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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에는 중편인 쥐덫을 비롯하여 이상한 사건, 줄자 살인사건, 모범 하녀, 관리인 노파, 4층 아파트,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 24마리의 검은 티티새, 연애탐정과 같은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만약 이전에 쭉 크리스티의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관리인 노파와 연애탐정을 읽으며 이전의 작품(끝없는 밤, 목사관 살인사건)과 비교해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작품이고 크리스티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포와로와 미스 마플을 잠시나마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책이다.
사실 나는 <쥐덫>을 꽤 좋아해서 이 책을 여러번 읽었고, 아는 사람이 이 작품으로 연극을 할 때 겸사겸사 가서 본 기억도 난다. 책으로 보는 것과 연극으로 보는 것. 둘 다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연극이 괜찮았던 이유도 원래 이야기자체가 재미있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디로 도망갈 수 없는 하숙집. 이 곳은 밀실 아닌 밀실이 되어 사람들을 가둬둔다. 그리고 이 곳에서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긴장한다. 범인은 누구이며 무엇때문에 살인을 하려는 것인가. 결말부에 등장하는 범인의 정체는 추리소설 좀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다소 식상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추리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겐 신선하게 다가올 듯.
뒤이어지는 단편인 <이상한 사건>에서는 미스 마플양이 두 젊은이들이 백부가 숨겨둔 유산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이야기가 등장하고, <줄자 살인사건>에서도 역시 미스 마플양이 아내가 살해당하자 자신도 모르게 곤경에 처한 남편을 도와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범 하녀>은 미스 마플의 하녀의 부탁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브로치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쫓겨나게된 그녀의 사촌동생을 도와달라는 것. 마플양은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사촌동생이 일하는 집으로 찾아가지만 집주인을 설득하지 못하고, 집주인들은 곧 모범적인 하녀를 구한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모범하녀. 그리고 더불어 사라진 이웃의 패물들. 이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미스 마플양이 모범하녀의 정체를 밝혀내는 이야기이다. <관리인 노파>는 왕년의 망나니였던 한 남자가 부잣집 여자와 결혼해 고향으로 돌아와 살며 관리인 노파의 위협을 받고, 실제로 부잣집 여자가 말에 떨어져 사고사당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사건의 진실을 뚫어보는 미스 마플양의 이야기.
<4층 아파트>에선 우연히 다른 층 아파트에 갔다가 살해당한 여자를 발견한 윗층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간 미스 마플양의 이야기를 접했다면 이제 포와로가 등장해 사건의 진상을 해결한다.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에서는 한 소년의 납치사건을 조사하는 포와로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24마리의 검은 티티새>에서는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았던 한 노인의 죽음을 포와로라 호기심에서 조사하는 이야기이다. <연애탐정>에서는 할리 퀸이 우연히 등장해 언제나처럼 연인들의 관계를 뚫어보는 능력을 발휘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쥐덫>은 중편이라 100페이지 남짓한 길이가 짧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은 짧은 이야기들이라 자기 전에 한 편, 지하철에서 한 편, 그렇게 끊어서 읽기 쉬웠던 책이다. 혹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데 책을 너무도 읽고 싶은 분들이라면 짧고 굵게 추리소설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싶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장편 소설의 예고편쯤되는 소설들이니 책을 읽고 본격적으로 장편으로 뛰어드는 것도 좋을 듯 싶고.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