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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프로페셔널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9
레니 에어드 지음, 서창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여기 간만에 안정된 생활(그래봐야 여권위조업)을 하고 있는 해리가 있다. 이전에 이 일 저 일 해온 그에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바로 몰랜드라는 한 남자와의 악연. 10년 전 아테네에서 만나 몰랜드의 말에 전재산을 털어 바닷속에 있는 조각상의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마르칸드로 관광여행을 가는 일, 배에서 물건을 밀매하는 일 등. 몰랜드를 만날 때면 늘 그동안 닦아놓은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그런 몰랜드가 2년만에 해리 앞에 나타나 또 다시 그를 사건에 끌어들인다. 이번 일은 그가 2년간 준비해왔다는 백만장자의 아이를 유괴하기! 아예 아이를 유괴하는 것이 아니라 알베르트라는 프로 아이와 백만장자의 아딜을 우연을 가장해 바꿔치기한다는 것. 성공할 것 같이 보였던 이 계획은 여러가지 변수때문에 난항을 겪게 되는데... 그들은 과연 몸값을 무사히 받아낼 수 있을까?
책 속에는 그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습자지 지식을 자랑하는데다가 남을 설득하는 능력까지 갖춘 몰랜드. 그리고 그의 말에 끌려 백만장자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 백만장자의 경호원 하먼. 단순히 교통비를 벌기위해서 참여했다가 너무 일에 빠져버린 폴라. 그리고 애써 뼈빠지게 기반을 닦아놓으면 몰랜드가 나타나 모든 것을 뺏겼던 해리. 이런 유괴범들과 알베르트, 그리고 알베르트의 아버지인 토니, 그리고 유괴범들이 평범한 부부로 살아가면서 만나는 열정적인 이탈리아 동네주민들 정도. 인물이 이 정도로 한정되어있기에 이야기는 너무 퍼지지도 않고 너무 시시하지도 않게 재미있게 진행된다.
짜여진 각본대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얼마나 삶을 재미가 없을까. 하지만 짜여진 각본에서 벗어난다면 그건 또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이 책에 나오는 유괴범들은 정말인지 '그럴싸하게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염두해두지않았던 요소들때문에 이리 당황하고 저리 당황한다. 통통하게 살도 올랐고 방긋방긋 웃으며 의연해보이는 프로페셔널 아기 알베르트, 허약해보이는데다가 왠지 정도 안가고 떽떽거리기까지하는 부잣집 아들 셀림. 유괴범들도 동네 사람들도, 심지어 아이를 바꿔치기한 사실을 알고 있는 백만장자도 모두 알베르트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지만 백만장자가 자신에게 다른 아이와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자기가 그냥 알베르트를 키우겠다고 한다. 몸값도 지불하지 않은채. 이에 적진으로 들여보낸 알베르트가 걱정이 되서 날뛰는 폴라, 그녀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는 해리, 그와중에도 머리를 굴리고 있는 몰랜드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다시 알베르트를 찾아오기 위해서 벌이는 일들도 재미있었다.
유괴라는 악질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내용자체는 유머러스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인물들간의 이야기들이 잘 버물어져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범죄이야기라고 하기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 이 정도라면 추리소설이 무서워서 겁냈던 독자들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