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1
가오싱젠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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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기다릴까? 기다릴까 아님 갈까? 정말 사람 미치겠군! 운명이다. 그래 기다려보자. 늙어 죽을 때까지. 사람은 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지 않고 운명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지? 거 참. 운명이란 게 뭐지? (아가씨에게) 운명을 믿어요?-45쪽

운명은 바로 이 동전 같은 거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믿어요? (던졌다가 잡는다.) 그림 아니면 글자? pig, book, desk, dog. 빨리 결정해요! are you teacher? no. are you pig?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I am I. 나는 나야! 당신은 당신 자신을 안 믿고 이걸 믿어요? (혼자 중얼거리고는, 동전을 치운다)-45쪽

누가 우릴 여자로 만들었을까? 우린 운명적으로 기다려야, 한도 끝도 없이 기다려야 하나 봐. 우선 한 남자가 찾아와 주길 기다리고, 어렵사리 시집을 가서는 애가 세상에 나오길 기다리고, 또 그애가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그러다 우린 늙어버리니......-52쪽

숙련공 : 세상엔 나쁜 사람이 아직 그렇게 많진 않아요. 그렇다고 방비를 안 할 수는 없고, 나야 남을 따지지 않지만, 남들도 날 안 따지란 법 있겠어요?

노인 :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쁜 거야. 내가 남을 밀치고 남은 나를 밟고, 만약 서로 살펴준다면 세상 살기가 훨씬 수월할텐데!-66쪽

숙련공으로 분장한 배우 다 : 기다리면 어때? 사람이 기다린다는 건 뭔가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지. 만약 바라는 것조차 없다면, 그땐 비참하죠. 저 안경잡이 청년 말을 빌리자면 절망이라는 거지. 절망은 DDT를 마시는 것과 같아. DDT는 파리 모기 잡는 약인데. 사람이 뭐 때문에 DDT를 마시고, 고생을 해? 죽지는 않더라도 병원에 메고 가서 관장은 해야 할 테니. 못할 일이지. 맞아요. 당신 밤길 걸어봤어? 허허 벌판에 또 날까지 흐리면, 두 눈에 까막칠을 했는지, 걸으면 걸을수록 알 수가 없다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날이 다 밝았는데도, 게으름 피우고 가지 않으면 그게 바보 아니겠어요? -74~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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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내가 바라는 해답 비스무리한 것도 있고...^^

이매지 2006-05-1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괜찮은 책 같아요. 저 마지막 밑줄그은 건 6명정도 되는 배우가 합창식으로 대사를 하는건데 활자로 보기엔 힘들어도 정작 한 번 공연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