. 그리하여 가난한 선비라도 무지개같이 아름다운 빛을 후세에 드리울 수 있으며, 아무리 부귀하고 세력있는 자라도 문장에서는 모멸당할 수 있다. -이인로. -20쪽

작가는 먼저 언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고전에서나 대가들이 어떻게 썼는지를 헤아려 자세히 살핀 뒤에 붓을 들어야 한다. 언어 구사가 정밀하고 힘차야 어려운 기교가 피어날 수 있다. 만일 언어 구사가 정밀하지 못하거나 힘차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감정이나 기백이라도 피어나지 못하고 마침내 졸렬하고 거칠고 서툰 시 작품으로 되어 버릴 것이다. -최자. -65~6쪽

문안공 유승단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지극히 묘한 문장은 오래 씹어야 맛을 알되 범속한 작품은 첫눈에 즐겁다. 그러나 학자가 글을 읽을 때에는 마땅히 곰곰히 읽고 깊이 생각하여 사상-감정(意)을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최자.-77~8쪽

옛사람의 시는 눈앞의 풍경을 그리면서도 뜻은 말 밖에 있어 말은 끝나도 그 맛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현
-86쪽

시는 뜻을 말하는 것이다. 뜻이란 마음의 지향을 이른다. 그러므로 시를 읽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서거정
-125쪽

작가는 멀리 여러 곳을 여행해야 하는가? 생각건대 수만 권의 책을 읽으면 문밖에 나서지 않고도 천하 고금의 일을 알 수 있는데 어찌 반드시 먼 여행을 해야겠는가?
그러면 작가는 먼 여행을 하지 말아야겠는가? 생각건대 나라의 사명을 띠고 사방으로 다니면서 산천을 유람하면 문장과 기백을 더욱 장하게 할 수 있는데 어찌 먼 여행을 하지 않겠는가?
수만 권의 책을 읽어 근본을 다지고 여러 고장을 여행하여 쓸 만한 능력을 기르면 자기에게 주어진 문학의 임무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서거정 -128쪽

시란 사상-감정(志)의 표현이다. 제아무리 시어를 잘 다듬었다 하더라도 정작 사상적 내용과 그 지향성이 결여되었다면 시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를 취하지 않는다. -유몽인-156쪽

문장은 자연스러운 것이 귀중한 것이요, 인위적인 기교를 부려서는 안 된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글 짓는 데 힘을 억지로 들이지 않아도 된다. 문학을 하는 사람은 이 말을 꼭 알아야 한다. -이수광
-171쪽

대체 글이란 조화다. 마음속에서 이루어진 문장은 반드시 정교하게 되나 손끝으로 이루어진 문장은 정교하게 되지 않으니, 진실로 그러하다. 그런데 세상에는 마음속으로부터 글을 이루는 이가 적니, 그 글이 정교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수광-174쪽

젊은이들의 온갖 병을 다 고칠 수 있으나 오직 속된 병만은 고칠 수 없다. 속된 병을 고치는 데는 오직 책이 있을 뿐이다. -허균-186쪽

문장이란 어떤 것인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느낌이 바깥 사물과 부딪쳐서 구상을 이룰 때 진실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다음기를 지나치게 하면 도리어 진정한 맛을 잃어버리는 것이며, 칠했다 지웠다 하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면 도리어 참다운 자태에 손상을 끼친다. 아아, 요즈음 문장의 폐단을 말할 때 간결해서 실패한 것은 적다. -김창흠-198쪽

문장이란 장절이나 글귀를 꾸미어 겉치레만 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모으고 물어서 헤아리며 말을 더듬어 이치를 밝히고 의견을 세워 진리를 옹호하는 것이 모두 문장이다.
모일 때마다 반드시 시문을 지으면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거기게 온 힘을 기울이게 되고 온 힘을 기울이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면 장차 시문이 빛나게 일어날 것이다. -홍양호-212쪽

아아, 옛것을 배우는 사람은 형식에 매이고 새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법도가 없다. 만약 능히 옛것을 배우더라도 변통성이 있고 새것을 만들어 내더라도 근거가 있다면 지금의 글이 옛날의 글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지원-239~40쪽

