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향한 발자국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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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똑똑한 탐정(포와로나 미스 마플과 같은)이 등장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이야기 또는 평범한 사람의 모험담.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늘 애거사 크리스티 특유의 로맨스 모험담이 이어지곤 했는데 적어도 이 작품만은 예외였다. (아니 예외라기보다는 다소 로맨스적인 내용이 많이 빠졌다고 해야할 듯.)

  유럽, 미국 등의 여러 국가에서 뛰어난 능력의 과학자들이 자취를 감춘다. 국가적인 손해로 여겨지는 그들의 실종. 때가 때인만큼 각국에서는 그들이 철의 장막을 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 그렇게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있다. 그녀를 통해 과학자들이 모인 곳을 알아내려고 하는 요원. 하지만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갈 것 같았던 여성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때마침 죽은 과학자의 부인과 같은 머리색을 가진 여성이 눈에 띈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자살하려고 하지만 한 요원이 그녀에게 접근해 좀 더 극적인 죽음을 가질 기회를 주겠노라고 그녀를 모험에 끌어들이고,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잠시 접어둔 채 과학자의 아내 행세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일단 시대적인 배경면에서 소련이 아직 붕괴되기 이전의 이야기이기때문에 철의 장막에 대한 은근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시대적인 측면 외에는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오직 연구만을 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지는 점도 꽤 독특했다. 그 곳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여가생활도 교육도,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 그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책 속에는 펼쳐지고 있었다. 이 외에도 평범한 여자가 다른 여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나 광기어린 과학자들의 모습, 허를 찌르는(혹은 좀 생뚱맞기도한) 결말 등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 것 같았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모험이야기치고는 로맨스적인 말랑말랑한 요소도 적었고, 뒤에 적힌 해설대로 때로는 좀 하드보일드소설처럼 건조한 느낌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치고는 좀 독특한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었다. '광기'에 대한 생각도 잠시나마 해볼 수 있었지만 그보다 만약 내가 이 책 속에 등장한 곳에 간다면 과연 그 곳을 나오고 싶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 혹은 만약 내가 삶에 절망하고 자살하려고 할 때 이 책 속에 나온 것처럼 좀 더 극적인 죽음을 위해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 등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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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와르탐정이나 미스마플이 안나오는 건가요.?

이매지 2006-06-2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와로나 미스마플도 안나오고, 모험소설에 등장하는 터펜스&토미도 등장하지 않아요. 아마 한 번 나오고 마는 등장인물인 듯^^ 그냥 평범한 중년부인쯤 될 것 같아요.

werpoll 2006-06-2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리뷰 읽어보니까 재밌을거 같아요 ~^^

이매지 2006-06-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거사 크리스티 모험담치곤 좀 덜 말랑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