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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겉표지나 제목만 보면 로맨스소설같은 이 책은 엄연히 반전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책을 다 읽었을 때 그 황당함과 내가 만든 고정관념이 깨져버린 느낌이란. 책에는 나루토란 자유분방한 사내의 이야기가 두 편 실려있다. 한 편은 그가 고등학교 시절 가출을 하고 겪은 야쿠자와 관련된 모험담, 그리고 또 한 편은 시간이 지난 후 지하철에서 자살하려는 여자 사쿠라를 구해주며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와 아는 동생의 부탁으로 호라이클럽이라는 사기조직의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흔히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범인이 누군지 맞춰보겠다는 호기를 자신도 모르게 부리곤 한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잔뜩 촉수를 세운 사람이라면 이 책의 결말은 다소 허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그냥 책자체를 즐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깜빡 속아버렸네하는 기분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을 듯. "속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작가가 속인게 아니라 내 꾀에 내가 속아넘어간 셈이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지금도 짙은 녹색의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그리고 이제 얼마 후엔 단풍이 들지. (중략) 다들 벚나무도 단풍이 든다는 걸 모르고 있어. (중략) 빨간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어.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선명하진 않고, 약간 은은한 빛을 띠고 있지.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아. 다들 그냥 지나치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꽃구경하던 때를 생각해봐. 전국에 벚나무가 얼마나 많아. 그걸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어. 그러면서 꽃이 지면 다들 무시하지. 색이 칙칙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건 그래도 좀 나은 편이야. 대부분은 단풍이 드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좀 심한 거 아닌가?(p.506~7)"에서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네 인생과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의 소중함,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모습과 닮았다랄까.
야쿠자나 호라이 클럽같은 사기단체와 같은 사회의 이면의 모습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물론, 그런 생각들을 하기 전에 마지막 장의 유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테지만. 아. 입을 여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것 같아 참고 또 참아야하는 이 안타까움. 어디 대나무숲이라도 가서 외치고 올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