비록 조그만 재주라도 모든 것을 잊고 덤벼야 성공할 수 있다. -박지원 -264쪽

글을 잘 짓는 사람은 전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글자는 말하자면 군사요, 사상-감정(意)는 장수요, 제목은 적국이요, 옛일이나 옛이야기는 전장의 보루다. 글자를 묶어서 구句로 만들고 구를 합해서 장章을 이루는 것은 대열을 지어 행진하는 것과 같으며, 성운으로 소리를 내고 문채로 빛을 내는 것은 북, 종, 깃발 같은 것이다. 조응이라는 것은 봉화에 해당하고, 비유라는 것은 유격 부대에 해당하고, 억양 반복이라는 것은 백병전과 육박전에 해당하고, 제목을 끌어내고 결속을 짓는다는 것은 적진에 먼저 뛰어들어 적을 생포하는 데 해당하고, 함축을 귀중히 여긴다는 것은 적의 늙고 쇠한 병사를 사로잡지 않는 데 해당하고, 여운이 있게 한다는 것은 기세를 떨쳐 개선하는 데 해당한다. -박지원-275쪽

참다운 시는 모두 자기 목소리를 낸다 - 박제가 -307쪽

옛날 문장에는 모방한 것이 없다. 모방한 것은 문장이 아니다. 문장의 묘미는 바로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며 진실한 말로 이야기하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진, 한 시대의 시를 좋아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당나라 시를 좋아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송, 명 시대의 시를 좋아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어찌하여 이렇게 널리 취하는가? 그것은 고금에 걸친 여러 작가에게 배워 좋은 작품을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남공철 -311쪽

문장은 진리를 반영하고 이치를 해명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말을 글로 쓰지 않으면 후세에 전할 수 없다 했다. 유한준은 문장이 능-316쪽

사람에게 문장이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을 때 우선 뿌리에 북을 주고 줄거리를 바로 세워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면 거기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를 잘 가꾸지도 않고 꽃만 보려고 서둘러서는 안된다. 나무뿌리를 북돋우듯 자기 마음을 바로잡고, 줄거리를 바로 세우듯 자기 몸을 수양하고, 진액이 통하듯 경전을 깊이 연구하여, 가지와 잎이 무성하듯 학식을 넓히고 기교를 연마하여 마음속에 든든하게 쌓은 다음에 마음에 품은 것을 표현하면 곧 글이 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보고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진정한 문장이다. 문장의 길만을 따로 떼어서 성급하게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약용 -331쪽

문장을 보는 것은 꽃을 보는 것과 같다. 모란이나 함박꽃이 탐스럽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석죽이나 수구화 따위를 버리며, 국화나 매화의 담박함을 좋아하여 복숭아나 살구꽃의 아리따움을 싫어한다면 어찌 꽃을 감상할 줄 안다고 하겠는가? -김려 -348쪽

사람은 혼자 자신을 알려지게 할 수 없다. 반드시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남에게 일러 주게 된다. 더구나 글로 쓰지 아니하면 멀리 후세에 전할 수 없다. 이것이 문장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이다. -홍석주 -355쪽

지나친 찬사와 사실에 어긋나게 기리는 것은 뜻있는 사람들이 부끄러이 여기는 일이다. 이는 뜻있는 사람들만이 부끄럽게 여길 뿐만 아니라 문장에서도 몹시 꺼린다. 지금 문장에 뜻을 두는 사람들이 첫째로 주의할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면 마음이 이치에 통하고 온갖 관찰력이 환하게 밝아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어찌 문장에 능하지 못하겠는가? 이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서 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김정희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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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9-0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쌓인게 있어서 읽을 짬이 안나지만요.ㅠㅠ;

이매지 2006-09-0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게 이어지는 타입이 아니라 길어야 한 3페이지 가량되는 글들을 모아놔서 틈틈히 읽으려구요. 책이 두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힘들듯 ㅠ_ㅠ 되도록 빨리 리뷰를 써야하는 책이라(알지에서 받았어요) 열심히 읽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