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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여자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평점 :
어느 날, 포와로에게 마치 오필리아같은 이미지를 가진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를 살인사건에 관해 의논하고 싶다며 찾아왔지만 포와로를 보고는 '너무 늙었다'며 무례하게 떠나버린다. 그 말에 기분이 상한 포와로는 마침 걸려온 추리작가 올리버 부인의 전화를 받고 그녀와 얘기를 하던 중 자신을 찾아온 여자가 올리버 부인이 만났던 사람임을 알게 되고, 호기심에 이끌려 수사를 시작한다.
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참 좋아하지만, 포와로가 잘난체하며 뽐내는 건 또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중에 하나다. 올리버부인이 "그녀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얘기를 듣고 왔을텐데.."라고 얘기하자 포와로는 "세상에 나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라는 반응으로 나온다. 포와로 특유의 자신감이란. 흥.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는 왠일로 평소의 그와는 다른 모습을 많이 보인다.(자신이 모아 놓은 조각이 맞지 않음에 대한 불만이 대다수이지만.) 가해자는 분명한 것처럼 보이는데 피해자와 사건은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이 사건.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번째 여자는 일종의 룸메이트 개념이다. 방이 여러개인 하나의 집을 구하고, 그 방마다 각각의 사람이 사는 것이다. 방의 크기나 상태에 따라 방값은 달라지고, 돌아가면서 집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날도 정해놓는 식이다. 한 집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별로 친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그저 사정에 맞게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을 뿐이다. 책은 그 책이 쓰여진 시기를 반영하기 마련인데, 고전적인 모습에서 변해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히피족이나 여자처럼 생긴 남자 등등. 한마디로 구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요즘 사람들이란. 쯧쯧"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이랄까. 마지막 대화는 약간 생뚱맞아 보였고, 아무리 번역이라지만 '쌍화차' 앞에서는 심하게 키득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어떤 작품을 읽던지 중간 이상은 가니까 읽어서 나쁘지는 않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