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패닉 4집 - Panic 04
패닉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9년만의 만남을 그들도 인식한 것일까? 1번 트랙의 제목은 "재회"다. 비록 그들이 각자의 음악활동을 계속해왔다고 하지만, 패닉으로의 그들의 음악과 개개의 음악은 다른 거니까. 왠지 쓸쓸하게 느껴지는 2분이 채 안되는 재회를 들으며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간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그들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어쩌지.
그러나 2분여뒤. 2번 트랙 균열이 돌아가면서 난 씨익 웃어버렸다. '오호 - 흥미진진하네.'. 강하게 내뱉는 적군의 목소리, JP가 노바소닉으로 활동할 때의 그런 류의 랩핑. 다소 격한 음색이지만, 일단 합격선.
이어지는 3번 트랙의 시작은 깔끔한 벨소리로 시작된다. 2번 트랙과는 전혀 다른 느낌. 왠지 귀여울 것 같지만, 적군의 목소리는 제법 묵직하게 느껴진다. 힘있는 목소리로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가사를 읊조릴 때는 왠지 허무함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JP의 랩핑. 뒤에 깔리는 코러스와 함께 절묘하게 어울어져 웅장한 느낌 마저 준다.
2, 3번 트랙이 좀 격하고 웅장한 느낌이었다면, 되려 4번 트랙 '눈 녹듯'에서는 잔잔한 느낌이 든다. 쓸쓸하고, 애처로운 느낌. 5번 트랙 '길을 내'에서도 역시 기타 소리와 함께 (기타 맞나?!) 조용하게 감동을 준다. 뒤에 코러스 부분이 좀 CCM 같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다른 어떤 곡보다 JP의 랩핑이 마음에 들었다. 조곤조곤 말해주는 느낌. 참 좋다.
연달아 잔잔한 음악을 들려줬기 때문일까. 6번 트랙인 나선 계단에서는 좀 무서운 느낌이 든다. JP의 "나는 걷고 있다. 걷고 있다"로 시작되는 부분은 왠지 섬뜩한 느낌을 주더니, 적군의 목소리까지도 무서운 느낌. 밤에 불 꺼놓고 들으면 소름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날 그리 무섭게 만들어 놓더니, 7번 트랙인 종이 나비에서는 겁먹었지? 라고 토닥토닥해주는 느낌이랄까. 따뜻한 느낌. 쓸쓸함과 설레임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곡.
8번 트랙인 뭐라고?에서는 왠지 3집의 단도직입이 떠오르는 듯한. 뭔가 신이 나는데, 가사는 전혀 신나지 않는 곡. 9번 트랙인 정류장에서는 첫 부분에 왠지 Moon River가 말도 안되게 떠올라서 순간 나 스스로 당황해버린. 하지만, 정작 곡에 들어가면 적군 솔로 앨범에 있던 Rain이 떠오르게끔 되는 곡.
10번 트랙. 로시난테. 전반부는 음반이 나오기 전에도 몇 번 들어온 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되면 더 마음에 드는 곡. 뭔가 힘찬 느낌도 들기도 하고. 밝은 느낌도 들기도 하고. 후렴부에 "라라라라~"부분을 어느새 따라부르고 있는 날 발견하고 민망해서 혼자 씨익 -
그리고 어느덧 마지막 트랙 '추방'의 시작에는 얼핏 JP의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정작 곡이 시작되면 애처롭다 애처로워. 되려 웃음소리와 대조되어 슬퍼지는 곡. JP의 랩은 독백에 가까운 느낌. 약간의 리듬감은 있지만 그냥 읊는 듯한 느낌. JP의 목소리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그 애처로운 독백마저 좋았다.
9년만에 만난 음반이 겨우 11곡 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아쉬웠을 정도로, 패닉과의 너무 오랜만의 만남이 기뻤다. 한 음반 내에서 이렇게 다양한 음반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지만, 그보다는 9년만의 그들이 '패닉'으로 음반을 냈다는 사실이 기뻤다. 3집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그 느낌마저 너무 사랑스러운 패닉이었다. 패닉다운 음악. 역시 둘보다는 하나일 때 더 멋진 패닉.