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게 살았던 한 작가의 삶

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단순히 글재주만으로 밥을 먹고 사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래서 오늘 날에도 숱한 작가들은 교직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글을 짓고 있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삶은 '글'로 벌어먹고 살 수밖에 없는 어떤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있으니 그런 사람들은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글로 성공해보려 한다. 여기 그런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이다.

  사실 이 책은 몇 년 전에 한 번 만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 땐 폴 오스터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때문에 그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고, 문체가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다 읽지 못하고 관뒀었다.) 하지만 폴 오스터의 작품들을 몇 작품 접해보면서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겨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눈을 치우거나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파는 사소한 일로 돈을 모으던 그는 번역, 논평, 영화 내용 요약, 예술 관련 서점 직원, 야구 게임 판매 등.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아둥바둥 살아간다. 편안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려운 길을 택한 그의 모습이 지금 보면 결과적으로는 올바른 것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하면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난 그냥 작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폴 오스터는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그런 운명을 타고났더라도 난 그 길을 피하지 않았을까. 그의 경험은 너무도 궁핍하고, 너무도 처절하다. 물론, 그가 그 시절에 겪은 가난에 대한 경험은 그가 좋은 작가가 되는데 어떤 영양분, 혹은 자극제가 되어 줄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폴 오스터를 아끼는 독자라면 그의 경험이 어떤 식으로 그의 작품에 투과되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고,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독자라면 그의 경험을 통해 글 하나로 벌어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도 저도 아닌 쪽이라면 굳이 시간을 내서 볼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기대는 접는 편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